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27일 제시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방안'은 그동안 국민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비판을 수용하고 적용 대상 진료항목을 확대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비율은 64%로,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인 73%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대폭 늘리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니, 국민에게 먼저 그 범위와 적용순위를 물어보겠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확대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기본 4개 항목과 순차적으로 시행할 8개 항목으로 나눴다.
◆우선 시행될 항목
지금까지 암 환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의 10%를 냈으나 이를 5%로 줄여준다. 희귀·난치성 질병 환자는 진료비 20% 내던 것을 10%만 내면 된다. 다만 전체 진료비 중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부분은 현행대로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6개월 동안 들어간 건강보험 적용 진료비 중 환자가 내는 최대 액수인 '본인부담금 상한액'도 현행 200만원에서 소득 하위 50%는 100만원, 중상위 30%는 150만원으로 낮춰진다. 상위 20%는 현행대로 2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고도 비만 치료도 보험 적용을 받는다. 복지부는 우선적으로 체질량지수(BMI) 40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나 수술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체질량지수는 체중(㎏)을 키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키 170㎝(1.7m)인 사람이 몸무게가 116㎏이면 체질량지수는 40.1로, 보험 적용 대상이 된다. 이들에 대한 비만 치료는 미용 목적이 아니라 고혈압·당뇨·심장병 등 비만 합병증을 개선하는 의미를 갖는다.
◆국민 여론에 따라 선택될 항목
초음파와 척추·관절 MRI 검사가 우선 대상이다. 초음파는 간·신장·심장 등의 기능과 암 발생 여부를 보는 검사로, 현재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한 번 검사비용으로 5만~15만원 가량 든다. MRI는 현재 암 진단을 목적으로 할 경우 일부 보험 적용을 받으나, 척추와 관절 질환 검사에도 보험을 확대하기로 했다.
70세 이상 노인의 틀니와 치주염 예방을 위한 치석제거(스케일링)도 건강보험에 포함될 예정이다. 틀니는 현재 저소득층에만 지원되고, 치석 제거는 한번에 3만~5만원의 비용이 든다. 충치 예방을 위해 치아의 홈을 메우는 치료나 치아에 불소를 입히는 시술도 건강보험 적용 고려 대상이다. 이들 치료는 주로 소아에 해당된다.
현재 치아 결손 부위를 '아말감' 재료 등으로 때우는 치과 진료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으나, 이는 본래 치아 색깔과 차이가 나고 오래 가지 않아 불편이 많았다. 이 때문에 '광중합형 복합 레진'이라는 고급 재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를 건강보험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한방 병·의원에서 시행되는 물리치료 요법도 보험 적용 대상에 올라와 있다.
정부가 제시한 12개 항목을 모두 적용할 경우 연간 3조8000여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며, 가구당 월(月) 보험료는 1만7200원이 오르게 된다.
◆어떤 과정을 거쳐 시행되나
복지부는 오는 30일부터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공청회를 열고 국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또한 건강보험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우선 순위에 대한 설문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복지부 이창준 보험급여과장은 "기본 항목은 내년부터 바로 추진하고 선택항목은 국민 여론에 따라 보험료를 인상해서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 불황 등으로 의료기관 이용이 줄면서 올해 건강보험 재정 누적 흑자액은 약 2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복지부는 이 중 1조원은 건강보험 적립금 형태로 남기고, 나머지 1조원은 올해 말부터 시행되는 임산부들의 산전(産前) 검사 확대, 신생아 중환자실 치료, 저소득층 건강보험 지원 확대 등에 쓸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