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데라와의 두 번째 만남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보다 읽기가 쉽고 상당히 잘 짜여진 소설이다. 루드비크가 여자친구인 루비에와 잘 안될 때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헤어진 후 금방 후회하는 장면에서 나의 불끈하던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야로슬라프가 자기의 희망인 아들이 민속행렬에서 왕 노릇을 안 한 것에 대해 화가나 부엌에 있는 그릇을 와이프가 있는 상태에서 다 깨어버린다. 이때의 장면과 두 사람의 심경 모사가 너무 사실적이여서 나를 안타깝게 했다. 흡입력이 크다.
주요 내용은 체코가 공산화된 후에 전도 유망한 대학생인 루드비크가 여자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엽서에 농담을 적어 보내는 데서 시작된다. 공산당의 엄격함과 무거움이 있는 사회에 반대되는 글로 허세를 부린 것이다. 이로 인해 공산당과 대학에서 쫓겨난다. 이념이 다른 정치범들을 수용한 수용소 탄광에서 일하면서 원한을 키운다.
루드비크는 대학에서 쫓겨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마니크에 대한 원한을 15년간이나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나중에 루드비크가 예상과는 달리 젊은 애인과 함께 나타난 제마네크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하고, 서로 황망하게 헤어지고 만다.
제마니크의 젊은 애인 브로조나 처지에서 보면 이념 분쟁은 둘 다 똑같은 삶이다. 역사의 큰 수레바퀴 아래에서 인간 개인의 삶이 얼마나 허망하고 이념의 분쟁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나는 소설에서 루드비크와 루치에의 사랑에서 안타까움이 많았다. 둘 다 서로 상처를 가지고 만났으나, 루드비크가 성급하게 육체적인 사랑에 집착하면서 깊이 있게 나아가지 못하고 한다. 루치에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루드비크는 순간의 감정으로 헤어지자고 한다.
15년이 지난 후 이발관에서 손님과 이발사로 만나지만 루치에는 루드비크에 대해 아는 체를 하지 않는다. 아픈 사랑이다. 나의 철없는 젊은 시절의 회상에 시대적 배경이 더하여 안타까움이 크다.
나는 서구의 소설 특히 프랑스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과 불륜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사랑만 한다면 불륜이 용서되는지, 아니면 인간의 진정한 사랑은 아름다워서 불륜도 다 용서가 되는지. 어찌 되었든 복수를 위해 헬레나의 사랑을 이용한 루드비크는 남자로서 찌질하고 나쁜 놈이다.
인간이 원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인생의 낭비다. 그때그때 풀고 가야지 이를 오래 가지고 있으면 망상이 된다. 결국 본인만 손해다.
또한 전도 유망한 청년이 성숙하지 못한 젊음의 가벼움으로 본인의 인생 여정이 달라졌다. 우리가 글을 적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글의 내면에 충분한 진심을 담고 이를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쉽게 써야 한다. 글로 서로가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늘 조심해야 겠다. 추가적으로 지금 '농담'에서의 엄격하고 무거운 체코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누리면서 살아가는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
첫댓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