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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골의사 박경철씨 블로그, 엽혹진
사랑아 사랑아 사뿐히 즈려밟힌 내 사랑아 2
진료실에 올라가보니 우선생이 창밖을 내려다보며 넋을 놓고 정신이 팔려있었다.
"박선생,, 나.. 어떡하지? 소연이가 헤어지가고 하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나는 그녀의 반대가 너무 완강해서 내심걱정은 했지만, 그래도 두사람의 사랑은 세속적인 장벽을 모두 뛰어 넘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실제 그녀도 마음을 다져먹고 우선생을 이해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우려했던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어느 일요일에 우선생의 어머님이 나를 찾아 오신적이 있었다. " 이보게.. 자네가 우리형편을 잘 알지 않는가,, 쟤가 지금 연애하느라 저러는데 내가 애미가 되서 가슴에 못을 박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우리가 다 죽을 수도 없네., 지금 나선 중신자리에서는 우리집 빚을 다 갚아주고 또 살 집도 마련해주고, 우리 쟈가 레지던트 마칠때까지 생활비까지 대준다는데.. 소연이네 집에서는 택도 없다고 하잖는가? ,, 이쯤에서 둘이서 갈라서면 서로 양집에서 안좋아하는 결혼을 할 필요도 없고, 우리도 살고, 우리 쟈도 장래를 봐서는 그게 사는게 아닌가? 어떻게 자네가 쟈를 좀 설득해주게.."
그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었겠는가..
사실 그녀쪽에서도 두사람의 만남에대한 반대가 아주 극심했다,
그쪽은 나름대로 지명도가 있는 집안인데다, 당사자도 재색을 겸비한 재원이고, 또 마침 오빠가 의사였기 때문에, 우선생이 택한 전공이 얼마나 미래가 우울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특히 오빠의 반대가 아주 완강한 상태였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선생의 어머니가 그녀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얘기하셨다고 한다.
" 나는 너희들 결합을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내 아들 뭐하나 제대로 해준것도 없고, 부모로서 뭐 하나 큰소리 칠 일을 한것도 없다, 그렇지만 시집 올 당사자가 내용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얘기는 해줄테니, 결정은 네가 해라,, 우리집에 지금 빚이 대강 몇억이 된다,, 아버지는 이십년을 놀았는데, 그래도 삼남매 대학 시키고 이때까지 먹고 살았으니 그만 빚있다고 나를 손가락질 하지는 마라,, 그렇지만 자식에게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미안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 빚은 야가 다 갚아야한다,, 아래 기집애 하나 시집가는거야 지가 가던말건 알아서 할일이지만, 아직 학교 다니는 막내가 빚을 갚을 재간도 없고, 이젠 빚도 더 낼 데도 없고,, 빚쟁이들도 아들 의사만되면 갚는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으니 도리가 없다,, 너네들이 벌어서 빚을 갚던지,, 아니면 온식구가 나자빠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좋다면 내 반대 안하마,, 내자식 좋다는데 그거 말리고 싶은 부모가 어딨겠나,, 나도 네가 욕심난다, 이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저런 처자가 내며느리가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하루에 골백번도 더 한숨을 쉰다,, 이젠 니가 알아서해라,,"
그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일주일을 혼자 울었고, 그리고는 결국 우선생에게 결별을 선언했단다,
그것도 어제 우선생이 오프날 저녘에 만나 보통때와 다름없이 같이 저녘을 먹고 헤어지면서 그녀의 차로 우선생을 병원에 데려다주면서 차에서 내리는 우선생에게 키스를 한번 해 달라고 한다음, 병원앞이라 우선생이 우물쭈물하면서 가볍게 입을 맞추자, " 오빠 잘 살아,, 사랑해..!" 라는 말을 남기고 그길로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인턴중에 그녀와 고등학교 동기생인 여선생이 "자기는 도저히 그런 상황을 같이 이겨낼 자신이 없다."는 뜻을 담은 그녀의 편지를 우선생에게 전했단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 착하고 내성적인 우선생이 편지를 손에들고, 창밖을 내려다보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강물처럼 흘렀고, 그의 얼굴은 절망과 비통함으로 일그러져있었다,
그랬을게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했다면, 두 사람중의 한사람이 포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포기가 사람에 대한 포기가 아니고, 그가 살아온 환경이나, 배경이 이유가 된 것이라면,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그날 우선생이 사표를 내기위해 나와 함께 흉부외과 치프를 찾아갔다,
나도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아랫연차의 심상찮은 기색에 놀란 흉부외과 치프가 우선생과 나를 병원앞 삼겹살집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자리에서 우선생이 택한 전공이 지금 우선생을 절망으로 몰아 넣었다는 사실을 들은 흉부외과 치프가 술을 한잔 마신 후 가만히 천정을 쳐다보더니 주루륵 눈물을 흘렸다,
아마 우선생의 절망감이 그에게 전이된 탓이었을게다,,
그날 치프가 우선생에게 일주일간의 휴가를 줬다, 일주일을 생각해보고 그래도 그만두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했다,
우선생은 그길로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
다음날 우선생의 실연사건은 이미 온 병원내에 다 퍼져있었다,
내가 수술방에 들어가서 우리과 환자 수술을 준비하고 있는데, 위쪽에서 환자를 마취할 준비를 하시던 마취과 스텝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 박선생.. 우선생 그만뒀어..? .. 그친구 참 일잘하던 친군데,, 잘 했어,, 그래도 진작 그만두지,,일년을 버린거잖아,,박선생 자네가 친구니까.. 이번에 진짜 그만두라고 확실하게 말해,, 지금이라도 그만둬야지.. 안그러면 진짜 큰일나,, 너네들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데,, 마치고 나와봐,, 그리고 남 이야기 할 것도 없어,, 너도 늦기전에 그만둬라,, 외과도 해봐야,,그거 별로 싹수 없다,, 피터지게 고생만 한다.. 쯧쯧,, 얘들아,,내가 이렇게 말 할 때 니들 바보짓 하지말고 진짜 그만둬라,, "
그때 그분은 우리를 진정으로 아껴서 그말씀을 하신것이었다.
두사람은 그렇게 헤어졌고, 우선생은 삼일만에 병원으로 다시 복귀했다.
우선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마치 마녀에게 마음을 팔아버린 사람처럼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그냥 자기에게 주어진일에만 몰두했다. 원래 내성적인 친구가 말 수를 잃어버린 것이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식당에서 마주 앉아도 그냥 묻는말에 반응만 할 뿐, 다른사람에게 단 한마디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그것은 그 스스로의 자기방어 였을것이다.
어차피 사람이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랑을 받을 대상이, 원망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 원망을 받을 대상이 있기 마련이 아니던가...그러나 그때 그는 분명 사랑을 하고 있으나 그 사랑을 받아 줄 대상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독존함으로서 사랑도 원망도 혼자서 담아내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나는 그런 그를 잘 이해 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 여러가지 우려가 있었지만 그래도 우선생에게는 자기 스스로 이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이 상황은 우선생 입장에서는 다시 어머니 자궁속으로 기어들어가지 않는 한 자기 스스로 해결을 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이렇게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은 가혹하다,
그것이 사랑이던, 돈이건, 질병이건, 그 아픔이 자기 선택의 결과이거나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닐 때, 인간은 절망하고 좌절한다,, 황후장상의 씨가 따로있다더냐는 "황소"의 말이 수천년의 역사를 가로질러 오늘날 이땅에까지 미치고 있으니, 이런 가혹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인간의 역사가 굴러가는 만큼 계속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우선생의 말수는 눈에 띄게 줄어 들었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철저했다. 그렇게 아픈 열병도 결국 시간이 약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년차말이 되었을 즈음, 내가 막 수술을 끝내고 나오는데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우선생이 나를 보고 말했다 " 박선생 바빠? 안바쁘면 시간날 때 차나 한잔하자 !" .. 그러고보니 나도 내코가 석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보니 우선생과 제대로 이야기 한번 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날 저녘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 우선생 당직실로 찾아갔다.
흉부외과 당직실은 대개 중환자실과 붙어있어 약간 어수선한데, 그날은 마치 독서실 처럼 조용했다.
당직실에 들어가니 우선생이 수첩에 뭔가를 열심히 쓰다가 내가 들어서자 수첩을 덮고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각자 담배를 한개 집어들고 불을 붙인 다음, 우선생이 말을 열었다.
"박선생, 나 결혼한다.." >
세상에 뜬금없이 결혼이라니.. 녀석이 그새 언제 여자를 만나고, 또 언제 결혼 약속까지했단 말인가?, 더구나 설령 결혼을 한다손치더라도 외과 그것도 흉부외과 2년차가 결혼을 하다니, 그것이 가당이나 한 얘기인가 말이다..
" 지난번에 엄마가 얘기하던 여자 있지? 그 아버지가 건설회사를 하는데, 오빠가 좀 꼴통이래, 게다가 그집 어른이 심장수술을 받은적이 있다네.. 집안에 주치의 하나두자는거지 뭐,, 우선 우리집에 빚도 다 갚아주고, 내 대학원 학비에 당분간 생활비도 책임을 지겠다네,, 고마운 일이지뭐,, 엄마가 아주 강하게 원해,, 너도 알다시피 우리집에 그 이상의 선택도 없고,,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도 하는데, 까짓거 결혼 한번하고 신수 확 풀리는거지,, 도랑치고 가재잡는거야,,"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우선생이 얘기를 다시 이어갔다
" 오프때 서너번 만났어, 뭐 영 처음본 얼굴도 아니고, 그래도 만난 회수는 적어도 얼굴 본지는 거의 일년세월인데 뭐, 사람도 착해, 내가 부모가 이남자한테 시집가라,, 하고 말하면 무조건 그렇게 시집가는게 정상이냐고 물어보려다가 참았어, 그 여자나 나나 뭐가 다르겠어,,? 다행히 사람은 착한거 같애,,이뿌고.."
사람이 착하고 이쁘다니 달리 할말이 없었다, 그런데도 내입에서는 왠지 선뜻 축하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우선생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흉부외과 의국에서도 우선생네 사정을 잘아는지라 2년차 중반의 결혼을 양해했고, 우선생의 부모님은 행여라도 결혼이 늦춰질까봐 노심초사하셨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선생의 마음은 오리무중이었다.
결혼날짜가 잡히고, 주말이되면 약혼자가 도시락을 싸서 병원으로 찾아왔다. 적어도 겉으로는 축복받은 커플처럼 사랑스럽고 다정한 그림이었지만, 나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차라리 부인될 사람이 좀 모자라거나, 아니면 어디 흠결이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얼굴이라도 박색이었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나 우선생이나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것은 별로 없었지만, 그녀 역시 어리석을정도로 착하고 고운 사람이었다, 하긴 요즘 세상에 부모가 하라는 결혼을 그냥 할 수 있다면 그녀 역시도 드문 사람임은 분명한 것이다.
그렇게 두사람이 스무번정도 만나고 그해 겨울되자 3년차 진급을 앞둔 우선생의 결혼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만해도 그것이 우선생의 운명을 뒤집어 놓을 비극의 뿌리가 될 줄은 아무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우선생이 결혼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수요일 저녘에 당직을 위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의국에서 챠트를 보고 있는데, 우선생이 찾아왔다, " 어 ,, 우선생.. 오프야 ? 요새 흉부외과 좋아졌네. 아무리 아랫것들이 들어와도 그렇지 주중에 오프를 받아? 왜 결혼반지 맞추라고 치프가 나가라데..? 제수씨 밑에 기다려? " 우선생은 가벼운 농담을 섞어 건낸 내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박선생.. 지금 소연이가 찾아왔어.. "
불길한 말이었다. 형편없는 삼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 아닌가? 돈때문에 헤어진 애인이 결혼식을 3일 앞두고 나타나다니.. " 그래.... 그래서 어쩔려구,,?" 내 말에 우선생이 " 모르겠어, 방금 의국으로 전화가 왔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박선생 내 삐삐 대신 좀 받아줘, 우리과 1년차들만 놔두기가 좀 그래,, 금방 올께.."
뭐라고 하겠는가,, 나로서는 허리춤에 우선생 삐삐까지 같이 차고 부디 별다른 마음의 상처없이 두사람의 재회가 마무리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날 우선생은 새벽이 다되서야 내게 삐삐를 찾아갔다, 나는 그때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날 무슨일이 있었는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냥 녀석이 스스로 말하지 않는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했다,
다음날 오후에 수술실에서 다시 마주친 우선생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는 무엇인가 미묘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위해 고민을 하고 있는듯 했고, 지금 그의 판단과 선택에는 어떤 사람도 영향을 미쳐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우선생의 아랫배에 가벼운 펀치만 한대 먹인 채 스쳐지나갔다,
참 아픈일이었다.
이년전 인턴시절 금쪽같은 2박 3일간의 여름휴가를 받았을 때, 두사람이 벌인 유쾌한 소동이 생각났다, 그때도 이미 그녀의 집에서는 우선생의 집안 사정이 여의치않다는 사실을 알고 두사람의 만남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했었기 때문에, 두사람이 꾸민 일박이일간의 제주여행 음모가 벽에 부닺쳤다,
그래서 그녀는 제주에서 열리는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검은색 정장 투피스를 입은 채 집에서 나오고, 우선생은 의국에 가운을 벗어던진 복장 그대로 나와, 병원 로비에서 만난 다음 병원과 인접한 의과대학 학생탈의실에서 그녀가 준비해 온 폴로 티셔츠를 커플룩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그둘이 여행을 떠나던 날, 귀엽기도하고 측은하기도하고, 한편 안타깝기도했는데, 그때 녀석이 그녀의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나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내게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 야..! 형님 신혼여행 가시는데 공항까지 차도 안태워주냐.!!"
이런말을 옮기기가 부적절하지만 그날 두사람은 제주의 푸른바다가 발밑에까지 들어오는 하이야트 호텔에서 하루를 같이 묵었고, 만난지 몇년만에 그날 처음으로 서로가 한 몸이 되었다고 했다. 나는 녀석이 여행을 다녀와서 그날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목을빼고 기다렸고, 여행을 다녀온 우선생은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그날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을 내게 모두 들려주었었다
그날 저녘에도 우선생은 내게 삐삐를 맡기고 밖으로 나갔다 ,
내게 비퍼를 맡기고 돌아서는 우선생의 뒷모습에 그때 두사람의 혹은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젊은시절이 저물어가고 있음을 보았다, 삶이 열정과 사랑으로만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닿는 순간 문득 우리가 이미 청춘이 아닌 기성세대로 편입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랬다, 청춘의 끊는 피였다면 나는 우선생에게 그녀와 그길로 도망가라고 부추겼을 것이고, 우선생도 열에 들떠 뒷일을 돌아보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내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새 나도 우선생도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청춘의 종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날도 우선생은 새벽에 돌아왔다, 그사이 10시경에는 흉부외과에 응급수술 때문에 우선생이 호출되었지만, 내가 흉부외과 시니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었으며, 또 11시경에는 우선생의 신부가 야식을 사들고 병원 로비에와서 내 허리춤에 걸려있는 우선생의 삐삐를 울렸다,
금요일 저녘 , 토요일 결혼을 앞두고 다시 우선생이 사라졌다,
결혼을 위해 공식적으로 금요일 오후부터 오프에 들어간 우선생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우선생집에서는 우선생을 기다리다가 내게 연락을 했고, 나는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우선생 집이 발칵 뒤집혔다,
도리없이 내가 우선생집에 찾아가서 저간의 사정을 대충 설명했다, 무능력하지만, 권위적인 우선생의 아버지는 노발대발했고, 우선생의 어머니는 어쩔줄을 모르고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선생 어머니는 " 그래도 지가 그게 땡기면 할 수 없지.. 사람이 땡기는건 할 수 없는 거지.. 어쩌겠어.. 그게 지가 사는 길이면 어쩌겠어..."하시면서 한숨만 쉬셨지만, 우선생의 아버지는 그야말로 안절부절 당장 두의 다리몽댕이라도 부러뜨리겠다는 기세로 목소리를 높이셨다.,
" 박군,, 자네 말이야,, 그 소연인가 하는 얘 집이 어딘지 알지? 거 무슨 빌라라고 하던데, 나하고 거기 같이 좀 가자구,, 내 이놈의 집구석을 그냥,, 누구 집안 말아 먹을려고,,"
우선 두분을 가라앉히고, 우선생이 그렇게 막무가내의 성격은 아닌편이니 아마 뭐라고 연락을 할 것이니 아들을 믿고 기다리시라고 설득한 다음에 병원으로 돌아왔다,
정말 한시간이 열흘 같았다.
병원에서는 우선생의 의국동료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초조하게 우선생의 연락만 기다렸다, 당장 내일이면 의국결혼식에 참석하게 될 동료들이 모처럼 흥겨운 잔치를 준비해야하는 날이었다, 다들 모처럼 양복을 드라이 보내고 그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당사자가 사라졌으니,,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새벽 4시가 되자 우선생집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로 우선생 동생 선희의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다 " 오빠,, 우리오빠 지금 집에 들어와서 엄마 아빠하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내일 결혼식은 할 거 같아요,, 엄마가 그렇게 전해드리래요,," .. 전후사정이야 어쨌건 간에 내일 결혼식은 예정대로 열린데니 다들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날이 우선생을 가혹한 운명의 질목으로부터 꺼집어 낼 수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나중에야 알게되었다,
인간은 그런것이다.
고장난 버스는 처음에는 한두사람의 힘으로도 막을 수 있지만, 버스가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이미 가속도가 붙어버린 다음에는 사람을 치고, 다른 차를 들이받고, 결국 인도를 덮치고서야 질주를 멈추게되는 것이다.
그날 새벽 우선생의 아버지는 우선생을 앉혀두고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 나도 네 마음 이해한다, 그렇지만 남자는 가족을 위해 죽을줄도 아는게 남자다."
그러나 우선생 아버지는 우선생이 초등학교를 다닐때 부터 그날까지 단 한번도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죽는게 남자라는 말씀을 하실 수 있는 분이 우선생의 아버지셨다.
우선생이 결혼을 결심한 것은 오로지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일생동안 굳은일을 도맡아 하시면서도 평생을 남에게 아쉬운 소리만 하면서 사셨던 분이고, 지금 이순간에도 상황을 아파하는 유일한 가족이기도 했다, 우선생의 아버지도, 동생도, 누나도, 모든 사람들이 혹시 "이 결혼이 깨어지면 우리는 어쩌나.."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그나마 "그래도 도리없다..차라리 잘된 일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다음날 오후에 우선생의 결혼식이 열렸다.
우선생의 신부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지금 자기가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의 가슴에 어떤 불덩어리가 들어 있는지를 몰랐다, 그녀는 그저 부모님이 정해준 남자와 선을보고 그리 나쁘지 않은 사람이다 싶어, 부모님이 정해준 날짜에 결혼식을 올린 것일 뿐, 자신이 이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행복한 신부일 뿐이었다,
식이 끝나고 신부의 친구들이 두 부부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고, 부케가 던져지고, 박수가 일고, 물방울과 드라이 아이스가 허공에 날리고,,, 그렇게 결혼식이 끝이났다.
식을 마치고 두사람이 신혼여행을 위해 공항으로 떠나는 차에 같이 탔다,
그때는 병역미필자의 해외여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우선생의 신혼여행지가 제주도 정해졌다.
조수석에 앉아,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신랑 신부를 위해, " 야 새 신랑, 신부도 좀 다정하게 꼭 안아주고 그래라, 이거 원, 아무리 중매결혼이지만, 너무 썰렁하다 " 어슬픈 내 농담에 우선생도 어슬픈 웃음으로 대답했다. 내 나름대로 분위기를 뛰어보려고 자칫하다가는 "봐,, 형님이 진짜 신혼 여행에는 이렇게 딱 배웅을 하잖아 !" 이런 어이없는 농담까지 할 뻔했다.
두사람이 탑승구를 빠져나가고, 그제서야 우리는 어느정도 안도를 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때부터 내내 사슴같은 눈을 가진 저 착하고 순해빠진 신부가 눈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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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ㅅㅂ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여자들이 다 피해자야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맞아... 그래서 이거 퍼온거임...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밑도끝도없이 절망이라는게 너무 슬퍼서..
대체 아빠 하나 때문에 몇명이 피해보는거임? 아빠가 말아먹지만 않았어도, 재기하려는 노력만 했어도, 하다못해 폭력만 안썼어도 이 글에 나오는 모든 이들의 인생은 이렇게 비극적이지 않았을거임
ㅜㅜ맘아파 저사람 인생이 아뷰지가 한남이라 ㅗ 근데 이 에피 보면서 왜 이걸 책으로 내서 저여자가 읽게했나 싶어
우선생도 피해자 맞는데 가족을 못잃겠으면 혼자 희생하던가 왜 주변사람도 같이 끌고 들어가나 싶음 나는
한남 애비는 빨리 뒤져두시는게 답이었는데ㅡㅡ
옛날에 읽었을때는 몰랐는데 코르셋벗고 보니 천년의 눈물도 식는다 그냥 죵나 화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