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감으면 네가 떠오르길래
잊어보려 한참 눈을 뜨고 있었지만
얼마도 못가서 시린 눈을 감아 버렸다.
아
오늘도 졌구나.
시야엔 또 온통 너 뿐이다.
눈싸움 / 서덕준
그날 꿈에서도 너를 헤맸겠지.
그냥 한 번 보면 안 될까.
사랑해 달라고는 안 할게.
울렁이는 달빛이 좋아서 그래.
분홍빛 밤 시간 / 향돌
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이 한 번쯤 있다면
내게는 이번이었다.
파리 로망스 / 이동섭
네가 불어주는 바람이 되게 좋아서
나는 내 창문을 활짝 열었다
가끔 아픔이 불어와도 그러려니 했다
뭐 이제는 바람도 불어오지 않지만
네가 불어주는 바람이 너무 좋아서
나는 여전히 창문을 닫을 수가 없다
바람 / 흔글
이제는 정말
괜찮아졌다고 생각할 때마다
너는 그걸
알아채기라도 한 사람처럼
뜬금없이 나를 찾아와서는
내 마음을 다시 휘젓고 가지.
그때마다 아프게도 깨닫는다.
괜찮아지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하고.
원점 / 새벽 세시
너의 세계에 나는 없고
그 세계를 사랑하는 밤
세계 / 흔글
네게 폭죽이 되고 싶었다.
너의 웃음을 위해서라면
내 한 몸 다 타도 좋았다.
내가 멎어도,
너는 여운에 웃기를.
너의 기쁨이 되어 / 박가희
처음 만났던 날부터 당신을 조각내었다.
함께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당신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매일 밤 당신을 잘라내었다.
그리고 울었다.
불한당들의 모험10 / 곽은영
잠을 자려고 불만 끄면
온갖 생각이 몰려든다
나는 무얼 생각하고 있는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너는
단 일초라도 내 생각에
취침을 늦춰본 적 있을까
너는 / 향돌
결말이 따뜻한 한 편의 소설 속
너와 내가 주인공이길 바랐지만
너의 행복과 슬픔, 그리고 일생을 읽는 동안
나는 등장하지 않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지문에 눈물만 묻혀가며
말없이 페이지를 넘길 뿐이었다.
소설 속 나의 이름은 고작
'너를 앓으며 사랑했던 소년1'이었다.
등장인물 / 서덕준
너를 바라보다 죽고 싶었다.
너는 알까?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모를까?
네가 모른다면 나는 너무 서럽다.
죽음보다 서럽다.
구의 증명 / 최진영
지금껏 나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서서히 젖을 새도 없이 젖어
세상 한 귀퉁이 한 뼘 처마에 쭈그려 앉아
물 먹은 성냥에 우울한 불을 당기며
네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폭우 / 이창훈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베개 맡에 너를 누이고 나는 잠이 든다.
꿈에 찾아오라 했는데 오늘도 너는 없구나
혹 내 마음이 너무 커서 네 단잠에 내가 들어갔나
너는 내가 빌 수 없는 꿈이라.
내 꿈이 아니라 더 좋은 곳에 가 있을 거라고 믿을게
깨면 다 잊을 테니 한 번만 찾아와주면 안 되나
봄을 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여름이 오면 잊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네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너는 여름이었나
이러다 네가 가을도 닮아있을까 겁나
하얀 겨울에도 네가 있을까 두려워
다시 봄이 오면 너는 또 봄일까
너는 또 봄일까 / 백희다
너는 좋겠다.
거울 보면 네가 있어서
나는 그 얼굴 한 번 보는 게
이렇게나 떨리는데
보고 싶은 얼굴 / 송혜빈
어쩌면 이토록 한 사람 생각으로
이 밤이 이다지 팽팽할 수 있느냐
몸살 / 이병률
아무 감정이 없는 날에도
아무 생각이 없는 날에도
너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
무뎌질 틈조차 주지 않는구나
아,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하는구나
그래서 사랑하는구나 / 수정글
너는 몇 겹의 계절이고 나를 애태웠다.
너를 앓다 못해 바짝 말라서
성냥불만 한 너의 눈짓 하나에도
나는 화형당했다.
장작 / 서덕준
너는 내 통증의 처음과 끝
너는 비극의 동의어이며,
너와 나는 끝내 만날 리 없는
여름과 겨울.
내가 다 없어지면 그 때 너는 예쁘게 피어.
상사화 꽃말 / 서덕준
너를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있을까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
너는 나를 사랑스럽다고 여겨줄까
그래서 어느 날엔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
너를 본지 오래되었다
계속 해보겠습니다 / 황정은
밤을 겉돈다
마주치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내 것이 아닐까
반복 재생 / 이훤
내가 너무 오래 만지고 놀아
이제는 너덜너덜해진 당신과의 시간들
시간들 / 성윤석
너의 표정은 차갑고
너의 음성은 싸늘하지만
너를 볼 때마다 화상을 입는다.
섭씨 100도의 얼음 / 박건호
보고 싶다 말했는데 너 혹시 들었니
안고 싶다 생각했는데 너 혹시 읽었니
달빛 내게 닿을 때마다 기도하는데
꿈 속에 네가 보일 때마다 고백하는데
너 다 알면서 웃는 거지
네 눈빛에 빠져 나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지켜보다 결국엔 구해주러 올 거지
머문 고백 / 향돌
당신 꿈에는 내가 없지?
내 꿈에는 당신이 있는데
꿈 속에서 만나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中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귀절 쓰면 한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편지 / 김남조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양이가 최고 앗 수정했습니다!
@고양이가 최고 좋은 시가 많아서 나누고 싶어 쓴 글이었는데 좋았다니 제가 더 기분 좋네요 감사합니다
다너무좋다
잘읽었어 고마워❤️
넘좋다
다 너무 좋다 좋은 글 알려줘서 고마워
삭제된 댓글 입니다.
수정했다 고마워!
하나 같이 너무 좋다 좋은 글 고마워
좋다 고마워ㅠㅠ..
너무 좋아... 고마워
잘 읽었어 글 써 줘서 고마워
난 이거 좋아해
아 다 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