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湖) 알혼섬 1박2일
2018. 08. 15(수)~16(목)
첫째 날 / 8월 15일(수)
어제 바이칼 호수 트레킹을 다녀온 그 느낌을 가슴에 안고 오늘은 바이칼의 심장이라 불리며 영혼으로 여겨지는 알혼섬으로 향한다.
알혼섬의 상징인
부르한 바위(샤먼 바위)
우리 민족과 연관이 있는
징기스칸 무덤 전설도
가지고 있다.
알혼섬은 바이칼 호수 안에 위치한 섬으로 ~ 바이칼은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과 연관된 의미를 간직한 곳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간략하게 알아보자면 이렇다.
학계에서는 바이칼 호수 주변에 살던 우리 조상들이 약 1만년 전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와서 한반도에 정착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와 연관된 알혼섬에는 우리나라 성황당이나 장승과 같은 것들 뿐만 아니라, 무속신앙의 상징이 곳곳에서 발견되어 우리 민족과의 연관성을 뒷받침해준다.
또 하나의 자료인 육당 최남선 선생은 1925년 '불함문화론' 학설에서 바이칼 호수 일대를 한민족의 기원으로 제시했다.
그럼 먼저 바이칼의 알혼섬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현지 로컬 가이드인 리디야의 설명을 그대로 인용해 설명하기로 한다.
알혼섬은 바이칼 호수 안에 있는 22개 섬 중 제일 큰 섬으로 ~ 제주도의 절반만한 크기다. 길이 72Km이며 / 60%에 달하는 모래로 이루어졌다.
알혼섬의 알혼(Olkhon)은
나무가 드문 '작은 숲'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며, 알혼섬 주변에는 러시아 원주민이 아닌 몽골인의 후예인 부랴트족이 하나 둘 모여 정착해 살면서 마을을 형성했다.
부랴트족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샤머니즘을 숭배하며 / 모든 나무, 모든 돌, 모든 호수에 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던 / 알혼섬이 바이칼 호수 섬 중에서 제일 큰 만큼 / 가장 큰 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 즉 부랴트족은 알혼섬을 바이칼의 영혼으로 여기게 되었으며, 알혼섬을 대표하는 부르한 바위(샤먼 바위)를 신성한 장소로 일컫는다.
또한 몽골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알혼섬 부르한 바위를 두고 징기스칸이 묻혔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알혼섬은 샤머니즘의 성지로 자리매김을 한 모든 샤먼들의 정신적 고향이 되고 있다.
알혼섬 가는 길
우스찌아르다 ~ 바얀다이 ~
옐란취 ~ 사휴르타 선착장 ~
도마 선착장 ~ 후지르 마을
알혼섬 가는 길에 찍은
차 창밖 풍경 ~
러시아 전통 가옥으로 이루어진 어느 마을을 지나 드넓은 초지에서 소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시베리아 저지대 ~ 광활한 시베리아 대평원이 수채화와 같은 풍경이 되어 아름답다.
우리 분단된 전쟁 상흔 가득한 그 작은 한반도와 견주어 볼 때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 땅덩이가 얼마나 큰지 그저 부럽기만 하다.(한반도의 약 78배)
부러우면 지는 건데...
중국 등을 비롯한 땅이 넓은 나라를 여행을 할 때 그런 느낌이 들곤 한다.
이윽고 알혼섬으로 들어가기 위한 사휴르타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르쿠츠크에서 약 300km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곳으로, 관광버스로 약 5시간 걸렸다.(점심식사 포함)
이제 샤휴르타 건너편 알혼섬의 도마 선착장에서 출발한 바지선이 이곳에 닿으면 그 바지선을 타고 알혼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근데 뱃삯을 받지 않는다.
어딜 가나 그저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기에 리디야에게 물어본 답변의 내용은 이랬다.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뱃길은 러시아 연방도로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런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던 차에 바지선은 출발했고~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뱃길 ~
민물 가마우지가 한가롭게 노니는 바이칼 호수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10여분 만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 25명은 우와직 4륜 구동차 3대에 나눠 타고 출발을 기다린다. (우와직4륜 구동차 : 러시아 자국 생산 군용차를 개조한 차량)
인원 파악을 끝낸 리디야가 와서 이런 말을 전한다. "섬 전체가 다 비포장도로라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일거예요.ㅎㅎ"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알혼섬 투어 여정이 시작된다. 출발과 동시에 이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흙먼지 날리며 최대한 빨리 달린다. 때로는 마치 곡예를 하듯 덜컹덜컹~ 엉덩이가 자리에서 붕~붕~ 뜰 때도 있다 보니 차장 밖 풍경 사진 찍기를 엄두도 못 낸다.
아니나 다를까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 일행 중 한명이 툭~ 볼멘소리를 던진다.
"이거야 원~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가 비포장도로라는 게 말이 돼?"
나 또한 그러한 도로 사정에 대해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경제적 여건 탓에 공사를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에이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다 싶어 리디야에게 또 물어본다. 끊임없이 물어본다. 귀찮아할 정도로 정말 계속 물어보게 된다. 그래도 친절한 리디야 왈~
"그렇잖아도 도로 포장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근데 알혼섬 자체가 국립공원이라 반대 여론에 부딪쳐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찬성파와 반대파가 싸우는 중이예요. 도로포장을 할 건지 ~ 안 할 건지."
아무튼 1시간 쯤 걸려 처음 도착한 곳은 뉴르간스크의 사자바위와 움직이는 악어바위를 바라볼 수 있는 언덕이었다.
사방으로 산들이 호수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어 ~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 사자 바위
▼ 악어 바위
다음 여정지는 삼형제바위와 알혼의 최북단 1시간짜리 하보이곶 언덕 트레킹이다. 그런데 일정이 꼬여버린 잔뜩 기대했던 그곳에 갈 수가 없단다.
이유는 이랬다.
하보이곶에 산불이 나 통제되어 그 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걷기를 좋아해 작정하고 나선 여정길인 만큼 / 우리 일행은 아쉬워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누 ~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정에 없던 곳을 꿰맞춰 다음 여정지로 향한다. 20분 정도 이동해 도착한 곳은 '꿩 대신 닭 격'으로 찾은 부든곶이었다.
그러나 이곳의 풍경도
아름답고 멋지기만 하다.
바위들은 붉은 색이 가미된 점판암으로 형성된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또한 돌 틈새를 비집고 자리 잡은 소나무와 작은 풀꽃들이 피어난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 아래 바이칼 호수는 물과 바람 그리고 하늘이 만들어 낸 아름답고 멋진 예술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일행들은 신이 난 아이처럼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나 만보 또한 마냥 행복한 기분이 든다.
▲ 요로콤 한바탕 놀고 ▼ 다음 여정지인 알혼섬 전망대에 10분도 안 걸려 도착했다.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길이 닦여 있어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후지르 마을 일부가 내려다 보인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힌다. 이제 후지르 마을 숙소로 가면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짓는다.
숙소로 가는 길에
음식점에 들러 저녁을 먹는다.
▲ 보르쉬(borscht)
▼ 감자퓨례와 소간구이
러시아 전통수프인 보르쉬, 감자퓨레와 소간구이를 맛있게 잘 먹었다. (보르쉬 : 소고기와 토마토, 비트 등 채소를 넣은 러시아 수프로 우리나라 탕 요리와 유사하다.)
사실 남다른 식성을 자랑하며 어딜 가나 먹성이 좋은 만보를 두고 주위 지인들은 이렇게 말을 하곤 한다.
"만보는 도대체 맛없는 게 뭐야?"
즉 내 입에 들어가면 모든 게 다 맛있다고 하니 믿을 수 없다는 야그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 여행기를 쓸 때 음식에 대한 내 주관적인 평가는 되도록 자제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함께 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후 비로소 맛집을 소개하는 글을 올린다.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만보 걷기도 할 겸~ 일몰 사진도 찍을 겸 해서 ~ 내일 예정된 관광 코스인 그 유명하다는 부르한 바위(샤먼바위)를 찾아 나선다. 여름철 해가 길어 산책하기에 딱 좋다.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호텔 ~ 펜션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업소가 들어서 있고, 새로운 건물들도 눈에 많이 띈다. 어업과 목축업이 생업이었던 마을에 관광객이 점차 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듯 했다.
알혼섬 인구는 약 1,600명이며,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여름철 성수기에는 외지에서 일하러 오는 사람이 약 500명에 달한다.(운전을 비롯한 서비스 업종)
언덕 중턱에 다다르니 서쪽으로 지는 태양의 빛에 따라 따라 음지와 양지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바로 이것을 두고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쉬엄쉬엄 마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언덕 정상부에 다달으니 붉은 태양의 빛을 머금어 샛노란 황금빛을 띄고 있는 나무로 조각된 독수리가 세워져 있다. 이유가 있을 터 ~ 부랴트인과 독수리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알혼섬에 가장 먼저 내려 앉은 새가 독수리였고 ~ 모든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 결국 부랴티인 그들의 샤머니즘적 사고방식에서 비롯했다.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여느 해외 여행지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념품점에 들러 바이칼 호수를 상징하는 사진이 든 열쇠고리 한 개를 샀다.
이▲열쇠고리는 나를 위한 내 것이 아닌 / 옛 직장 후배 중 한명이 세계 각국의 열쇠고리를 수집하는 취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후배에게 줄 선물이었다. 작지만 마치 큰 일을 한 것처럼 흡족한 마음을 안고 밖으로 나섰다.
그런데 에그그 ~ 해는 이미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뿔싸!!!
그 무엇보다 일몰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열쇠고리 고르기에 흠뻑 빠져 그만 깜빡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였다.
세상만사 둥들둥글 ~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이제와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이내 잊어버리고 알혼섬의 하늘과 바이칼 호수 주변의 모든 것들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빛을 바라보면서 ~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