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떼기』(김환영 그림, 창비, 2017)
동화 <빼떼기>에 그림을 그려 출판된 그림책이다.
이 동화는 동화집 《바닷가 아이들》에 수록되었다.
" 빼떽아, 지금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서 우리는 피난을 가야 한단다. 그래서 너 혼자 두고 갈 수도 없고 데리고 갈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너를 잡아먹는다. 너도 그 편이 제일 좋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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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다. 본래부터 짐승을 키우는 건 잡아먹기 위한 것이니 빼떼기도 우리가 잡아먹자.”
그러나 ‘본래’라면 빼떼기는 살아야 한다. 제발 살기를 바라며 가슴 조이며 보살핀 빼떼기에게 ‘본래 잡아먹기 위해 키운 짐승’이라고 말하는 건 맞지 않다. 빼떼기는 제 명대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전쟁 때문에 죽게 되었다.
“빼떽아, 지금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서 우리는 피난을 가야 한단다. 그래서 너 혼자 두고 갈 수도 없고 데리고 갈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너를 잡아먹는다. 너도 그 편이 제일 좋겠지?”
아버지는 빼떼기에게 미안하다. 미안한 마음에 “너도 그 편이 제일 좋겠지?” 해보지만 빼떼기라고 자기를 잡아먹는다는데 좋을 리 없다. 겨우 살아났는데 죽어야 한다니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겠는가. 그러나 전쟁은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빼떼기가 비록 빼딱빼딱 걷는 볼품없는 닭이지만 얼마나 용감하게 살아났는지 그런 걸 알아주지 않는다.
아버지는 차마 빼떼기의 목을 비틀 수 없어 앞집 태복이 아버지에게 부탁한다. 식구들은 등을 돌린 채 눈을 감았다. 식구들의 아픈 마음이 동화를 읽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순진네가 ‘너무하다’든가 ‘비인간적이다’든가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 때문에 가족 같던 빼떼기를 죽여야 하는 순진이네의 아픔만 느껴진다. 순진이네 가족에게도, 빼떼기에게도 전쟁은 잔인했다.
- 『권정생 동화 읽기』, 똘배어린이문학회 지음, 현북스, 2019, 158~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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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완성된 동화에 화가의 상상력이 보태어져 빼떼기의 이미지가 사랑스럽고도 안타깝게 다가온다.
창비에서 펴낸 '권정생 문학그림책 2'로 권정생 동화 원본에 그림을 그려 시리즈로 출판되는 그림책이다. '문학그림책'이란 말은 출판사에서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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