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이 소설은 화가이자 작가, 세상을 향해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여성 '심시선'의 모계 중심 가계도로 시작한다.
심시선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가족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사를 지내기로 한다.
심시선은 사라져야 할 관습이라 강조하며 자신의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했는데, 가족은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심시선을 기억하려고 한다.
가족은 제사를 위해 심시선이 젊은 시절 잠시 살았던 하와이로 떠난다.
가족은 각자 하와이를 여행하며 의미 있는 순간, 심시선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수집하여 제사상에 올린다.
생전 심시선이 남기고 간 이야기와 현재를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소설은 전개된다.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 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낙과 같은 나의 실패와 방황을 양분 삼아 다음 세대가 덜 헤맨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심시선 : 윤여정
p.299
"우린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낼거야." ―이명혜 : 문소리
p.13
"전형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뭔지 알 수 없는 집안으로 장가를 왔지." ―박태호 : 조성하
p.274
“그래도 눈을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야.”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어.”
“그 새끼가 다시는 널 해칠 수 없게 되었으니, 따지고 보면 다행이잖아.”
―
“아무것도 다행은 아니었어. 어떻게 다행이란 말을 할 수가 있어? 한 번만 더 다행이란 말을 하면 다 안 볼 거야. 죽는 날까지 안 봐버릴 거야.” ―박화수 : 전소니
p.55
그런 화수가 넘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넘어져도 바로 일어설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떤 미친놈의 태클에 이렇게 오래 엎드려 있을 줄은 몰랐다.
“그냥, 미친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하고 이제 그만……” ―오상헌 : 김선호
p.300
사기꾼들 참 지겨워, 하며 대충 거절의 말을 몇 개 보내고 나니 남은 쪽지는 심지어 모르는 남자로부터 온 한번 만나보자는 제안이었다.
“내가 왜 널 만나? 웃기는 새끼네.” ―박지수 : 신도현
p.130
마티아스 마우어의 미공개작 여덟 점이 독일 뒤셀도르프 코넬리우스 슈트라세의 한 건물 증축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
완성작으로는 뒷면에 제목이 적혀 있던 <마이 스몰 퍼키 하와이안 티츠 My small perky hawaiian tits>가 있었다. 미주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여정중에 만나 동행하였던 심시선을 그린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작품들과 함께 복원 과정을 거쳐 K20에 특별 전시될 예정이다.
p.57
순종적인 아시아 여자라는 역할에 순응한 것처럼 보이려고 양말만 신고 소리 없이 걸었다. 마티아스의 눈에 띄지 않는 게 중요했다. 처음에 친절하고 호탕하고 내게 일생일대의 기회를 줄 것같이 말하던 마티아스는, 나를 만났을 때는 이미 성적으로 불능에 가까웠는데 굴절된 욕망을 폭력성으로 분출했던 건지 예측하기 어렵게 사나워질 때가 많았다. ―젊은 심시선 : 이유영
p.104
"있잖아요, 다들 그쪽을 이용하고 있는 거에요. 정말로 좋아하지는 않으면서, 제대로 끼워줄 것도 아니면서."
내친김에 다 말해버렸고, 요제프는 웃음을 터뜨렸다. 키가 크고 마른 그의 몸에 늘 맞지 않게 헐거웠던 밝은색 양복이 펄럭였다. ―요제프 리 : 데이비드 맥기니스
p.115
“엄마 장례식에서 나만 혼자라서? 남편도 자식도 없이?”
전광판에 자신의 이름만 한 줄이었다. 그것을 알아채긴 했지만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언니, 내가 그런 거 신경쓰는 사람이었으면 지금까지 혼자 살았겠어?”―심명은 : 신동미
p.35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속 인물들을 상상하며 추천해봅니다.
사진은 모두 구글링을 통해 선정하였습니다.
문제 시, 댓글 부탁드립니다 :)
첫댓글 진짜 진짜 재밌었어ㅜㅜ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가님의 능력도 대단하고, 멋있는 여성들이 다 해먹어서 좋았다!
아직 안읽었지만 책장에 있다 기대중♥♥
추천은 많이 봤는데 올해가 가기전에 꼭 읽어야지!
심시선 캐스팅빼고 다 잘어울린다 !!
나도 시선네 가족 하고 싶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