
"할멈, 누구는 아는 게 힘이라 그러고
누구는 모르는 게 약이라 그러잖아"
"그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가?"
"그니까.. 뭐가 맞아?
진짜 모르는 것 같을 땐 알려줘야 해, 냅둬야 해?"
"냅두라. 모르는 게 약인걸 아는 게 힘이랬다"
"그래도,
누구는 속 편하게 다 잊고 사는 것 같은데..
뭔가 불공평하잖아"
"그 속이 편한지 니가 어떻게 아네?
우는 소리 크다고 더 아픈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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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억 안 나.
어렸을 때 좋았던 거, 기억 안나.
나중에 다 그지같았던 것만 생각나."
"강두야.
내 서방 죽은 지 40년이 넘었다.
언젠가는 다 잊고 괜찮아 지겠지- 기다리고 살다가,
깨달은 것이 뭔 줄 아네?
그런 날은 안온다.
억지로 안 되는 건 그냥 두라.
애 쓰지 말라, 슬프고 괴로운 건
노상 우리 옆에 있는 거야.
받아 들여야지 어카네?"
"억울하잖아"
"그 대신, 더 좋은 사람 만나서 더 재미나게 살면 돼.
넌 그렇게 할 수 있어, 걱정말라."
"뭐야, 이제 점쟁이까지 하게?"
"못 할 게 뭐있네? 내 나이 되면 반 점쟁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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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가 도토리 두 개를 하나는 집에 놓고,
다른 하나는 겨울에 묻어뒀다가 먹겠다고
땅 속에 묻어두는 거 아네?
그 수고를 하고는, 그 바보같은 것이,
난중에 그거를 못찾아먹어, 까먹고."
"아깝다"
"아깝디? 그 잠깐 아까운 대신,
겨우내 땅속에 묻어둔 도토리에서
싹이나고 나무가 되고 또 숲이 되는 거이디.
우리한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이네?
너무 힘들면, 그냥 잊어버리고 다 묻어두는 것도 방법이야.
그것이 난중에 어떻게 필지 어찌 아니?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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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수속 할테니까 좀 기다리랬잖아요.
그렇게 계속 방치하면 죽어요.
종양이 머릿속에서 언제 터질 지 몰라요.
처치가 빨라야 생존율이.."
"너, 사람이 뭐 때문에 많이 죽는 줄 아네?
암, 사고, 자살? 그거 다 아니다.
사람은 가난 때문에 죽는거야.
가난해서 병 있어도 치료를 못 받고,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험한 일 하다 사고로 죽고,
가난이 싫어서 지 목숨 지가 끊고!
가난 때문에 죽는거야.
그깟 종양? 나 하나도 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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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혹시, 내가 인사도 못 하고 먼저 가면.."
"아 진짜 뭐 재수없는 소리를 해"
"내 말을 좀 끝까지 들으라!
내가, 너 기다리다가 지치는 일은 없을테니까
아주아주 천천히 오라, 서두르지 말고."
"아 싫어, 할멈이 최대한 늦게 가.
아니면 나 더 삐뚤어져.
할멈 없으면 누가 나한테 똑바로 살라고 욕해주냐?"
"남의 조언 따위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거다.
앞으로 네 일은 누구한테도 물어보지 말라.
남의 눈 무서워서 네 맘대로 못하고
괴로워서 지랄하지 말고,
아주 네 멋대로 살아라!"
"지금 이말은 뭔데? 이건 조언 아니야?"
"이건 명령이다"

'할멈이 말했다,
사는 건, 후회와 실패의 반복이라고.
나는 빈정거렸다,
그럴 거면 살아 뭐하냐고.
할멈이 다시 말했다,
더 멋지게 후회하고 실패하기 위해서라고.
그러니 쫄지말라고.'
첫댓글 나문희 선생님 너무좋아
할머니 죽을 때 오열ㅜㅜ 진짜 그 때 드라마 보는 사람들 실시간으로 오열함ㅜㅜ
이거 무슨 드라마야? 내용 간단하게 알려줄래? 한드 안본지 진짜 오래됐는데 이것만 보면 땡긴다 ㅠㅠ
백화점붕괴사고 생존자인 남주여주 둘이 서로 마음의상처를 치유해가는? 그런 드라마인데 보면 가슴아픈장면도 많지만 그만큼 여운있고 깊은드라마야ㅠㅠ
띵작임..ㅜㅜ진짜로...ㅜㅜㅜ
아 너무 좋다ㅠㅠㅠㅠㅠ
모르는게약인걸아는게힘이라고???와...
넘조타
이거 제발 봐주라ㅠㅠㅠㅠㅠㅠ엉엉
그사이 진짜 너무 재밌어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