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돋 인생은 짧다

[주치의의]

출처 : 여성시대 주치의의

인생은 짧다

모두들 알고 있듯, 인생은 짧다. 어렸을 때 나는 이런 의문을 가지곤 했다. 정말로 인생이 짧은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그냥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것일까? 우리의 수명이 지금의 열 배로 늘어나도 우리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인생이 짧다고 느낄까?

이 질문에 대답할 방법이 없어 보여 나는 이런 의문을 품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내 자녀를 갖게 되자, 이 질문에 대답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바로, 인생은 정말로 짧다는 것이다.

자식이 생기고 나니 쭉 이어지는 연속적인 단위같았던 시간을 분리된 개별의 단위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내 두 살 짜리 아이와 내가 보낼 수 있는 주말은 단 52번 뿐이다. 크리스마스가 마법같이 느껴지는 나이가 세 살부터 열 살까지라고 치면, 내 아이가 그런 크리스마스를 경험하는 것을 나는 딱 여덟 번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시간처럼 지속적인 무언가를 많다, 적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여덟이라는 수는 결코 많은 수는 아니다. 손에 여덟 알의 땅콩을 쥐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아니면 책장에 책이 여덟 권 밖에 없다던가. 수명이 얼마나 길든 여덟 번은 많은 회수로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인생은 짧다. 이걸 안다고 해서 바뀌는 게 있을까?

나에게는 있다. 바로 “ㅁㅁ을 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라는 식의 주장이 엄청난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그저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ㅁㅁ을 하는 건 성가시다”와 같은 의미인 것도 아니다. 당신이 정말로 ㅁㅁ을 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면, 최대한 ㅁㅁ을 인생에서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걸 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머릿속에 “헛짓거리”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어찌보면 질문 자체와 중복되는 답변이라는 걸 안다. 이 짧은 인생에서 시간 쓰기엔 아까운 짓이 바로 헛짓거리의 정의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헛짓거리만의 특징적인 면도 있다. 헛짓거리엔 어딘가 가짜 같은 면이 있다. 마치 경험계의 컵라면 같은 느낌이다. [1]

이미 시간을 할애하는 것 중에 헛짓거리가 무엇이 있는지 자신에게 묻는다면, 당신은 아마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회의, 의미없는 논쟁, 사무적인 절차, 가식 떠는 일,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수습하는 일, 교통체증, 중독성 있지만 보람 없는 오락 같은 것들.

이런 일들은 당신의 삶에 두 가지 방식으로 끼어든다. 강제로 해야하는 일이거나, 아니면 당신을 속여 당신의 인생에 잠입하거나. 강제로 해야되는 헛짓거리는 상황상 어느 정도 참아야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버는 활동의 대부분은 심부름거리 같은 잡무이니까. 또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일이 더 보람찰 수록 사람들은 돈을 적게 받고도 그 일을 기꺼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로 피할 수 없는 헛짓거리는 당신의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쳇바퀴같은 일상을 피하기 위해서 속히 말하는 기회가 많은 지역을 떠나고, 대신 삶이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 역시 항상 있어왔으니까. 이런 현상이 더 보편화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굳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더라도 더 작은 범위에서 이렇게 할 수도 있다. 헛짓거리에 강제로 써야만 하는 시간은 직장에 따라 다르다. 거의 대부분의 대기업과 아주 많은 소기업에는 헛짓거리가 깊이 스며들어있다. 하지만 당신이 의식적으로 돈이나 명예 같은 것보다 헛짓거리 피하기를 염두에 둔다면, 아마 당신의 시간을 덜 낭비하는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프리랜서거나 작은 기업을 운영한다면, 고객 개개인의 수준에서 헛짓거리를 피할 수도 있다. 당신에게 독이 되는 고객을 피한다면, 소득이 감소하는 것보다도 더 많이 헛짓거리가 당신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강제적인 헛짓거리도 있긴 하지만, 당신을 속여 인생에 잠입하는 헛짓거리들은 결국 당신의 부주의로 인한 당신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본인의 선택으로 인한 이런 헛짓거리들이 강제로 해야만 하는 헛짓거리보다 더 인생에서 제거하기 어렵다. 당신이 시간을 낭비하게끔 유혹하는 이러한 일들은 당신을 아주 교묘하게 속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한 예시가 바로 온라인에서 하는 말다툼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반박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신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런 공격이 아주 공공연하게 일어날 때도 있다. 공격 당했을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게 된다. 하지만 아주 많은 본능이 그렇듯, 이 본능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에 맞게 형성된 게 아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을 방어하는 데에 시간쓰지 않는 편이 더 낫다. 그것에 시간을 할애하는 순간, 정말로 당신을 공격한 그 사람들이 당신의 인생에 끼어들 권한을 주는 것이다. [2]

온라인에서 말다툼하는 건 심지어 중독성 있기도 하다. 이보다 더 위험한 일들도 있다. 전의 글에도 썼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부산물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좋아하는 일들이 더 중독성 있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독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신중한 노력을 기울여 우리 자신에게서 한 발짝 떨어진 채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정말 이렇게 내 시간을 소비하고 싶은가?”

헛짓거리를 피하는 동시에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은 다르게 마련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배워나가야한다. 운 좋은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수학을 좋아한다거나 동물을 보살피는 걸 좋아한다거나 글쓰기에 열정이 있다거나 하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그것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방법을 찾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섞인 채로 시작해 점점 그 둘을 구분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학교라는 인위적인 환경에 처하기 때문에 이 둘을 구분하는 데에 혼란을 겪는다. 학창시절에는 다른 아이들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여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인들에게 학창시절에 한 판단 중 가장 잘못됐던 게 뭐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나치게 신경 쓴 점이라고 대답한다.

이 일이 자신에게 중요한지 그렇지 않은지 쉽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게 미래에도 자신에게 중요할지 묻는 것이다.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것들은 빠르게 정점을 찍고 떨어진다. 이 정점이 바로 당신을 속이는 것이다. 금세 중요해지지 않을 일인데도, 이 뾰족한 정점이 당신의 의식을 바늘처럼 찌르곤 한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당신에게 중요한 일이 아닌 것도 아니다. 친구와 커피 한 잔 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래에 그 시간이 시간낭비였다고 여겨지진 않을 것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게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은 당신이 정말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핸드폰을 바라보는 당신의 소매를 잡고 “나랑 놀자”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하자고 하는 일이 바로 헛짓거리를 최소화 하는 선택지이기 마련이다.

인생이 짧다면, 이 짧음이 우리의 뒷통수를 치는 것도 당연하다. 항상 있을 거라 여기고 별로 감사하지 않았던 것들이 사라질 때 우리는 뒷통수를 맞는다. 언젠가는 이런 책을 써야지, 언젠가는 그 산을 등반해야지, 등을 다짐하다가 어느 순간 기한이 다 했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가장 슬픈 기한은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때에 온다. 그들의 인생도 짧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어머니와 시간을 더 많이 보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고 후회했다. 나는 언제든 어머니가 항상 그 자리에 계실 것처럼 여기며 살았다. 그리고 어머니도 당신만의 조용한 방식으로 그 착각을 장려하셨다. 하지만 말 그대로 착각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실수를 한다.

무엇이 됐든 그것에 뒷통수 맞지 않는 방법은 항상 의식적으로 그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삶이 정말 위태롭던 시절, 사람들은 지금 생각하면 병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죽음을 항상 의식하며 살았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항상 우리 머리맡을 노리는 저승사자를 떠올리며 사는 게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문제를 뒤집어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일에 관해서는 더 성급해지고 안달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그 산을 등반하거나 그 책을 쓰거나 당신의 어머니를 찾아뵙기 전에 기다리지 않는 것. 왜 이 일을 하기 위해서 기다리면 안되는 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다리지 않는 것. 

무언가가 충분하지 않을 때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그 무언가를 더 얻으려고 하는 것, 두 번째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인생의 경우 두 가지 모두 말이 된다.

인생을 어떻게 사는지가 인생을 얼마나 오래 사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그 중에는 나도 포함된다.

하지만 아마 지금 인생에 남아있는 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냥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게 두기는 너무 쉽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흘러가는 인생도 좋지만, 이건 교묘하게 모습을 바꿔 잡무와 알람으로 가득 차 질척질척 흘러가는 일상이 되기도 한다. 제임스 설터의 ‘하루하루를 불태우다’라는 책이 있는데, 책 본문보다 이 제목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시간을 어느정도 느리게 흘려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살면서 이것에 더 능숙해진 것 같다. 특히 아이가 있는 건 도움이 된다. 어린 아이를 키우다보면, 그저 지나쳐버리기에는 너무 완벽한 순간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경험을 정말 마지막까지 짜냈다고 느낄 정도로 겪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어머니를 떠올리면 슬퍼지는 건 어머니가 그리워서도 있지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많은 일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내 큰 아이는 곧 일곱 살이 된다. 그 애가 세 살일 때의 모습이 그립기는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들에 관해 후회는 전혀 없다. 우리는 정말 아빠와 세 살 짜리 아이가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헛짓거리를 가지치듯 잘라내고, 정말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망설이지 말고,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을 음미하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 짧을 때 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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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에는 헛짓거리가 가진 부가적인 의미들 때문에 이 단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그 다른 의미들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의미라는 걸 깨달았다. 가령, 유식한 척 하고 있어보이려고 하는 헛소리의 “헛”스러움은 우리가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헛짓거리와 아주 유사하다. 

[2] 이 예시는 사실 나 자신에게 하는 조언의 일환으로 골랐다. 나는 온라인 상에서 공격을 자주 받는다. 사람들은 나에 관한 정말 말도 안되는 거짓말도 한다. 그리고 여태껏 나는 본능적으로 “저기요, 그거 사실 아니거든요?” 하고 반박하려는 걸 그럭저럭 참아왔다.

'Lisp'라는 컴퓨터 언어를 만들고 '와이 콤비네이터', '해커 뉴스' 등을 창업한 영국 출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사업가, 벤처 기업가인 폴 그레이엄의 에세이.

맨날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시간없으니까 나중에, 하고 중요한 건 미루면서 정작 그닥 그렇~게 재밌지도 않은 폰겜 같은거 붙잡고 시간 보내서 너무 뜨끔했음... 나도 종종 보면서 명심하려고 가져옴

[후덕아피마]

돈과 빚이 내 발을 잡네... 헛짓거리 인생ㅠ 돈과 바꿀 수 있는 가진게 시간뿐인데ㅠㅠ

[우주는내편이야]

가지치기를 잘 해야겠다 좋은글 고마워 여시야 지우지 말아줘ㅠㅠ

[고양이이귀여워]

올려줘서 고마워!! 두줄 읽다가 일생겨서 일하러가야겟다ㅠㅠ일만 하고 다시 읽으러와야지

[딥러]

잘봤어. 좋아하는 일을 하기위해선 망설이지 않아야한다.. 몇달전에 깨달은 사실이야. 하려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도 망설이지 말아야한다. 우리는 정말 무의식적으로 모든 일을 해낼 때 최적의 순간이 다가오길 바라며 기다리는 습관이 있는것같아. 어차피 할 일이고, 하고싶은 일이면 쓸데없이 워밍업하며 흘려보내는 시간을 빨리 깨닫고 그걸 없애도록 노력해야해. 가령 사고싶은 수영복이 있는데도, 그걸 입고 수영장 다니기엔 내가 너무 초보인것 같아서 무난히 튀지 않는 수영복을 고르는 일 등. 왜냐하면 몇달 뒤엔 어차피 사고싶었던 수영복을 살거거든. 그러니 처음부터 돌고 돌지 않고 원하는걸 고르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돼.

[주치의의]

나도 이 부분이 제일 와닿았음... 아직은 준비가 덜 돼서, 해결해야될 다른 일이 남아서, 계획을 덜 세워서, 핑계대면서 최적의 타이밍을 노리다보면 오히려 제일 중요한 일을 제일 뒤로 미루게되는거같아ㅋㅋㅋ정작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엔 참을성도 없이 굴면서

[we burn you burn with us]

좋은 글이다! 고마워!

[승조힘조]

이따 다시 읽으러옹게! 좋은글 고마워!

[여름여시]

그만 미루자 나야..좋은글 고마워!

[멋지다 예쁘다]

고마워 여시야!!

[꺄핳훙헤]

이따 다시 읽으러 올게

[kda아리]

좋은글이다 ㅠㅠ 연어왔다가요

[ONMYWAY]

넘 좋다 이글., 올려줘서 고마워!!^^

[같은 여시한테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못 본 여시들도 많이 봤음해서 끌올해용 좋은 글 고마워 여샤

[챰꺠랴면]

좋은 글이라 끌올했어. 고마워

[치킨맛젤리]

고마워 여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