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을 넘긴 한국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는 송강호나 김윤석이 아니다. 총 9편 중 4편에 나온 오달수다.
그는 역대 한국 영화 흥행 빅3인 '괴물'(1301만명·목소리 출연), '도둑들'(1298만명), '7번방의 선물'(1281만명)과
최근 1000만을 돌파한 '변호인'에 모두 출연했다. 지난 2011년부터 그가 출연한 영화의 총 관객 수는 무려 4752만명이다.
조연들의 전성시대다. 한국 영화가 관객 동원 기록을 3년 연속 경신할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힘이 컸다.
멀티캐스팅이 유행하면서 조연배우의 숫자와 비중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영화 안에서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법정에서 송강호에게 맞선 조연이 곽도원이 아니고 국밥집에서 송강호를 타박하는 게
오달수가 아니었다면, '변호인'의 성적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단골 조연 중엔 1년 내내 극장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도 있다.
◇1년 내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배우
최근 영화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조연은 오달수, 김정태, 박철민, 곽도원, 고창석, 라미란이 꼽힌다.
이 6명의 3년치 관객 수 평균은 2959만명이다.
대개 주연급 배우들이 매년 영화 한 편 정도에 출연하는 것을 감안할 때, 주연배우들이 출연작마다
1000만을 넘기지 않는 이상 이들의 기록을 깰 수가 없다.
지난 3년간 이들의 출연작 수 평균은 14편이다. 배우 한 명이 1년 동안 평균 영화 4~5편에 출연한 것이다.
영화 한 편 촬영하는 데 보통 2~3개월 정도가 걸리므로, 이들은 1년 내내 작품 활동을 하는 셈이다.
한 배우가 출연한 영화 두 편이 나란히 상영될 때도 많다.
고창석은 2011년 출연한 '퀵'과 '고지전'이 같은 날(7월 20일) 개봉했다.
◇연기력 좋고 강렬한 인상
단골 조연으로 꼽힌 배우들의 공통점은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뒤 영화에 데뷔했다는 것이다.
연기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시피 하다. 조연임에도 첫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우가 많다.
곽도원은 초기작 '황해'와 '범죄와의 전쟁'에서 각각 교수, 검사 역할로 얼굴을 알린 뒤 비열한 엘리트 캐릭터를 계속 맡아왔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주연을 정할 땐 연기력 말고도 인지도나 관객 동원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보완하려면
연기력이 확실한 조연이 필요하다"며 "영화 속 조연에 대해선 설명이 많이 할애되지 않기 때문에 등장과
동시에 캐릭터가 보이는 사람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정 이미지를 가진 조연을 선호하다 보니 한 배우가 여러 영화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은 "코믹한 이미지를 담당하는 조연들이 한정돼 있어서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조연들이 주연으로 출연해서 이미지를 바꾸기도 하고, 신인 배우를 조연으로 발굴해야 한국 배우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조연으로 시작했다가 주연으로 발탁된 경우도 적지 않다.
조연으로 각광받았던 임원희(다찌마와 리), 김인권(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송새벽(아부의 왕) 등은 상업영화에
주연으로 등장했다. 아직 흥행엔 성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