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어, 현재를 즐겨라!
양로원의 할배가 100세 생일, 창문 넘어 토꼈다! 이 100세 할배의 평생을 일관하는 모토는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스웨덴 국민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동명 소설을 플렉스 할그렌 감독이 영상 연출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우리 시대 신세대에게 던지는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유머코드의 교훈담이다. 제목부터 풍자적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영화는 물론 서사학의 기본인 플롯 짜기의 절묘한 원리를 교과서적으로 가르친다.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세계 굴지의 복지국가 스웨덴의 양로원을 탈출한 독거노인 알란(로버트 구스타프슨)의 꽃할배 무용담을 로드무비 형식을 빌려 전하는 영화는 이 노인의 생애를 가당찮게 20세기적 대서사에 포갬으로써 블랙코미디의 엄숙함을 내비친다.
그리하여 폭탄 제조의 달인으로 남다른 능력을 보유한 10대, 폭발사고를 일으키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생체실험을 당하는 20대,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스트 프랑코의 목숨을 구하며 그의 최측근 영웅으로 등극하는 30대, 맨해튼 프로젝트(미국 원자폭탄 프로젝트)의 치명적 결함을 해결하고 트루먼 대통령의 멘토로 활동하는 40대, CIA 요원으로 발탁되어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로 활약하며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일조하는 50대 등 알란의 개인사는 그대로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이러한 알란의 이력은 양로원을 나와 이동하던 중 여의치 않게 조폭의 돈다발 가방을 습취함으로써 그의 동행들이 겪게 되는 위기일발의 여정 속에 100세 노인 자신의 회고적 내레이션으로 소개된다. 알란의 여정에 합류하는 인물들은 로드무비의 캐릭터들이 그러하듯 하나같이 주인공의 인생을 교훈적으로 반추하게 함으로써 메시지를 증폭한다.
어쭙잖은 인생의 목표에 집착하다 비명횡사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말고 닥치는 대로 살아가라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인생을 재지 않고 의지대로 살아온 알란을 통해 영화는 무계획 순수인생의 만사형통을 강변한다. 그러나 흥부의 가난을 제비의 박이 해결하고 물에 빠진 심청을 용왕이 살려내듯, 알란 앞에 닥친 위기의 순간마다 개입되는 우연의 신화는 플롯의 무게감을 떨어뜨려 리얼리즘에 반항케 함으로써 관객을 우울하게 한다.
경일대 인문사회계열 자율전공학과 교수 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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