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장에서 수련하고 있는 백경민이라고 합니다. ^^
이슬람교도들이 평생에 한 번은 마호메트의 탄생지인 메카에 가 봐야 하는 것이 그들의 규율이라면,합기도를 수련하는 자로서 종주국인 일본에 한 번은 꼭 가 봐야겠다는 생각은 늘 숙제처럼 마음 속에 있었습니다.
합기도를 수련한지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 대학생 때는 경제적인 부분이 어려워서, 직장생활 할 때는 바빠서, 자영업을 하는 지금은 그 나름의 문제로 해외로 나가는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실, 저런 구실을 대기만 하면 영영 못 가볼 것 같아 과감하게 매장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윤대현 선생님과 윤준환 부도장장님 인솔 하에 연무대회에 참석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첫날(5월 22일)
5월 22일 윤선생님과 강남도장, 신촌도장 회원들 모두 함께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나리타 공항에 무사히 도착, 숙소가 있는 신오오쿠보역에는 오후 7시쯤 도착하였습니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안도감과 설레임에 다소 흥분이 되었습니다. 역에서 나와 숙소까지 걸어가며 처음으로 보는 일본 거리인데 하나도 놓치지 말고 자세히 보자 하며 살펴 보니, 특이한 점이 핵심 상권은 거의 모두 한국인이 운영하는 점포들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프랜차이즈 본사 점포개발팀에서 하다 보니 상권에 관심이 많아 가게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곳이 일본 내 최대 한국인 타운이고 조성된 지도 꽤 오래 되었답니다. 삽겹살과 부대찌게, 호떡 등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일본 젊은이들을 보니 한류바람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나 최근의 혐한감정으로 인해 예전보다 매출이 많이 줄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반한이 아닌 혐한이라는 것이 더 문제였는데 경제적으로 우리나라가 많이 추격해 오는 것에 대한 경계와 한류바람에 대한 일본 보수층의 혐한 여론몰이가 그 주요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숙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이었는데 상당히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 인상깊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소박한 민박집인데 집 안에 엘리베이터까지 있다니 놀라왔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모두들 피곤하기도 하였으나 마침내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흥분이 가시질 않아 다 같이 숙소에서 조니워커 블루와 일본 맥주(오병석 회원이 사왔는데, 맛있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남)따서 잔을 기울이며 선생님 말씀도 듣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어느덧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너무 마셨어 .T T . 이용우 회원은 그 때 마신 술이 3일 내내 깨지 않아 고생햇다는…), 무엇보다도 얼굴만 알고 있었던 신촌도장 회원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노장한, 최성욱, 이선아,최수연 회원님 반가웠습니다. ^^)
둘째날(5월 23일: 전일본 연무대회)
늦게까지 술을 마셨지만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전일본 연무대회 참석을 위해 모두들 일어났습니다.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 정도 이동하여 도착한 무도관은 2만석 정도의 규모로서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전 일본 유도, 검도 대회의 결승전이 개최되는, 무도인들의 꿈의 무대이며, 1960년대에 비틀즈, 1980년대에 조용필씨가 공연을 했다는 그야말로 예능인과 무도인 모두에게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유서 깊은 곳이었습니다. 우니나라 아이돌가수들도 최근에 공연을 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무도관으로 들어가자 복도에 이와타, 토잔도, 아디다스 등에서 매대를 설치하여 도복과 하카마, 목검,장 등 무도용구를 팔고 있었고 그 옆에는 아주 예쁘고 특이한 기념품들도 많이 팔고 있었습니다. 특히 도복과 하카마는 가격도 인터넷에 있는 가격 그대로 바가지도 씌우지 않고 정직하게 판매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런 명품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1년에 한 번 연무대회 때에만 이런 물품들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연무대회 참석하시는 분은 통로에 있는 각 브랜드의 임시 매장에서 도복이나 하카마를 구입하는 것을 강추합니다.
도복을 입은 수천명의 참가 인원과 검은 정장 차림으로 안내를 하는 대학 합기도부 회원들의 모습을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와 인원에 놀라왔습니다. 대회의 성격이 전일본대회다 보니 해외팀은 한국, 러시아, 폴란드, 미국, 미얀마, 리투아니아, 키르키스 등 7개 팀만 있었고 대개는 일본 현지 거주하는 외국인들이라고 합니다. 연무를 위해 일본까지 직접 건너온 해외팀은 한국 뿐이라고 선생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는 다른 해외팀들과 함께 2부 7번 시간에 연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1분30초가 허락
되어 있었고 먼저 파트너를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신촌도장의 최성욱 회원과 파트너가 되어
서 짧은 시간 동안 무얼 할 까 고민하다가 정면타 1~4교를 하다보면 시간이 맞을 거 같아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무대 뒤에 대기실에는 각나라 참가선수들이 수백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사람들로 인한 열기로 인
해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으나, 무도관의 무대를 직접 발로 밟는다는 기대감에 살짝 떨려왔습니
다.
마침내 한국 순서가 되었고 해외 6개 팀과 함께 대학생 진행요원 (옆에 있던 여대생 진행요원의 미모가 상당했던 기억이 납니다…)의 도움으로 무대에 입장, 본부석을 향해 섰습니다. 무도관에 내가 들어가서 매트를 밟다니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습니다. 북 소리가 울리고 연무가 시작되었고, 최승욱 도우와 함께 1교, 2교를 서로 주고 받은 뒤 막 3교를 시작하려는 찰라 끝나는 북이 울렸습니다. 아.. 조금 더 했으면 좋겠구만… 꿈의 무대에서 조금만 더 시간을 주어 4교까지 끝냈으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짧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한국팀 연무가 끝나고 2부 거의 마지막 무렵 8단인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과 엔도 세이시로 선생의 연무가 동시에 시연되었습니다. 역시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은 최고참이다 보니 연무 순서가 끝에서 세번째로 배정되 있었습니다. 8단의 연무가 시작되자 그 전까지 웅성웅성 잡답하고 식사하느라 분주하던 다른 일본회원들과 청중이 숨소리 하나 없이 집중해서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바야시 선생의 소박하고 표준적인 연무와 엔도 선생의 화려한 연무가 묘하게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연무장을 채웠고 저는 운 좋게도 동시에 두 분의 연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좌석에 앉아 있어서 눈을 왔다갔다 바삐 움직이며 두 분의 연무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순서로는 현재 합기회 최고참인 타다 히로시 9단의 연무가 있었고, 언제나처럼 마지막에는 모리테루 도주의 종합설명연무가 있었습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세계본부 내제자들의 수신은 너무나 부드럽고 깔끔해서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전일본 연무대회는 일단 그 규모에 있어서 압도적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서정연한 모습, 특히 대학 합기도부원들이 진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날(5월24일: 세계본부 수련)
마지막 날은 공항 출발 때까지는 원래 정해진 스케쥴이 없는 자유 시간이었습니다. 숙소에서 쉬는 회원도 있었고 쇼핑을 하는 회원도 있었지만, 동경에 온 이상 세계본부에서 수련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오전 10시 30분이 도주가 지도하는 시간이어서 세계본부 수련을 희망하는 회원들과 함께 세계본부로 향했습니다. 자유시간을 마다하고 수련을 희망한 회원은 차경윤, 오병석, 최성욱, 최수연, 신민철, 김영우, 김정아 등 열혈회원들이었습니다. ^^ 세계본부 수련을 시간별로 선생별로 알려주는 스마트폰 어플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다운받아 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차경윤 회원이 세계본부를 몇 번 가 본 관계로 고맙게도 길을 안내해 주어서 골목길을 지나 세계본부에 도착하였습니다. 세계본부는 역세권이나 상업지역이 아닌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논현동이나 한남동 같은 위치한 고급 주거지역인 듯 하였습니다. 10시쯤 도주의 수업이 있을 3층에 올라와 보니 도주의 우케를 자주 받던 카나자와 다케시 7단이 지도하고 있었고 수련생은 약 150여명이 되었는데 우리나라에 자주 오시는 다키모토 세이죠 선생도 그 안에서 땀 흘리며 수련하고 계셨습니다.
도주 수련에는 더 회원들이 많아져서 200명이 넘는 듯 했습니다. 모든 회원들이 수련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정좌하고 앉아서 도주가 들어오시길 기다렸습니다. 도주가 정시에 입장하셨고 수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주를 바로 앞에서 보니 아우라가 느껴졌고, 생각했던 것보다 체격이 건장하고 손발이 컸습니다.
세계본부는 한 시간 수련 내내 파트너를 바꿀 수 없어 한 사람하고 끝까지 해야 하는데 문제는 수련하러 오는 분들 중에는 6단 이상 고수들이 즐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수들과 한 시간 내내 파트너가 되는 건 매우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 수도 있고, 특히 노인분과 여성분들 중 무서운 분들이 많기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은 분들은 피하는 게 좋다는 부도장장님의 친절한 충고가 있었습니다.
감기몸살에 과음까지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저는 그렇다면 젊은 남자를 파트너로 잡는 게 좋겠군….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비교적 젊은 40대 중후반 정도의 남자회원(이곳에서는 40대는 젊은 축에 들더군요) 과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 기술을 주고 받아 보니 예사롭지 않아서 혹시 선생이시냐고 물어보았더니 나고야에서 지도하고 있는 사범이랍니다. (흠. 그럼 그렇지..)
6단, 7단 고수들이 일반 수련생들과 똑같이 땀 흘리며 진지하게 수련하는 모습, 신선하고 놀라왔습니다. 특히 다키모토 선생은 전 타임인 카나자와 타케시 선생 수련 시간에 이어 도주 시간까지 두 시간을 연속으로 참여하는 노익장을 보여 주셨습니다. 날이 더운데다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열기와 습기로 인해 수련하기 쾌적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70이 다 된 노인이 그리 하신다는게 더욱 놀라왔습니다.
다들 만족스러웠는지 수련이 끝나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오병석 회원은 미츠테루 본부도장장과 파트너가 되어 함께 하는 기회를(딱 한번이지만) 가져서 부러웠습니다. ^^ 특히 김영우 회원은 수련 시간에 도주에게 직접 자세 교정을 받았는데 도주의 손이 어깨에 닿자 자기도 모르게 도주의 손을 꼬옥 잡았다고 합니다. ^^ (도주께서 이 사람 뭐지… 그런 거 아닐까? ^^) 수련생이 워낙 많다 보니 도주는 다니면서 유단자들을 지도해 주지는 않으셨고 거의 흰 띠들을 자상하게 일일히 지도해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세계본부 정문에서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어제 연무대회 참석했던 폴란드 팀인 듯 한 회원들도 정문에서 사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외국 회원들이 많다 보니 세계 본부 지도원 몇 명이 통제를 위해 나와 있었는데, 이면도로라 차도 별로 없는데 회원들이 보도가 아닌 차도에 서 있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보도로 밀어 넣곤 했습니다.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안전의식은 우리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공식적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에 집합한 뒤 공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비행기가 2시간 연착되는 바람에 공항에서 무려 4시간 반을 대기하느라 피곤하긴 하였으나 다들 일본에서의 값진 경험을 공유하느라 그다지 지루한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윤대현 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모든 일정을 앞장서서 챙겨주신 부도장장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2박3일 같이 숙식과 일정을 함께하면서 신촌도장, 강남도장 회원들하고도 더 친밀해질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