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아이가 마을에서 하고 있는 청소년봉사단의 명칭은 '오아시스'이다.
형편이 어렵게 혼자 살고 계시는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반찬나눔을 주된 활동으로 한다.
성미산학교 초등과정에서도 이 활동을 했었는데..그때 반지하 계단을 내려가거나 쪽방 문을 열고 마주하게 되던 삶의 모습을 어린 나이에도 꽤나 진지한 눈빛으로 내게 설명하곤 했었다.
'꿈', '희망' 이런 단어를 얘기나눈 기억은 흐릿해도 아이의 이런 모습은 뭉근한 뜨거움으로 남아있다.
최근 코로나 상황의 악화로 아이들의 활동은 어렵게 되어 더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계실 어르신들을 찾아 뵙는 것은 여건이 되는 부모들이 손을 들어 이어가고 있다. 지난 토요일 비가 쫄쫄 쉬지않고 내리던 때에 어쩌다 기회가 되어 함께 했다.
이 활동의 기획단체인 '마포희망나눔'에 들어서니 한쪽 벽에 프린팅 된 글귀가 먼저 눈에 띄었다.
_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몇년전 마을축제 대동제때 마이크를 손에 쥐어드렸던 말끔하고 정갈하신 모습의 어르신 한분이 얼마전 세상을 떠나셨다. 공간에 마련된 작은 추모공간 앞에서 마음이 덜컹덜컹 거렸다.
사진속에서 아이들과 환히 웃고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오아시스는 어떤 것일까.
얼마전부터 읽기 시작한 <임계장 이야기>가 속도가 붙지 않고 자꾸 엎어지던 이유, 그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무 것도 신경쓸 필요가 없는 인력'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공간과 사람..
목구멍이 뜨거워지고 눈이 번뜩이게 너무도 가혹한 일이 이 사회에 지천이다. 누구에게나 멀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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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예를 들면, 이렇게 말해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늙은 나의 가난은 이제는 바꾸기 힘든 상수일 테지만 젊은 자네에게 가난이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그런 변수에 불과할 것일세. 신념을 갖게.''
하지만 나는 이 말을 하지 못했다. 어느 시인은 ''가난은 순간적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했지만 이 시대의 가난은 순간적이지 않아 보였다. 보통은 대물림되고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이 되는 것 같았다.
(임계장 이야기, '젊은 친구들' 중 p.150)
#마포희망나눔_고맙습니다
#임계장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