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3년간 베트남을 답사하여 풍문처럼 떠도는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 책. 베트남 전쟁안에 있었던 것인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 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내어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뒤, 꾸준히 글쓰기와 시민 단체 활동을 해왔습니다. 1993년에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청소년들과 글쓰기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재미난 기획을 만들어서 작가들과 공동 작업을 했습니다. 또한, 시민단체 '열린 네트워크 나와 우리'를 설립해 사회 소수자의 인권문제 및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인 피해 문제를 풀기 위해 활동했습니다.'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전쟁과 여성','부자엄마 부자딸','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같은 책에 좋은 글을 썼습니다.
목차
추천의 글 - 베트남 전쟁을 넘어 '근대'로 (소설가 김남일)
들어가는 글
1장 상상의 영토 베트남
2장 다른 기억
3장 전선 없는 전쟁, 반공주의, 이미지의 공포
4장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5장 퍼즐 맞추기
6장 새로운 만남
7장 살아남은 자의 슬픔
8장 참전군인, 그 혼돈과 절망
9장 화해로 가는 먼 길
10장 저항하고 재해석하기
11장 맺는 글
베트남에서 온 편지
그들의 상처로 말하게 하라 (한홍구 교수)
참고문헌
책속으로
아직 삶의 방향이 잡히지 않은 어린 청년들을,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보내면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 무얼 하는 곳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보이는 것은 모두 적이다. 죽지 않으려면 죽여라라고 가르쳤을 뿐이다. 이 젊은이들을 베트남의 정글로 보낸 자가 18년, 그리고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군 내에서 승승장구한 자들이 정권을 이어받아 12년을 보낸 나라에서 정작 참전군인들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든 아무도 괘념하지 않았다. 피부에 반점이 돋고, 이유 없이 아프고, 그리고 자식들마저 픽픽 쓰러져도 그게 고엽제 때문이란 것을 안 것도 미국에서 고엽제 문제가 되고 한참이 지나서였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베트남전 진실위원회 집행위원)
기억은, 한 개인의 삶에만 파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민족이나 국가의 도덕적 성숙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무슨 말인가. 미국이 만일 최첨단 미사일이나 그린베레의 힘 대신 기억의 힘을 믿었다면 이번 테러에 대해 결코 전쟁이라는 보복 수단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믿는 기억의 힘이란, 오직 존 웨인식 ‘합리적 보복’의 전통에 대한 것뿐이다. 합리적 보복이라니! 그들은 존 웨인의 분노 이전에 거기 무엇이 존재했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복수의 총을 뽑아들기 전 그곳에 이미 대지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이라든지 창공의 푸른 별, 땅의 체온, 반짝이는 물, 빛나는 솔잎, 해변의 모래톱이 존재했으며, 그 자연과 더불어 산 조상들에 대한 추억과 경험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원주민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결코 기억하지 못한다. 이번 전쟁 역시 그런 기억에 대한 전통과 능력이 부재한 미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11
베트남 전쟁에 대한 기억이라고 할 때 우리는 흔히 참전군인들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이역만리 월남땅에서 벌어진 전쟁은 마치 동화속 낯선 세상 이야기처럼 들려왔다. 그것은 전쟁의 실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어서, 그림책에서나 보던 남십자성과 야자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거기에 돈이 더해졌다. 거기에 다시 ‘자유의 십자군’이라는 명분이 보태졌다. 아주 적은 수의, 전후의 폐허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당대의 정신적 황폐함 속에서 허덕이던 아주 적은 수의 지식인들은 전쟁의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실존을 시험해 보겠다는 무지막지한 기도를 숨긴 채 미군 수송선 바렛드호에 자청해서 몸을 싣기도 했다. 그렇게 전쟁은 다가왔고, 세월은 흘러 이제 전쟁에 대한 기억만이 남았다. 12
그런데 이제 그 전쟁을 기억하는 이들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아니 아예 자신들의 생의 지평에서 그런 전쟁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은 시대가 되었다. 그들에게 ‘베트남전에 대한 기억’은 불쾌하다. 처음 한 번은 “아니, 그런 게 있었어요?”하고 호기심으로 귀를 빌려줄 것이고, 두 번째는 “아, 그 이야기?”하며 심드렁해 할 것이지만, 세 번째부터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낼 것이다. 전쟁 그 자체가 불쾌하다기보다, 자신들이 간섭할 기회조차 없던 전쟁에 대해 기억 운운하는 것부터가 불쾌할 것이다. 저자는 이제 우리 모두 기억하자고 말한다. 물론 그는 안다. 기억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니, 기억은 많은 경우 오히려 불쾌하다는 것까지도. 13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 아픔과 상처가 왜 쉽게 치유되지 않는 것일까. 그건 바로 기억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은 간단하다. 전쟁은 상대방이 있다. 우리의 아픔이 있으면 그들의 아픔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간단한 진실의 정체인 것이다. 그것을 배제하고 난 이후의 모든 사유는 결코 올바른 출구를 보장받지 못한다.
타자를 고려의 대상에 넣지 않으면 주체도 온전히 해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말하는 것-이것이 바로 우리가 ‘근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 아닐까.
(소설가 김남일) 21
[알라딘 제공]
추천평
1. 한국 사회에서 잊혀지고 닫혀졌던 베트남 전쟁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2. 이제껏 한번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베트남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많은 지면을 나눠주고 있다.
3. 참전군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참전 후 그들의 고뇌와 혼란 속에서도 베트남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며 '베트남과 친구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모습이 돋보인다.
4. 단순히 피해자, 가해자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이 전쟁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참전군인의 아픈 기억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전장으로 내몬 배후세력의 책임이라고 분석을 통해 지적한다.
5. 마지막으로 단순히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3년 동안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그들과 함께 기록한 현장 기록인 점이다.
[YES24 제공]
첫댓글 작가 김현아 님은 저희 <아맙>의 창립위원이기도 하지요.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에 현아와 수정은 베트남 중부의 마을들을 참 많이도 찾아다녔습니다. 한국군의 민간인학살 사건 이후 처음으로 찾아준 한국인들이라며 온 마을 사람들이 진심으로 반겨주었습니다. 그날의 상처를 더듬으면서도 "울어서 미안해... 너희들 마음 아프게 울면 안되는데... 자꾸 울어서 미안해..." 하시던 분들이었습니다. 마을을 돌아서는 우리들 주머니 속엔 그분들이 챙겨 주신 과일이며 찐 감자, 고구마가 그득했습니다. 아프지만 따뜻한 기억들이 담긴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
이 책을 아힘나 아이들의 교재로 선택해야겠습니다.
이 책은 일본어로도 번역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베트남에 관한 여러가지 책이 있는데 저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네요. 아흐... 너무도 소중한 책, 하지만 마음 편이 읽을 수만은 없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