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6월 26일, 비트로 팀은 대한민국 글로벌 여성교육의 허브, 이화여대를 방문했다.
그동안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니스 재능기부를 해 왔던 비트로 팀은 올 한 해 동안 서울 근교의 대학을 돌며 대학생들에게 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한 원포인트 지도를 하기로 했다. 비트로 팀은 서울대학교와 한국 항공대학교에 이어 세 번째로 이화여대 테니스 동아리 'SMASH'팀을 방문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대학답게 교정은 아름다웠으나 정문에서 테니스 코트를 찾기까지는 완전 미로였다. 헤매다 어렵게 코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막 기말고사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간 발랄한 여대생들이 상큼발랄한 모습으로 코트에 집결했다. 한 달 후 8월에 있을 파고다배 전국 대학생 테니스 대회 출전을 위해 맹 연습중이라고 했다. 초록의 잔디코트에서 뛰는 여대생들의 모습이 갓 피어난 장미 같았다.
과정
서로 도열하듯 서서 짧은 인사를 마치고 실력별로 상,중,하로 구분해서 줄을 섰다. 원포인트 레슨을 시작하기 전 비트로 팀의 김일웅이 먼저 테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강조했다. 일단 눈이 빨라야 하고 발이 빨라야하고 파워풀한 스윙을 잊어서는 안 됨을 덧붙였다.
실력에 맞춰 나눠진 팀에 각각의 지도자들이 배정이 되었다. 초급반은 정진화, 중급반은 장재혁, 최상위 그룹은 김일웅과 이순규가 담당했다. 곧바로 이론적인 부분을 설명하고 실기를 병행하며 레슨이 시작되었다. 6월의 불볕같은 태양아래 지도하는 비트로 팀원들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거침없이 흘러내렸다. 태양은 뜨거웠지만 코트가 웬만한 산 중턱 정도의 높이라서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상큼했다. 학생들과 비트로 팀원들은 혼연일체가 되었고 멀리서 보면 미녀와 야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잠시 중간에 10분정도 휴식 타임이라고 불러도 학생들은 쉽게 모이지 않았다.
왜? 왜 그렇게 스윙이 되어야 하는지 질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한 글자는 ‘왜’라는 한 글자라고 한다. 가장 짧지만 가장 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왜’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 여대생들의 얼굴은 점점 열광하는 빛으로 물들어 갔다. 매우 아름다운 표정이었다.
학생들
“야, 이 수업 정말 재미있다!”
아직 앳된 고등학생 같은 모습을 한 대학 1학년생들이 라켓 잡는 법 설명을 듣더니 탄성을 지른다. 라켓을 땅에 엎어놓고 그대로 잡는 것을 세미웨스턴이라 부르며 여성들이 포핸드를 치기에 가장 적합한 그립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자 일제히 라켓을 땅에 놓고 그립 잡아 보았다. 스윙도 마찬가지다. 여성스럽게 치려는 시도를 하지 말고 아웃이 되도록 힘차게 풀스윙 하면서 연습을 해야 이다음 테니스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하자 금방 자세가 달라졌다. 이렇게 세 시간동안 비트로팀과 이화여대생은 하나가 되었다.
소감
집중해서 레슨을 받던 3학년 권하경은 "선배들에게 그룹으로 지도를 받다 일대일 수준으로 교정을 해 주니 금방 자신이 무엇을 못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백핸드도 간단하게 키포인트로 뽑아 족집게 레슨으로 해주었다. 매우 체계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지도였다"며 "나의 포핸드의 문제는 밀어치지 않고 위로 걷어 올린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았는데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한 모멘텀이 되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체육학과 배은진은 "자주 만나서 레슨을 받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오늘 배움을 통해 그동안 대충 알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머리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평소 코치를 찾아가서 레슨을 받고 싶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안 되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며 만족스런 여운을 남겼다.
올해 입학해서 처음으로 라켓을 잡았다는 1학년 정동아는 "기말고사 준비한다고 그동안 선배들한테 배운 것을 다 잊어먹었는데 다시 배우니 이제야 생각나는 부분들이 많다. 포핸드를 칠 때 허리를 돌려서 스윙하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세 시간 내내 매우 감동적이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화여대 동아리'SMASH'를 이끌고 있는 이수정 회장은 "후배들에게 테니스의 정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 회장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몹시 뿌듯하다. 평소 포핸드와 백핸드만 선배들에게 지도를 받았는데 그동안 배우지 못한 발리와 서비스까지 다양한 지도를 받다보니 이제야 감이 온다. 끝까지 볼을 보고 잔발을 많이 뛰면서 볼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새겨두었다"며 비트로 팀원들을 만난 것은 대단한 영광이라고 했다.
지도자의 반응
이제 라켓을 잡은 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 대학 1학년 초급반을 담당했던 정진화는 "지도하는 동안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예상외로 이해력이 빠르고 배우려는 열정이 대단해서 저절로 감염이 되었다. 질서정연한 분위기도 좋았고 특히 집중력이 대단했다"며 앞으로도 자주 여대를 방문하면 좋겠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중급반을 지도하던 장재혁은 "여학생들이어서 수줍음을 탔지만 역량이 뛰어났다. 처음으로 배우는 발리를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또 서비스 넣는 방법도 잘 이해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자신의 순번이 끝나면 뒤쪽에서 자발적으로 스윙연습을 하는 적극성까지 보이니 주어진 시간 안에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테니스 실력이 가장 좋은 상급반 학생들을 지도했던 이순규는 "대부분 체육과 학생들이다보니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찾아와 포핸드 스윙에서 과연 문제가 무엇인지, 예쁜 스윙을 하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확실히 의문 나는 질문을 많이 했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태도에서 더욱 더 열심히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매쉬의 이수정 회장(왼쪽)과 권하경
결과
진지한 모습으로 배움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자기 혼자서만 잘 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후배들을 잘 지도하기 위해 더 열심히 배웠노라는 대학 3학년 선배들의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았다. 누군가에게 주고 나눈다는 것은 잠재적 능력의 최고의 표현이라고 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보면 나눈다는 행위 자체에서 고양된 생명력과 잠재력을 경험하며 큰 환희를 느낀다고 쓰여 있다. 비트로 팀원들이나 이화여대 테니스 동아리 '스매시'의 선배들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일부분을 나누어 주다보면 엄청난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것. 그리고 많이 줄수록 행위를 더욱 즐기게 된다는 것.
재능기부를 마치고 마지막 악수를 나눌 때 학생들은 더 이상 수줍어 눈을 아래로 깔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지 않았다. 기쁨으로 점철된 환한 미소 띤 모습이 풋풋하고 아름다웠다. 젊고 탄력 있는 여대생들과 함께 보낸 비트로 팀도 마찬가지로 표정에 윤기가 흘렀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글 사진 송선순 동호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