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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꽃마리] 한 1, 2주 사이에 봄이 활짝 내려앉았다. 지난 주 공주 마곡사를 다녀왔더니 그새를 못 참고 3일 만에 생강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더니, 이윽고 회양목도 꽃을 피우고 그리고 나서 바로 땅에서도 꽃다지가 지천으로 퍼지고, 제비꽃과 꽃마리도 피어나더니 오늘은 무더운 날씨로 인해 양지꽃과 민들레도 꽃을 피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엊그제 비로소 매화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렸다. 아랫지방에야 벌써 매화가 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 곳에서는 지금이 한창이다. 법당을 오르는 길에 딱 두 그루 매화나무가 있지만 그 향은 도량 전체를 감싸는 듯 그 향이 진하고 짙다. 그뿐인가. 봄나물로 밥상을 가득 채우는 것들로는, 냉이도 한창이고, 쑥도 곳곳에서 퍼지고 있으며, 민들레도 꽃피기 전에 나물로 먹어야 제격이다. 또 씀바귀와 고들빼기도 고개를 내밀고 있고 지난 주부터 아래 밭 주위와 도랑 주위로 적은 양이지만 원추리도 올라오고 있으며, 매화나무 아래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작게 돌나물도 앙증맞은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다. 잔듸밭에는 제 밭인 줄 알고 토끼풀도 막 터전을 잡기 시작했고, 곳곳에 질경이도 경쟁하듯 올라오기 시작했다. 봄이 오니 봄의 향기가 대지를 가득 매우고 있다. 아직 산을 대충 훑에 보면 봄이 오기나 했나 싶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조금 더 허리를 굽히고 땅과 또 나무와 가까이 시선을 맞추다 보면 새삼스레 깜짝 놀라고 말 것이다. 하루에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자연의 속도에 마음의 주파수를 맞춰보라. 바쁘고 정신 없던 일상이 아마도 생기 가득하고 깨어있는 향기의 연속이 되지 않을까. 내 오감은 봄이 오는 속도에 맞춰 차분한 설레임과 흥분을 느낄 것이다. 봄의 기운과 대자연의 변화는 역시 오감으로 아니 육감으로 느껴야 제격이다. 눈으로만 보는 것과 귀코혀몸뜻을 다 동원하여 전체적으로 느끼고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귀로 자연의 가녀린 소리를 듣고 코로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를 맡으며 때때로 자연에게 허락을 받은 뒤 밥상으로 가져가 혀로써 맛도 보고 온몸의 감촉으로 나무며 풀이며 바람이며 그 모든 것들을 느끼본다. 그뿐인가. 눈귀코혀몸뜻이 대자연과 접촉하며 일어나는 영민한 느낌이며 생각들을 가만히 관찰해 보는 것은 더없는 축복이며 평화로움이다. 이렇듯 때맞춰 꽃이 피고 땅에서 새잎들이 돋아난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롭고도 신비스런 일인가. 사람이 하늘을 날고 전생을 보거나 특별하고 특이한 볼거리들이 경이로운 것이 아니라 이렇듯 대자연의 변화야말로 가장 경이로운 것이고 신비로운 것이 아니겠나. 자연은 늘 그렇듯 완전하다. 그리고 자연은 항상 옳다. 자연이야말로 법신의 온전한 나툼이기에... 물론 자연 속의 한 존재인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써 항상 진리이며 항상 완전하다. 잘난 사람만 완전한 것이 아니라 못난 사람도 완전하고, 부자들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도 똑같이 훌륭하다. 다만 자연은 분별이 없지만, 인간은 분별한다는 그 점이 인간을 스스로 어리석음의 굴레에 갖히도록 하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분별을 쉬고 번뇌망상과 욕심집착을 쉬면 그대로 자연이고 그대로 진리이며 사람이 그대로 부처임을 깨닫게 된다. 봄을 보며 봄 속에서 진리를 보고 부처를 보며 나 자신을 만나게 될 수 있다. |
- 목탁소리 법상스님 -
첫댓글 늘, 이번 봄.봄은 온몸으로 느껴야지,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맘껏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훅 지나감이 늘 아쉬웠는데~
아~ 봄의 향그러움을 가슴 가득 가득 담습니다._()_
매순간 봄으로 숨쉴 수있는
피어나는 인연에
오늘도
내안의 봄을 피우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