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의 부모는 30대 중후반이 가장 많다. 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유난히 강조된 사자성어가 있다면 '유비무환'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있어서 미리 준비하는 것을 무척 중요시 여긴다.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기 전에 한글은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 부모들의 기대이다. 그 결과 몇몇 행운아를 제외하고는 아이들은 이런 말을 듣기가 쉽다. "저 집 아이는 그림책을 줄줄 읽던데 너는 어찌 된 게 글씨에 통 관심이 없니?"
글씨를 빨리 깨쳐야 책을 더 많이 읽을 것이고, 책을 많이 읽어야 공부를 잘 할 것이라는 것이 부모의 기대이다. 그런데 이런 연관 관계가 과연 성립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연관성은 성립하지 않는다.
단순한 패턴 훈련을 통해 글 읽기를 배우는 것은 5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에게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특정 자극을 주고 그 자극에 적절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낮은 수준의 두뇌 발달로도 충분한 일이다. 예를 들어 그림과 글씨가 앞뒤로 적힌 카드를 가지고 아이가 맞는 글씨를 말하도록 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읽기라고 할 수 없다.
글을 읽기 위해서는 우선 시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눈과 물체 사이의 거리를 유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글씨와 단어 간에 존재하는 작은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눈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사실 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글씨를 읽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들은 결국 읽기가 무척이나 괴로운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영원히 글 읽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시각적인 준비가 된 뒤에도 추상적인 사고력이 발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읽기가 쉽지 않다. 우선 글자가 어떤 소리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며, 소리와 의미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의미 찾기는 상당한 정도의 두뇌 성숙을 필요로 하는 과제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한 실험을 통해서 5살에 글을 가르치는 것보다 7살에 글을 가르치면 훨씬 쉽게, 그리고 즐겁게 글을 배운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두뇌가 어느 정도 발달해서 글 읽기의 준비가 끝났기 때문이다.
준비가 안 된 두뇌에도 훈련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을 배우기 위해 그 시기에 성취해야할 다른 발달 과제를 포기할 정도로 글 읽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다. 수동적인 훈련을 통해 글을 읽게 된 아이들은 상당히 오랫동안 글에 대해서 수동적으로 변한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읽으려 하지도 않고 효과적으로 의미를 찾아나가지 않는다. 글을 읽으면서 의미를 찾는 재미를 알지 못하기에 다른 즐거움에만 몰두한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글을 읽지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높은 지능을 가진 아이 중 많은 수가 글씨를 일찍 읽어내지 못한다. 글씨를 읽는 것은 아이들이 가진 지능의 일부분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부 읽기 영역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가 일찍부터 스스로 글씨를 깨우치기는 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저절로, 거의 본능적인 수준에서 글자를 알아가는 것이지 특별히 가르쳐서 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우수한 성적을 반드시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늦게 글을 읽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 아이들이 4학년 이후에는 훨씬 나은 학업 성취를 보인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과제 하나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함께 놀고,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겁게 해나가는 것이 모두가 공부이다. 때로는 교육을 위해 교육을 포기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때가 많은 것이 요즈음 유아 교육의 현실이다.
첫댓글 초2인데 4살때 한글 읽고 쓰기 끝내고.5살때부터 영어 유치원 보내며 울아들 천재라 생각하며 좋아햇어요,@인데 지금도 과다한 학습을 포기하지 못하고 시키고 있네요 놀게 하고 싶은데 남들이 다 하고 있는거라ㅁ 끊을 수가 없어요 ㅠ.ㅠ 모두 제욕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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