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서울여성이혼기 1 - 바보온달을 택하는 들장미소녀 캔디

[늦지 않았다 시작하자!]

한 이혼전문 변호사가 본인 블로그에 쓴 글인데 요즘은 비혼주의가 대부분이지만 비혼주의가 아니거나 결혼 적령기를 앞두고 초조해하는 여자들도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져와봤어


글이 많이 긴데 그래도 끝까지 읽어보는 걸 추천할게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유명한 “들장미소녀 캔디”라는 만화영화가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주 시골마을의 ‘포니의 집’이라는 고아원에서 자란 말괄량이 소녀 캔디가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뤄내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197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만화(원제는 '캔디캔디')이고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말과 1983년에 두 차례 텔레비젼 방영이 되었던 오래된 만화영화이지만 시대를 초월한 고전인지라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들장미소녀 캔디처럼 똑똑하고 예쁘지만 가난한 지방 출신 여성이 서울로 올라와 역경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면서 꿈을 이루는 그런 이야기는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지방의 가난하고 무능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이런 캔디 아가씨는 어려서부터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하고 세상에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처절하게 노력하며 자라납니다. 누가 용돈을 제대로 주는 사람도 없고 공부하라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무능하면서 성질만 부려대는 폭군 같은 아버지와 이런 아버지를 감싸고 돌며 자식들 공부에는 관심도 없고 오히려 자식들에게 정서적으로 기대기만 하는 어머니, 혹은 식물인간처럼 아무런 활력이 없고 비실비실한 아버지와 탐욕스럽지만 경제적으로 별로 쓸모없는 짓만 하는 어머니 같은 인생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만 되는 그런 부모가 집에 버티고 있으며 캔디의 이것저것을 참견하고 이런 저런 공부에 방해되는 일을 시켜대고 시비를 걸어대기에 똑똑한 캔디에게 있어 집은 그냥 빨리 탈출해 나와야 할 지옥일 뿐입니다.



똑똑하고 예쁜 소녀 캔디는 자신의 인생출구는 공부에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합니다. 지긋지긋한 가난,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부모, 지방도시 특유의 항상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정체된 느낌과 우울한 분위기, 자신이 시골 교사이면서도 자신의 학생들을 무시하며 여기서 공부 잘 해 봤자 너희들은 서울 가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비웃어대는 교사들, 이런 주위 환경은 캔디에게 도전정신을 일깨워줍니다. 예쁘고 똑똑한 나는 이런 시골에 살면 절대 안 됩니다. 어떻게든 이곳을 탈출하여 서울로 가서 꿈을 이뤄야 합니다.



주변 환경은 공부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반대로 공부를 어떻게든 방해만 하는 가운데 캔디 소녀는 굳은 의지로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결국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가운데 서울의 좋은 대학, 좋은 과에 들어가거나 의대, 한의대, 약대처럼 전문직이 될 수 있는 학과에 들어갑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캔디는 다시 대학 이후의 진로라는 새로운 꿈을 위해 다시 처절한 사투를 벌입니다.



다른 아이들이 부모 돈 받아서 학교 다니며 놀러 다닐 때, 캔디는 놀 겨를도 없습니다. 과외를 하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공부도 열심히 합니다. 부모 잘 만나 돈 걱정 없이 편안하게 학교 다니는 같은 과의 나약한 여자아이들과 자신은 전혀 다른 삶입니다. 그 아이들은 중간에 뭔가 잘못되어도 부모가 돈으로 해결해주면 되고 부모 돈으로 다른 대안을 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캔디는 그런 대안이 없습니다.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과외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리고 취업에 필요한 이런 저런 활동도 열심히 합니다.



그 결과 캔디는 결국 어려움을 이겨내고 꿈을 이룹니다. 명문대, 명문과를 나와 좋은 대기업이나 외국계 회사에 취직하거나, 의사, 약사, 회계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됩니다. 그리고 이제 좋은 직업을 통해 돈도 잘 벌어서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어 갑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 학교 기숙사와 대학가 고시원을 전전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졸업 후에는 신림동이나 강북의 쪽방 같은 원룸에 살았으나 이제는 직장 근처의 좋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살게 됩니다. 혼자 모든 것을 이뤄나가며 돈도 허투루 쓰지 않았기에 그 나이 다른 여자들에 비해 돈도 꽤 많이 모아놓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결혼입니다. 시골에서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고 방해만 하는 번잡한 환경을 이겨내고 처절하게 공부하고 노력해서 서울의 명문대학, 전문직, 좋은 직장 등을 이뤄낸 예쁘고 똑똑하고 당찬 들장미소녀 캔디는 만화에서라면 안소니, 테리우스, 스테아, 알버트 같은 좋은 집안의 돈많고 잘 생긴 남자를 만나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서울의 들장미소녀 캔디는 테리우스나 알버트와 결혼하지 않습니다.



캔디가 선택하는 남자는 엉뚱하게도 바보온달입니다.

어려서 읽은 전래동화의 내용 그대로 온달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얼굴도 못 생겼고, 사람들이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던 사람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동네 바보형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평강공주가 어느 날 찾아와서 결혼하게 되고 이후 마누라 덕분에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나중에는 왕의 사위로 인정받고 장군이 되어 무공을 세우는 등 출세합니다.

전래동화의 이러한 해피엔딩과는 달리 21세기의 들장미소녀 캔디가 선택하는 바보온달은 캔디의 도움을 받아 출세를 하여 캔디의 선택에 보답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그냥 바보에서 나중에는 사악한 바보로 바뀌어 캔디를 괴롭히고 캔디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립니다.

지긋지긋한 고향과 부모를 뒤로 하고 서울로 올라와 악착같이 노력하여 성공한 들장미소녀 캔디는 다른 사람에게 절대 지지 않으려는 처절한 투지와 헝그리 정신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근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역경을 이겨내고 명문대, 전문직자격증, 좋은 직장 같은 성공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투지와 헝그리정신은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지방에 살 때 캔디는 이렇게 예쁘고 똑똑한 자신이 주위의 못 생기고 흐리멍덩한 여자애들과 같은 촌닭 취급을 받는 게 너무 분통 터졌습니다. 여기 시골이나 지방도시에 머물며 평생 살아가기에 자신은 너무 예쁘고 똑똑한 여자애입니다. 나는 반드시 서울에 가서 내 능력을 인정받고 날아올라야 합니다.


캔디는 열심히 노력해서 서울의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일단 서울에 와서 보니 자신의 인물에 대한 자신감이 확 떨어지게 됩니다. 강남역이나 홍대앞에 가면 너무도 예쁘고 세련된 여자들이 쉴 새 없이 눈앞에 계속 지나갑니다. 모델처럼 예쁜 서울 여자들을 보며 잠시 위축되긴 했지만 캔디는 저런 여자들은 공부 못하고 직업도 별볼일 없고 남자나 꼬시러 다니는 애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캔디 자신은 저런 애들처럼 ‘천박하게’ 예쁘기만한 여자가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예쁜’ 여자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열심히 공부해서 이룩한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들어가서 그 곳의 여자아이들을 보니 예쁘고 공부 잘하는 여자애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자신이 갖지 못 한 것까지 가졌습니다. 바로 잘 사는 부모의 경제력과 안정되고 화목한 가정입니다.

헝그리 정신과 투지로 똘똘 뭉친 우리의 캔디는 어떻게든 부모 잘 만나 강남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서 여기까지 온 세상물정 모르는 저 여자애들과 자신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생활 자체가 온실의 화초 여자애들과 캔디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강남 화초녀들은 항상 아빠 엄마가 주는 풍족한 돈으로 방학 때엔 해외여행 가고 외국 교환학생 연수도 가고 다른 명문대 남학생들도 만나 사귀며 대학생활을 만끽합니다. 그러면서도 강남 화초녀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공부도 잘 합니다. 캔디는 이런 강남 화초녀들과 어울리며 이들과 남자에 대한 얘기, 공부에 대한 얘기, 미래에 대한 얘기 등을 나누고 남자들도 만나보지만 어쩐지 너무 재수 없을 뿐입니다. 그리고 캔디는 항상 학교생활과 전문직 시험, 취업 등 단계에서 오직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만을 생각하는데 반해서, 이들 강남화초녀들은 생존 자체는 관심 없고 자신이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만을 이야기합니다. 경제적 여유로 인해 생존 자체에 대해 신경을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강남화초녀가 감정의 과잉으로 징징대는 것이 정말 재수 없습니다.


대학시절이 다 끝나고 캔디도, 강남화초녀들도 결국 원하던 바를 이룹니다. 의사, 치과의사, 약사, 회계사 등 전문직이 되거나,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외국계회사 같은 좋은 직장에 취업합니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보니 캔디는 대학시절에 재수 없었던 강남화초녀가 더욱 재수 없습니다. 캔디가 이런 꿈을 이루기까지는 너무도 처절한 노력과 분투가 있었습니다. 대학시절 내내 힘들게 알바를 뛰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일주일에 단 하루 제대로 쉬지도 않고 밤낮으로 노력하여 일군 자리입니다.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투지와 헝그리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좋은 직업을 쟁취한 캔디는 이제 다음 단계를 노립니다. 의사가 되었다면 좋은 종합병원에 인턴이나 레지던트로 가는 것이고, 회계사가 되었다면 대형 회계법인의 핵심부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라면 서울 본사의 유력 부서에서 일하며 성공의 커리어를 착착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캔디는 다시 좌절을 느낍니다.

자신은 이제까지 죽을 각오를 하고 처절하게 노력하여 이룬 이 모든 것들을 강남화초녀들은 너무나도 쉽게 이룹니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와서도 그들은 아빠의 전화 한 통으로 쉽게 원하는 부서에 갑니다. 그리고 직장에서도 화초녀들은 특유의 근심 걱정 없고 쿨한 태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삽니다. 사람들은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캔디보다는 뭔가 어리숙하지만 악의가 없어 보이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은 부자집 따님 강남화초녀에게 더 호의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남화초녀의 집안 배경 자체가 좋다는 소문이 나니 사람들은 강남화초녀에게 오버해서 호의를 보입니다. 대체 화초녀에게 잘 보여봤자 그녀의 부모로부터 얻을 이익도 없을 것인데도 사람들은 그렇게 비굴하게 행동합니다. 그런 꼴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캔디는 너무 속상합니다.


게다가 화초녀들은 집안 좋고 직장 좋은 남자들과 너무도 손쉽게 사귑니다. 화초녀들은 캔디와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들이 현재 사귀는 남자들을 품평해가며 돈 많은 집 아들로 학벌도 좋고 직장도 좋은 남자들을 만나는 이야기만 해댑니다. 캔디처럼 좋은 직장, 좋은 직업에 있을 수록 주위에는 부자집 딸내미 화초녀들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화초녀들이 하는 얘기는 자기 엄마 아빠와 해외여행 가는 문제로 지지고 볶고 했다는 그런 얘기 아니면 부자집 아들 남친 이야기입니다. 캔디가 보기에 화초녀가 이야기하는 그런 남자애들은 그저 나약한 마마보이일 뿐이고 화초녀와 마마보이가 만나서 지지고 볶고 하는 꼴이 그냥 재수 없을 뿐입니다.


캔디는 이런 화초녀들 속에서 다시 헝그리 정신과 투지가 생깁니다. 무엇보다 나는 이런 온실 속 화초로 자라 세상물정 모르는 천박한 철부지들과는 다릅니다. 나는 주체적으로 살아왔고, 모든 것을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사력을 다해 처절하게 이룩해나갔습니다. 내가 떠나온 시골에서도 나는 내 주변의 그들과 달랐지만, 꿈을 이룬 이 서울에서도 나는 내 주변의 그들과는 다릅니다.



나는 그들과 다릅니다.

캔디의 인생은 결국 이런 차별화의 연속입니다. 이제 좋은 직업을 갖게 되었으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하게 됩니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여유가 없어서 놀거나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는데 이제는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으로 인해 놀거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옷도 이제는 강남화초녀들처럼 명품 옷도 사입을 수 있습니다.


엄마가 딸의 패션에 간섭하는 강남화초녀들의 패션은 엄마의 영향으로 뭔가 보수적인 반면에, 캔디는 화려하고 야한 스타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화장도 뭔가 세고 야한 화장을 합니다. 주체적인 여성의 주체적인 패션과 화장입니다.


캔디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게 됩니다. 스페인이나 크로아티아 같은 곳에 해외여행을 가고, 제주도에 가서 둘레길을 걷고 민박을 하며 다양한 또래 젊은이들을 만납니다. 클럽에 가서 술을 먹고 남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제 주변 화초녀들은 결혼을 하나씩 해나갑니다. 대부분 학벌 좋고 집안 좋지만 딱봐도 나약해 보이는 그런 마마보이 스타일과 결혼합니다. 몇몇 친구들은 캔디에게 그런 스타일의 남자를 소개시켜 주어 몇 번 만나보기도 하나 캔디는 이런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화초녀들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캔디가 고른 신랑감은 엉뚱하게도 집안도, 학벌도, 직업도 별볼일 없고 심지어 인물도 별볼일 없는 그런 찌질한 남자입니다. 캔디는 그런 남자를 해외여행이나 제주도 둘레길 여행, 홍대나 강남의 클럽 같은 곳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아니면 동네 카페나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남자인데 캔디가 고객으로 드나들다 사귀게 된 케이스입니다. 학벌이건 집안이건 경제력이건 인물이건 하여간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그 남자는 캔디에게 그렇게 큰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데 오히려 캔디가 적극적으로 그 남자에게 다가서서 연애를 주도하고, 결국 결혼도 그 남자에게 강요해서 이뤄냅니다. 평강공주가 바보온달에게 찾아가 적극적으로 구애하여 결혼하는 것 같은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도대체 의사, 회계사, 약사 같은 전문직 혹은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외국계회사 같은 좋은 직장의 높은 연봉을 받는 성공한 커리어우먼, 게다가 세련되고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캔디가 왜 저따위 흐리멍덩한 바보온달과 결혼하는지에 대해 캔디가 사는 메이저리그의 사람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캔디의 직장에선 캔디의 신랑감이 겉으로는 아무 것도 없고 바보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벌가문의 숨겨진 사생아다 라는 헛소문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문은 소문일 뿐이고 캔디의 신랑은 정말 학벌도 없고, 돈도 없고, 집안도 가난하고, 인물도 안 좋은데다 직장도 별볼일 없거나 아예 없는 그런 인물입니다.



남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캔디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좋은 선택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 이 남자는 이렇게 생겼지만 이 남자에게는 장래성이 있습니다. 그 장래성을 자신이 끄집어내어 보다듬어 준다면 이 남자는 크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캔디 자신은 일찌기 서울에 올라와 다양한 고생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안목, 사람을 보는 통찰력을 키워놓았기에 캔디 자신이 본 이 남자의 장래성은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바보온달 신랑이 중소규모 식당에서 일하는 월급쟁이 요리사라면 자신과 스타트업으로 골목식당을 차리고 그것을 프랜차이즈화 하여 백종원 같은 사업가가 될 것이고, 중소 IT회사에서 일한다면 결혼 후 자신이 도와 스타트업을 차려 회사를 상장을 시켜 큰 돈을 버는 사업가가 될 것이고, 여행을 좋아하다면 결국 해외여행에서 본 여러 사업 아이템 중 하나로 스타트업을 차려 크게 성공할 것입니다. 캔디의 다음 꿈은 바로 스타트업입니다.



결국 캔디는 바보온달과 이런 스타트업에 대한 꿈을 서로 공유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결혼합니다.

바보온달은 캔디가 꾸는 스타트업의 꿈에 적합한 인물입니다. 온순하고, 캔디를 믿고 따르며, 절대 캔디의 말에 거역하지 않습니다. 좋은 학교 나왔다고, 집안에 돈 좀 있다고, 좋은 직업 가졌다고, 잘생겼다고 잘난 척하는 그런 속물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바보온달은 캔디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릅니다.


캔디는 바보온달과의 결혼을 통해 “나는 그들과는 달라!”라는 자신의 좌우명을 실천하게 됩니다. 확실히 바보온달은 캔디가 속한 좋은 직장 혹은 전문직 사회의 또래 여성들이 선택하는 그런 신랑감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번에도 역시 캔디는 그들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바보온달을 택해서 결혼한 캔디는 보통 아기도 빨리 낳습니다. 캔디는 성격이 급하기에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도대로 이제껏 자신이 모아둔 돈을 가지고 바보온달을 통해 스타트업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찾아낸 숨은 진주 같은 남자였던 바보온달, 자신과 함께 스타트업을 꿈꾸던 바보온달이 이제는 더이상 스타트업 같은데 흥미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바보온달은 그저 흐리멍덩하게 백수로, 혹은 지금까지 해온 방식 그대로 중소기업의 말단직이나, 동네 상가 점원 같은 해오던 일을 계속 하면서 사는 생활에서 한치도 더 나아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바보온달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제 마누라인 캔디가 돈을 잘 벌어서 갖다주니까 자신이 구태여 열심히 뭔가를 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인생에서 최초로 너무나 경제적으로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보온달은 그냥 이제까지 하던 거 대충대충 하면서 자신이 받은 적은 월급은 자신이 다 쓰고, 거기에 더해 돈 잘버는 성공한 마누라에게서 돈을 받아서 써대며 안락하게 사는 그런 삶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천성적으로 바보온달은 게으릅니다.


마누라가 얻은 좋은 아파트에서, 마누라가 주는 돈으로 편하게 지내고, 마누라가 시켜주는 해외여행 다니는 그런 삶이 너무나 맘에 듭니다. 그리고 캔디가 아이를 낳자마자 그동안 별다른 할 일 없이 가난하게 지냈던 바보온달의 엄마가 달려와서 아기를 봐주며 캔디로부터 돈을 받아냅니다. 이제 바보온달은 마누라 덕에 엄마에게 돈까지 드리며 효도하게 됩니다.

들장미소녀 캔디의 생각과는 달리 바보온달은 원래부터 그냥 바보였습니다. 학력이 낮고 안좋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돈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스페인, 크로아티아 같은 곳에 배낭여행이나 다니고 제주도 둘레길 여행과 민박을 하며 현지에서 여행온 여자들을 만나서 착한 척하고 문학소년 같은 얘기나 떠들어대는 남자는 오로지 여행지 그 곳에서는 통할 지 몰라도 먹고 사는 일상사회의 전쟁터에서는 별로 쓸데가 없는 그런 인물형입니다. 만약 클럽에서 만났다고 한다면, 더욱 문제가 많습니다. 클럽에서 춤추다 만난 여자에게 자기가 앞으로 스타트업을 할거라고 떠벌리는 남자가 제대로 된 남자일리 없습니다.


바보온달은 학력이 낮기에 고학력자인 캔디의 말을 전혀 잘 알아듣지도 못합니다. 결혼 전에 캔디와 사귈 때 캔디는 바보온달이 자신의 말을 다 동조해주고 자신의 말에 다 따르는 착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완전 착각이었습니다. 바보온달은 무식하기에 캔디가 사용하는 언어가 무슨 뜻인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냥 캔디가 하는 말에는 다 맞다고 짧게 맞장구를 쳐주며 캔디의 말을 그냥 반복해서 말해줬던 것입니다.

바보온달은 착해서 자신이 맘대로 주무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캔디의 기대 역시 헛된 기대였습니다. 바보온달은 머리 나쁘고 소극적이고 매사를 회피하는 회피형 인간입니다. 그저 연애 때는 자신이 돈도 없고 여러 면에서 캔디보다 열등한 지위에 있으니 그냥 캔디의 말대로 따른 겁니다. 그래야 캔디에게서 용돈이나 선물 등 여러가지를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캔디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자기 엄마를 집에 아기 보는 역할로 불러들였으니 숨겨져있던 사악함과 무능하고 게으르고 나약한 남자 특유의 남탓과 피해의식이 노골적으로 터져나옵니다. 자기가 무식해서 캔디가 말하는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 하는 것을 가지고 캔디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자신의 엄마가 아기를 보러 오니까 자신의 우군이 생겼다는데서 느끼는 수적 우위에 의한 자신감, 그리고 이제 아기를 낳았으니 네가 갈 데가 어딨냐, 너는 그래봤다 여자일 뿐이다라는 우월의식이 합쳐지니 이제 이 바보는 도리어 캔디를 지배하려고 듭니다. 그리고 그 지배의 방법은 간단합니다. 캔디를 두들겨 패는 겁니다. 머리가 나쁘고 말로는 이길 수 없으니 그냥 폭력을 씁니다. 온달은 자신이 피해자니까 폭력을 써도 정당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하고 예쁘고 남들이 다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인 캔디는 집에 들어가면 못 배우고, 가난하고, 천박하고, 게으른 바보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동시에 협공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두들겨 맞는 가정폭력을 당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캔디는 철저하게 고립됩니다. 고향에 있는 부실한 부모에게 연락할 수도 없고, 누구가에게 이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캔디는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과 가난을 무기로 불쌍한 척하고 아기를 봐준다는 명분으로 며느리의 돈을 뜯는 것에만 관심 있는 시어머니 두 사람의 현금인출기 같은 삶을 살게 됩니다. 게다가 바보남편은 이제 폭력까지 휘두릅니다. 그리고 캔디에게 결혼 전 약속했던 그 스타트업을 하게 돈을 달라고 아예 돈 맡겨놓은 채권자처럼 온달 모자는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역시 돈을 안 주면 폭력이 이어지고, 만약 돈을 준다면 그 돈을 여기저기 개념없게 쓰고 온달엄마가 가져가는 식으로 돈을 다 날립니다. 스타트업 같은 것은 애초부터 바보온달은 할 계획도 없었고,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그런 걸 할 능력 자체가 없습니다.

결국 이런 식의 결혼은 이혼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유형의 이혼에서 이혼소송을 먼저 청구하는 쪽은 언제나 바보온달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 바보온달과 바보온달의 엄마는 둘이 같이 변호사를 찾아와 그동안 캔디가 자신들을 얼마나 무시했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성토해댑니다. 지가 똑똑하면 얼마나 더 똑똑하다고, 지가 배우면 얼마나 더 배웠다고, 지가 돈을 잘 벌면 얼마나 잘 번다고... 이런 말은 바보온달과 온달의 엄마가 항상 하는 말입니다.


이들 온달 모자는 거듭되는 폭력과 가정불화로 캔디가 더이상 자기들 모자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게 되면 바로 이혼소송을 하게 됩니다. 온달모자는 이혼소송을 일단 걸면 캔디가 아기를 키우는게 두려워서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혼을 해주지 않는 대신에 전세금 혹은 캔디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나 분양권을 온달 이름으로 하라고 강요하게 됩니다.

바보온달과 온달엄마가 변호사를 찾아와 이혼을 맡길 때는 대부분 아이가 두 돌 정도 되었을 무렵으로 항상 이맘때면 바보온달과 캔디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가 만료되기 직전의 시점입니다. 전세가 만료되기 전에 빨리 이혼소송을 해서 전세금 전부를 다 뜯어내야 합니다



이혼소송을 당하게 된 캔디가 이혼에 동의한다면 이제 온달모자는 아기에 대한 친권·양육권에 집착합니다. 아기가 자기들에게 있어야 캔디에게서 매달 공식적인 양육비를 받아내고, 공식적인 양육비 말고도 갖은 명목으로 아이를 볼모로 잡아 돈을 뜯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난과 무식과 피해의식을 무기로 온달 모자는 똘똘 뭉쳐서 캔디에게서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하는 반면에, 무식하고 예의없고 가난하면서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과 그 시어머니로부터 고통을 당하는 캔디는 섣불리 이혼소송을 스스로 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캔디는 주위의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 자신에 대해 쉽게 잘못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인생은 패배한 것이 됩니다.

이런 소송을 캔디의 대리인으로 맡게 된다면 무엇보다 캔디 자신이 했던 남들과 달랐던 선택이 좋은 선택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긴 하였으나 전적으로 캔디 자신의 잘못도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경우였고, 그런 선택을 했다고 캔디가 인생에서 패배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이럴 때 설명해 줄 수 있는 개념은 경제학에서의 ‘역선택(逆選擇, adverse selection)'이라는 이론입니다

경제학에서 역선택이란 사람들이 품질이 좋은 상품과 품질이 나쁜 상품이 있을 때 품질이 나쁜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이라면 좋은 물건과 나쁜 물건이 있다면 당연히 좋은 물건을 선택해야 하는데 나쁜 물건을 선택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나쁜 물건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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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보험시장의 경우 보험사와 보험가입자가 있을 때 보험사고 발생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보험에 가입하려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험회사는 자신들이 보험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과 계약하여 결국 보험금을 지급하게 됩니다. 담배를 피는 사람과 안 피는 사람 두 부류 중 주로 피는 사람이 보험사를 찾아가서 계약을 하게 되는 것이나, 집안 대대로 간암이라는 가족병력을 지닌 사람이 일찌감치 보험사를 찾아가 암보험을 들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담배를 안 피거나 집안 암병력이 없는 사람은 나중에 자신이 보험금을 탈 확률이 적으니 보험계약에서 손해볼 것 같아 보험 가입을 안하고, 나중에 보험금을 확실하게 탈 것 같은 상습 흡연자나 집안 암병력 있는 사람은 보험계약을 맺게 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좋은 계약물건과 나쁜 계약물건 중 나쁜 물건을 계속 사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역선택(逆選擇, adverse selection)이라고 합니다. 이는 보험가입자와 보험회사 간의 정보력에서 보험가입자가 월등히 정보력이 앞서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이런 경우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생깁니다. 중고차 판매자가 구매자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가격에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은 나쁜 차를 가진 사람이고, 결국 중고차 시장에는 나쁜 차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므로 구매자는 질 낮은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캔디가 온달을 택하는 결혼도 역선택 이론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정보력면에서 캔디와 온달을 비교해보면 온달은 캔디가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좋은 수입을 얻고 있다는 캔디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것에 더해서 캔디가 앞으로도 현재의 직업에서 승진을 하거나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면서 돈을 계속해서 더 많이 벌게 된다는 캔디의 미래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캔디는 상대가 과거에 형편없는 학벌을 가지고 사회에 나와 지금 변변찮게 살고 있다는 것 빼고는 이 자가 미래에 뭐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정보가 없습니다. 캔디는 온달이 자신과 결혼하면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자신에게 충성하면서 열심히 일해서 스타트업을 세워 성공한다는 것을 확신하며 온달을 선택했지만 온달의 미래 관련해서 캔디가 생각한 이 부분은 온달 관련한 객관적인 정보라기 보다는 그저 캔디의 주관적이고 모호한 관념에 불과합니다. 이건 정보가 아닙니다.


결혼은 상대의 미래 관련한 정보를 탐색하여 선택하는 것이므로 캔디의 미래를 충분히 아는 온달과 온달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그저 공상속에서 "기대"를 할 뿐인 캔디 사이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캔디는 무조건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캔디는 어려서부터 “나는 그들과는 달라!”라는 말을 기준삼아 선택을 하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캔디는 결혼전에는 자기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알고 있기에 그런 선택을 해서 좋은 결론을 얻은 것입니다. 즉, 결혼 이전의 캔디가 한 선택에서 캔디는 자기자신에 대한 정보력이 충분했습니다. 캔디는 자신이 예쁘고 똑똑하고 집념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다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정보를 활용한 선택에서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혼의 경우 나 자신 관련한 정보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미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들과는 달라!”라는 기준은 내 자신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나를 판단한 뒤 그 판단을 선택을 하는데 써먹은 것인데, 온달과의 결혼에서 “나는 그들과는 달라!”라는 기준은 결혼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보인 온달의 미래에 대한 정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캔디가 “나는 그들과는 달라!”라고 하며 자신과의 비교 기준으로 삼은 "그들"인 화초녀들은 결혼상대자를 고를 때 상대방 남성의 과거와 현재의 정보를 토대로 미래에 대한 정보를 실증적으로 도출해내서 그 정보를 가지고 선택을 했기에 캔디보다 나은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남들 놀때 열심히 공부한 성실한 사람이고 지적인 능력이 남들보다 좋다는 증거이고 그런 성실성과 지적능력은 미래에도 이어져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잘사는 집 아들이라는 것은 이 남자와 결혼했을 때 미래에 무슨 일이 닥쳐도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은 피할 수 있거나 더 나아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결혼 당시보다 더 부유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또한 잘 생겼다는 것은 이 남자와 결혼해서 낳을 아이가 인물이 좋을 확률이 높다는 것인데, 예쁘고 잘 생긴 아이를 낳는 것은 당연히 삶의 효용을 높입니다. 그리고 심미적으로도 자신이 잘생긴 남편에 대해 보기만해도 좋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할 수 있는 그런 효용도 있습니다. 암튼, 캔디가 "나는 그들과는 달라!"라고 차별화의 대상으로 삼았던 그들인 강남화초녀들은 남자의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정보를 활용해서 신랑감을 골랐습니다. 당연히 캔디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캔디의 선택은 그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과학적인 판단은 하지 않은 채 그냥 도박을 한 것과 같습니다. 도박이란 잃을 확률이 딸 확률보다 훨씬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캔디는 남들이 경제학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로서의 결혼을 할 때, 투지와 헝그리정신을 지닌 자신은 그들과는 다르다며 그냥 로또 한 장에 몰빵을 한 겁니다. 물론 그 로또가 당첨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첨 확률은 형편없이 낮습니다.

이러한 역선택 이론을 알려주며 캔디의 선택이 파국을 몰고 온 것이 전적으로 캔디가 무엇을 잘못한 것이 아닌 정보의 차이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결과였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무엇보다 이러한 역선택을 인생에서 한 번 했다고 해서 인생이 패배한 것은 아니고 다시금 합리적 선택을 하면 된다고 설명하는 일은 이런 종류의 이혼에서 캔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캔디에게 필요한 과정은 아이에 대한 친권·양육권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입니다. 아이를 자신이 키울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주장하는 바대로 상대에게 아이를 맡길 것인지 대해 다시금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해야 합니다.


친권양육권 부분에 대한 결심만 서면 나머지 부분인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관련해선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온달모자가 주장하는 위자료나 재산분할 관련 내용은 대부분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생활 중 캔디가 자신은 학벌이 높고 좋은 직업을 가졌다며 남편을 개무시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주는 모욕적인 발언을 했으니 위자료 몇 천만원을 달라는 것이 위자료 주장인데 대부분 그냥 기각됩니다. 무식해서 못 알아들은 것을 가지고 자기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며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니 위자료 판결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재산분할 역시 혼인기간이 짧았고 바보온달이 그다지 재산형성에 기여한 것도 없으니 바보온달에게 유리할 것은 전혀 없습니다. 만약 바보온달 모자가 아이의 양육을 맡게 된다 하여도 양육비는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의해 판사가 기계적으로 산정하게 됩니다.

꽤 자주 일어나는 이런 이혼소송에서 제가 바보온달 모자편에 서서 소송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식하고 탐욕스런 온달모자는 계약 전 상담에서 제가 가정법원의 양육비 산정기준표나 재산분할 명세표를 보여주며 양육비나 재산분할에 대해 설명하면 왜 고작 그것 밖에 안되냐며 화를 내며 저를 무능한 변호사라고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해주는 법률사무소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블로그를 통해 영업을 하는데 블로그에 글을 길게 쓰기 때문에 무식하고 언어이해력이 부족한 바보온달은 제 블로그를 보지도 않고, 만약 본다고 해도 끝까지 읽지도 않으며, 몇 문장을 읽는다고 해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인내심을 갖고 다 읽는다고 해도 이 변호사는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길게 써놓고 잘난 척이나 하는 재수 없는 놈이라며 반감을 갖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무식하고 못 배우고 돈 못 버는 것과 똑똑한 아내에 대한 피해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무기로 역시 똑같이 가난하고 무식하고 탐욕스러운 자신의 엄마와 합세해서 아내를 괴롭히는 바보온달은 제 의뢰인이 아닙니다. 그런 자는 저에게 오지 않습니다.

들장미소녀 캔디가 바보온달과 결혼했다 파국을 맞는 이런 경우는 상당히 흔합니다. 캔디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처절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알 수 있기에 이런 사건에서 캔디가 겪는 고초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역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캔디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캔디의 ‘나는 그들과는 달라!’라고 외치며 헝그리 정신과 투지를 불태운 삶의 자세는 캔디를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게 했고, 또한 사회적으로 성공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결혼 한 번 잘못 선택했다고 해서 캔디의 그런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정보는 과거와 현재의 경험에 의한 실증적인(empirical) 정보에서 나옵니다. 감정과 기분, 주관적인 기대에 따른 선택은 과학이 아니라 도박입니다. 내 인생의 결혼이라는 선택을 과학에 맡길 것인지 도박에 맡길 건인지에 대한 선택은 당사자의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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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과학을 택했다면 과학적인 정보 수집을 통해 정보력의 비대칭을 줄여 역선택을 막아야 합니다.

물론 도박을 한다고 해서 다 돈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장에서 돈을 따는 사람은 분명히 있고 로또를 샀다가 큰 돈을 버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럴 확률이 아주 낮을 뿐입니다.


만화영화 "들장미소녀 캔디"에서 주인공 캔디는 왜 미래에 미국 최고의 배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테리우스를 버리고, 돈 많고 집안 좋고 성격 좋고, 이런 사실이 이미 검증된 알버트를 택했는지에 대해 이 땅의 진짜 캔디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땅의 캔디가 이런 사실을 명심할 리가 없습니다. 캔디가 캔디인 이유는 젊고 예쁘고 똑똑하고 반골기질이 가득해서 남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자기 맘대로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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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캔디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 댓글들 몇 개 가져와 봄 -----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yjlawyer&logNo=221458136291&proxyReferer=http:%2F%2Fblog.naver.com%2Fpyjlawyer%2F221458136291

[202번 버스]

2222

[최니콜라스석배]

장래성을 자신이 끄집어내어 보다듬어 준다면 이 남자는 크게 될 것. 타인을 바꾸기 쉽지않음.. 길지만 좋은 글이다

[폴란드]

와 정독햇어... 나 지금 온달같은 남자 만나는뎈ㅋㅋㅋㅋㅋ 온달 특징 존나 게으르고 추진력 1도 없다는거임... 저런 사람들은 절대절대 성공하지 못해 캔디가 얼마나 도와주던. 내가 고른 온달은 좋은 사람이긴 해 ㄹㅇ 아예 무식한건 아니고. 근데 결혼하면 존나 거지같이 살거같음.. 집안 차이도 많이 나고... 이 글 보고 정신 번쩍 든다 ㄹㅇ

[쌀과자맛있어요]

시련만 있고 실패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