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날 새벽 1시께부터 세종로 사거리에 대형 컨테이너 박스 20여개를 동원해 거대한 벽을 쌓았다. 방어벽 설치를 위해 컨테이너 박스가 동원된 것은 지난 2005년 부산 에이펙 행사 이후 처음이다. ⓒ프레시안
굳이 로크가 말한 국민의 저항권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지금 이 정부가 민주 공화국 정부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어떻게 저 거대한 방벽을
난데 없이 쌓을 수 있단 말인가.
현 정부가 정말로 국민을 적대시한다면 이는 이미 정부가 아니다.
비록 정당한 헌법적 절차를 거쳐서 성립된 정부라도
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명박 퇴진 운동이 좀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다.
비록 국민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더라도
한번 정도 따끔하게 국민들에게 혼이 난다면 정신을 차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한달 이상 지속된 시민들의 평화적인 요구를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이를 제압한 준비 운동에 착수한 느낌이 든다.
힘으로 누른다고 무너질 국민이면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제의 가혹한 식민 지배를 극복하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를 무너뜨리며
오늘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체성을 확립시킨 국민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부는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는
반드시
무너진다.
인류의 역사는 그것을 증명하는 역사라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과거 봉건 시대의 지배층들로 그러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민본" 또는 "위민"의 이념을 앞세웠던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정부를 국민이 만들었다는 것은 일단 반성하자.
그리고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오늘 명백히 보여주자.
그래도 정신을 못차린다면-물론 그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 정부는 더 이상 정통성 있는 정부라고 볼 수 없다.
지금 정부와 경찰이 노림수는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켜
평화적 촛불 집회의 폭력화를 유도하고
이를 명분으로 강경 진압을 통해 현 국면을 수습하려는 의도라고 생각된다.
20여년 전 독재권력이 써먹던 공안 정국의 방식을 흉내내는 것이겠다.
여기 말려들어서도 물론 안 되겠고, 이 정부가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할 것 같다.
지금 촛불을 밝히는 국민들은 왜곡된 언론에 놀아나던 과거의 국민들이 아니다.
6월 항쟁에서 드러난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지식과 바른 정보, 올곧은 민주 언론으로 무장한 국민이다. 그것은 어떠한 총칼보다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본대....
이명박 정부여 !
국민을 얕보지 마라.
오늘은 일찌기 우리의 선대들이 일제의 강압을 뚫고 6.10만세운동(1926)을 일으킨 바로 그 날이다.
오늘은 21년 전 군사 독재의 압제를 끊고 6월 항쟁(1987)을 통해 민주화의 큰 물줄기를 냈던 바로 그 날이다.
오늘은 또다시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인하고, 어떠한 권력도 민주주의를 억압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 앞에 명백히 드러내는 바로 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