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대표 개그 그룹 ‘틴틴 파이브’의 멤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동우(41). 이동우는 2003년 12월 웨딩마치를 울린 아내와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을 무렵, 망막색소변성증(RP)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게 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주변 시야가 차츰 좁아져서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질환으로, 4천 명 중 1명꼴로 걸리는 희귀병. 처음엔 주위에 알리지 않고 TV활동을 했는데 TV 카메라를 놓치는 일이 잦아지고, 자꾸 NG를 내고, 틴틴파이브 멤버들과 안무도 맞추지 못하게 되었다. 2006년 딸이 태어났을 때는 이미 얼굴 전체를 볼 수 없었다.
이동우는 갑자기 닥친 절망적인 현실에 고백할 용기조차 없이, 5년을 어둠 속에서 지냈다. 개그 그룹 '틴틴 파이브'의 멤버로 박수소리에 파묻혀 지냈던 날도 세월 속에 점점 잊혀졌고 그의 몸과 마음은 망가졌다.
그러나 그는 절망 속에 침몰하지 않고 이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전부를 포기하고 싶던 그 때 이동우 곁에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가족’이 있었으며,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에 재기의 의지를 다진 그는 2009년 방송에서 자신의 실명을 공개했고 대부분의 시력을 잃어 정상인의 5% 수준밖에는 보이지 않게 된 상태에서 운동을 시작해 20kg을 감량했다.
“내 가치관은 바뀌었다. 영화 ‘록키’에 보면 ‘이기느냐 지느냐,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때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이 맞더라도 얼마나 용기 있게 링 위에서 버텨내느냐가 중요하다’는 대사가 나온다. 성공이 아니라 멋지게 사는 게 중요하다. 나는 딸에게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라고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그는 불행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떨쳐내고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점차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마음으로 보고 느끼게 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마음의 여유도 갖게 되었다. 그의 표정은 실명 이전 보다 더 밝아졌다.
2010년 봄부터 그는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이 축복입니다>의 진행을 맡아오고 있으며, 앞이 보이지 않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 연극 <open your eye>의 주인공이 되어 관객과 만났다. 그리고 주변의 우려 속에서 5년 만에 틴틴 파이브 5집 앨범 ‘청춘’을 들고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이제 실명으로 인해 정상인처럼 거리를 행보할 수도, 사철 바뀌는 주변의 모습을 볼 수도 없지만, 날씨가 화창한 아침이면 온 몸에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과, 지저귀는 새들의 재잘거림과 피부를 감싸는 부드러운 바람의 감촉을 온 몸으로 깊이 느끼며 행복하고 감사해한다.
“예전에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행복을 보지 못한 채 허공에 대고 손을 허우적댔던 것 같다” 고 말하는 그는, “행복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그리고 남은 것들을 좀 더 아끼고 정성을 기울이는 것” 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