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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골짜기에 밤이 찾아오면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가 깨어난다. 둥근 달빛 아래 분홍빛 진달래는 불을 밝히듯 피어나고 간간히 소쩍이 소리가 들리는 고요한 봄밤이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는 삼십년 전 피 흘리던 모습 그대로 일어나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시작한다.
(줄임)
곰이 할머니가 들려준 옛이야기는 오누이가 서로 힘을 합쳐 호랑이를 물리치고 함께 잘 살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옛이야기처럼 힘을 합치지 못하고 서로 싸웠다. 곰이는 그게 안타깝다. 할머니가 들려준 옛이야기처럼 오누이가 서로 싸우지 않고 힘을 모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호랑이가 문 앞에서 엄마 목소리를 내며 문을 열라고 할 때 오누이는 자기 생각만 옳다고 우겼다.
누나가 말했습니다. “뒷문 쪽의 것이 호랑이임에 틀림없어. 앞문을 열자.” 그러자 동생이 다시 말했습니다. “아니야. 내 생각엔 앞문 쪽이 틀림없는 호랑이야. 그러니 뒷문을 열자.” “아니야, 뒷문의 것이 진짜 호랑이야.” “아니야, 앞문 쪽이 진짜 호랑이야.” 누나와 동생은 그만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누나는 뒷문에 있는 호랑이가 진짜라 하고 동생은 앞문의 호랑이가 진짜라 한다. 그러나 호랑이는 두 마리였다. 둘 다 틀렸다. 호랑이는 앞문에도 있고 뒷문에도 있었다. 누나와 동생은 두 마리 호랑이가 서로 잡아먹으려 한 것을 모르고 다투었다. 누나는 앞문을 열었고, 동생은 뒷문을 열어주었다. 양쪽 문에서 호랑이가 들어와 누나와 동생을 물고 달아났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는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통해 같은 민족끼리 싸운 6.25전쟁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분단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오누이는 같은 단군할아버지 자손인 남과 북을 말한다. - 『권정생 동화 읽기』, 똘배어린이문학회 지음, 현북스, 2019, 180~18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