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날, 설렁탕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실 깍두기를 더 좋아합니다.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을 타먹는 사람을 보면
대번에 그사람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가끔 깍두기였거든요.
(이미지 출처-충청리뷰)
제가 자라난 시골 마을에서는 꼬마들은 무조건 모여 놀았습니다.
농사일이 바쁠 때면 모를까, 집에 있어봤자 심심하기만 했죠.
게임기도, 컴퓨터도, 없거나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또래들이 다 모이면
그래도 그 수가 만만치 않았기에
놀 때는 편을 가르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그런데 편을 짤 때는 종종 문제가 생기곤 했습니다.
인원이 여덟이나 열이면 깔끔하게 나뉘어지련만,
일곱이나 아홉이면 꼭 하나가 남았으니까요.
[사진출처-오마이뉴스, 사진책 읽기 한영수]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던 어느 날,
동네 공터에 우리 아홉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말뚝박기를 하기로 했고,
열두 살 열세 살이었던 두식 형과 성칠 형은, 가위바위보를 반복하여,
덩치가 큰 용철이, 근대, 민석이, 영수 순으로 아이들을 하나씩 뽑아갑니다.
나는 내심 내 이름이 불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색은 하지 않은 채 신발로 흙을 파며 기다립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병호, 윤식이, 용훈이, 철희가 뽑혀가도록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습니다.
하나 남은 나는 깍두기가 됩니다.
그래서 슬펐냐고요? 아닙니다.
서운한 감은 있었지만, 깍두기는 꼭 그렇게 슬픈 위치는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두식 형 편이 공격을 할 때는
전날 발목을 접질린 윤식이를 대신해 말 역할을 합니다.
(중략)
[오마이뉴스-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웃음]
깍두기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덩치가 작아서, 어려서, 팀을 다 짠 후에 도착해서 등
여러 이유로 정식으로 어느 편에 속할 순 없었지만,
완전히 버려지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심지어는 양쪽 어느 편이 승리를 해도 같이 기뻐할 수 있는
특권같은 것을 가진 존재였다는 말입니다.
[중략]
우리와 달라서, 우리보다 약해서, 우리보다 못나서, 우리보다 늦게 도착해서,
우리 편에 완전히 속하기에 모자람이 있다면,
그 아이를 깍두기로 삼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치미를 담고 남은 무 조각을 배추김치 사이에 끼어 넣듯 말입니다.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일본의 혼슈는 우리 땅이 아니지요.
깍두기는 우리 아이들의 풍습입니다.
왕따는 우리 아이들의 풍습이 아닙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 왕따 대신 깍두기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학교폭력예방 홍보대사-김제동
전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5/04/01/2005040170361.html
어렸을 때 놀이터에 친구들 몰려 놀면
몸이 불편한 친구, 친구동생이라 체격이 맞지않은 친구,
인원이 맞지 않아서 팀에 못 끼인 친구, 다른 동네 아이라 낯선 친구 등
다양한 이유로 비율이 맞지 않으면
그 친구는 깍두기라고 하고
그래도 항상 놀이에는 같이 했었음
심지어
한쪽 다리로 달리는 상황에서 두 다리 모두 쓸 수 있다거나
더 높이 올라갈수 있다거나
놀이의 분쟁이 일어났을 때 그 친구에게 결정하게 하는 둥
어드벤티지도 줬었음
그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현명했던 건가 싶기도 함..
문득 생각나서 글쪄봄
첫댓글 맞아 나 사촌들이랑 놀때 나이차많이나는 막내라서 맨날 깍두기함ㅋㅋㅋ
어 맞아...야 너 깍두기 맨날 죽어도 다시 살아나~~~ 이러면서 놀다가도 깍두기 안하면 좀 삐칠때도ㅠ있았음ㅋㅋ
와 맞아 동네에서 친구동생이나 게임규칙 잘 모르는 애들 있으면 너 깍두기해! 하고 같이 껴서 잘 놀았는데... 나도 처음하는 게임 있으면 나 깍두기할래! 했었고 ㅋㅋㅋㅋ 모두를 포용하는 현명한 방법이었어
오 나도 예전에 깍두기 소재로 신문에 기고문 쓴 적 있는데~ 요새 애들도 깍두기 하나?ㅠ
맞아 게임 규칙 익숙해질때까지 깍두시 시켜주고 ... 기억난다
헐 맞네... 생각해보니 그런식으로 쓰였었네...
맞아 나 어릴때도 내 동생 넘 애기라 깍두기 시켜주고 끼워줬었었는데..
맞다...잊고있었네..
와
맞네..ㅠㅠ 잘 못하는 친구 있으면 맨날 깍두기 하라해서 재밌게 놀고.. 나도 언니오빠들이랑 놀때 깍뚜기 했는데ㅠㅠ
맞아...ㅠㅠㅠ어렸을때 동네에서는 나이상관없이 놀아서.. 나이어린애들 깍두기시키고 그랬는데ㅠㅠ 깍두기 하고싶어하는 애들도 있었음ㅋㅋㅋㅋ 깍두기는 특권이여서..
눈물나
맞어 깍두기 하면 두팀에 다 넣고 혼자 특별하게 해줬음
맞네 깍두기도 있었지
맞아 나 달리기 느려서 친구들이 맨날 깍두기시켜서 같이 놀고그랬는데ㅠㅠ
아이들 웃고 있는 사진 너무 좋다ㅠㅠ
헐... 말하는거 진짜멋있다
맞아ㅠㅜㅠ
맞네ㅠㅠㅠ 시골 할머니집에서 사촌들끼리 눈감고 술래잡기 할 때 내 동생은 게임 드럽게 못해서 깍두기 시켜주고.. 붙잡혀도 깍두기라고 풀어주고 내가 흑기사도 해주고 했는데ㅠㅠ
김제동 진짜 글 잘씀... 읽기도 쉽고 요지도 잘 전달하면서 감동적으로 잘써. 그럴때 있으시죠? 라는 책 읽고 김제동 다시보여
와 ㅜㅜㅜㅜㅜ충갹먹었어 ㅜㅜㅜ맞아 우린 깍두기라는 이름으로 다 같이 놀았어....
맞아 어려서 늘 술래당하는 동생한테 깍두기 시키고 다같이 재밌게 놀았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