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1378-B.C. 1043년까지의 약 330여 년에 걸친 사사 시대는 하나님을 배반하는 이스라엘의 불신앙과 그로 인한 하나님의 진노와 압제, 그리고 회개와 새로운 평안의 도래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불신앙의 시대요, 혼란의 시대였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신앙적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운 신앙의 모습들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면면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본서 '룻'의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룻기'는 좋지 못했던 때에도 선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아름다운 사건들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증거하는 평화스러운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본 서론은 이러한 상황들의 역사적인 배경과 룻기의 특징, 그리고 목적과 정경으로서의 가치 등을 밝힘으로써 룻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계시하시고자 하는 그분의 뜻을 좀더 확실하고 분명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제1부 룻기의 역사적인 배경
Ⅰ. 명칭
히브리 맛소라 성경은 본서의 명칭을 룻기의 주인공인 '룻'의 이름을 본떠서 '룻'<tWr>이라 칭하였는데, 이러한 명칭이 한글 개역 성경에까지 그대로 인용되어 '70인역'(LXX) 역시 본서를 '룻'(@rouvq)이라 명명하였고, '라틴 불가타역'도 '리베르 루트'(Liber Ruth), 즉 '룻기'라 불렀으며 영어 성경 역시 '룻'(Ruth)으로, 그리고 한글 개역 성경도 '룻기'라 칭하였다.
Ⅱ. 저자
'탈무드'(Baba Bathra 14b)는 '사무엘이 여호수아서와 사사기, 그리고 룻기를 기록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노만 L. 가이슬러'(Norman L. Geisler)와 같은 학자들은 이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본서의 저자를 '사무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본서의 저자를 '사무엘'로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서의 4:22절에 '다윗'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데 사무엘은 다윗이 왕위에 오르기 이전에 죽었으므로(참조,
삼상 25:1), 사무엘을 다윗 시대까지 언급한 본서의 저자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본서의 저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고 다만 '다윗이 명군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이후의 어떤 사람'일 것으로만 추측하는데 이러한 견해가 더욱 타당한 듯하다. 사실 본서의 저자가 사무엘이라는 근거는 아무데서도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성경은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Ⅲ. 기록 목적과 연대
1. 기록 목적
본서의 기록 목적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본서는 그 짧은 길이에 비해 다른 서신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동기와 목적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심지어는 본서의 목적을 '고부간의 화목을 권면하기 위해', 또는 '여인의 현숙함을 위해'라는 잘못된 해석까지도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교훈들은 본서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여러 가지 교훈들 중의 하나일 뿐 본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본서의 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이방의 보잘것없고 비천한 여인 룻이 어떻게 이스라엘 백성의 반열에 들게 되었으며, 마침내 메시아의 조상이 되는가를 보여 주는 것인 동시에 그러한 사건들을 통해 무가치한 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이 얼마나 지극한지를 보여 주기 위함'이다. 이러한 룻기의 목적을 '역사적인 목적'과 '교훈적인 목적', 그리고 '기독론적인 목적'으로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1) 역사적인 목적
룻기의 역사적인 목적은 족보의 기록에 있었다. 즉 룻기는 단순히 한 신앙의 여성이 겪는 고통이나 좌절하지 않는 믿음, 또는 축복만을 서술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생애를 통해 다윗 왕의 조상이 누구였는가를 보여 주는 동시에 장차 그의 후손으로 탄생할 인류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 배경을 설정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룻기의 클라이맥스는 룻기의 족보 기록이라 할 수 있다.
2) 교훈적인 목적
룻기의 교훈적인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이스라엘의 풍습에 대한 증거이다. 즉 룻기는 그렇듯 짧은 지면에 비해 고대 이스라엘의 여러 풍습들인 추수 장면, 친족의 권리와 의무, 결혼 풍습 등 많은 것들에 대한 풍습과 법도를 보여 준다. 둘째는 다윗 왕조의 신적 기원을 보여주는 동시에 부모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효도가 어떤 아름다운 결과를 낳는가를 보여 준다. 즉 '룻'의 지극한 효성은 물질적 축복뿐만 아니라 더 좋은 영적인 축복까지도 수반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3) 기독론적인 목적
룻기 전체의 주제인 '구원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하나님의 성품과 구원의 역사에 대한 뚜렷한 흐름을 깨달을 수 있는데 이것이 본서의 기독론적인 목적인 동시에 주된 목적이기도 하다. 즉 본서는 한 이방 여자의 구원을 통해 무가치한 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이 얼마나 지극한지를 보여 주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룻기는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 은총과 그분의 거룩함,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보여 주며 그러한 사건들을 통해 장차 탄생하실 그리스도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는 것이다.
2. 기록 연대
룻기의 기록 연대에 대해 벨하우젠과 그의 학파들은 포로 후기인 B.C. 4세기 설을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1:13절과 1:20절에 쓰인 <
@hel; ; 라헨>과 <
ar;m; ; 마라>가 아람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수주의 학자들은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록 벨하우젠이나 그의 학파들이 주장하는 대로 <
@hel; ; 라헨>이 아람어인 '그러므로'라는 뜻도 있으나 히브리어인 <
@hel; ; 라헨> 즉 전치사 <
l; ; 라>와 인칭 어미 <
@he ; 헨>이 복합되어 '그들을 위하여'라고 번역되는 히브리어로 볼 수도 있고, '쓰라림'을 뜻하는 <
ar;m; ; 마라> 역시 동일한 형태의 히브리어가 존재하기 때문인데(E. J. Young, Archer), 이러한 사실은 B.C. 8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자키르'(Zakir) 비문에 가나안 단어와 아람어 단어가 함께 쓰인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James B. Pritchard, ed, 'Ancient Near Eastern Texts Relating to the Old Testament' p. 655). 그러므로 룻기의 기록 연대를 아람어와 관련지어 B.C. 4세기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오히려 성경의 증거들은 본서의 기록 연대를 그보다 훨씬 이전의 시대인 다윗의 통치 기간으로 보게 하는데 그 증거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솔로몬이 기록되지 않은 다윗 왕조의 족보이다. 즉 만약에 본서가 다윗 이후에 기록된 것이라면 솔로몬의 재위와 그 후의 왕들에 대한 기록이 빠질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서의 족보에는 다윗까지만 기록되어 있고 이러한 사실은 본서의 기록 연대가 다윗이 통치하던 시기임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둘째, 본서에 기록된 풍습의 증거이다. 본서에는 권리의 포기를 상징하는 '신을 벗는 풍습'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풍습은 이미 모세 시대에 율법으로 규정된 것이었다(참조,
신 25:9, 10). 이러한 풍습을 잘 알고 있었던 보아스는 장로들 앞에서 그 풍습을 이용하여 자신의 결혼에 대한 증거를 삼았는데, 이러한 사실은 본서가 포로 이전시대에 기록된 것임을 증거하는 것이다. 이러한 증거들로 미루어 보아 본서의 기록 연대는 다윗 왕의 통치 기간인 B.C. 11세기 말에서 10세기 초로 보아야 한다.
Ⅳ. 특징과 구조
1. 특징
룻기의 특징은 크게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룻기의 내용이 갖는 독특한 특성이다. 룻기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룻기가 성경으로서는 유일하게 '내용 전체를 한 여인의 가정사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다른 모든 성경들이 국가나 세계, 또는 그리스도의 광범위한 주제에 관해 증거하고 있는 반면에 유독 룻기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룻'이라는 한 여인의 개인적인 가정사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본서의 정경의 권위까지도 의심하게 하는 독특한 특징이지만 본서의 특징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룻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암시와 예수의 족보가 갖는 역사성을 증명'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것에 있는데 이러한 특징이 다른 성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특징이다. 둘째, 고대 이스라엘의 풍습에 대한 풍부한 기록이다. 본서는 다른 성경에 비해 비교적 짧은 양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서는 이렇듯 짧은 양의 기록 속에서도 고대 이스라엘의 풍습에 대해 다른 어떤 성경보다도 자세하게, 그리고 많이 기록하고 있어서 고대 이스라엘의 풍습에 대한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룻기를 연구하고 난 후에는 '룻'이라는 개인을 통해 자신의 뜻을 펼치시는 하나님의 역사 섭리에 대한 이해와 고대 이스라엘의 풍습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를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구조
룻기의 구조는 룻기의 단락 그대로 네 부분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렇듯 단순한 구조도 사건에 따른 분류와 인물에 따른 분류, 또는 주제에 따른 분류 등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듯 단순하면서도 결코 단순하지 않는 룻기의 구조를 도표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참조,
룻기 도표1>.
Ⅴ. 룻기의 역사적 배경
본서의 시대적 배경은 하나님을 배반함으로 대적들로부터 압제를 당하는 이스라엘의 혼란 시대, 즉 '사사 시대'이다. 혹자는 본서의 분위기가 사사 시대의 혼란스러운 분위기와 너무도 다른 온화하고도 신앙적인 분위기라는 이유 때문에 본서의 시대적 배경이 사사 시대일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경의 증거는 본서의 시대적인 배경이 사사 시대임을 강력히 증거하는데 그 증거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본서의 시대적 배경이 사사 시대임을 선언한
룻 1:1절의 말씀이다. 룻기는 '사사들의 치리하던 때에'라는 말씀으로 시작한다. 이러한 선언은 본서의 시대적 배경이 사사 시대임을 분명하게 규정하는 말씀이다. 둘째, 다윗의 족보를 기록한 4:18-22절의 말씀이다. 다윗의 족보에 의하면 본서에서 룻의 친족으로 등장하는 보아스와 다윗간의 격차가 4대밖에 안 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룻의 시대적 배경이 다윗으로부터 4대 위의 시대, 즉 사사 시대임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서의 시대적 배경은 성경의 증거 그대로 사사 시대인데 본서는 이러한 혼란의 시대 속에서도 신앙의 아름다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되고 있으며, 그러한 사건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목적을 계속해서 수행하고 계심을 보여 주고 있다.
제2부 룻기의 제 문제들
Ⅰ. 룻기의 역사성에 관한 고찰
'파이퍼'(Pfeiffer)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증거를 제시하면서 본서를 역사적 서술이 아닌 '일종의 소설'이라고 단정 짓는다. 즉 '말룐'은 '병고'를 '길룐'은 '낭비'를, 그리고 '오르바'는 '완고함'을 '나오미'는 '나의 단맛'을 뜻하는 것처럼 본서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암시적'이며, 룻과 나오미, 그리고 보아스의 행동과 인격이 고상하고, 룻기 전체를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분위기와 강한 신앙 등을 보아서 룻기를 역사적 기록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파이퍼'(Pfeiffer)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성경의 증거에 의해 받아들여질 수 없다. 첫째, 역사와 시대적 배경을 밝혀 주는
룻 1:1절의 말씀이다. 즉 '사사들이 치리하던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라는 말씀은 분명한 역사의 배경과 상황을 나타내는 말로서 룻기가 역사적 사실의 기록임을 증거하는 단적인 증거이다. 둘째, 룻기에 나타난 그 시대의 관습들이 지니는 정확성이다. 왕정 시대의 초기에는 이스라엘과 모압간의 우의적인 교류가 있었으며(참조,
삼상 22:34), 모압인과의 결혼이 금지되지 않았었다. 따라서 모압인과의 결혼을 기록한 본서의 진위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러한 배경에서 후에 다윗은 모압 왕에게 피신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참조,
삼상 22:1-5). 셋째, 룻이 다윗의 조상으로 기록되어 있는 4:18-22절의 말씀이다. 만약에 본서가 '파이퍼'의 말대로 상상으로 기록된 소설이라면 다윗의 선조를 모압 여인인 룻으로 기록할 리 만무하다. 왜냐하면 만약 본서가 꾸며낸 이야기라면 다윗의 조상을 이방 여인인 룻이 아니라 그들의 동족 이스라엘 중의 가장 아리땁고 현숙한 여인으로 기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서는 분명한 사실 그대로 '룻'을 다윗의 조상으로 기록하였고 이러한 사실은 본서가 역사 그대로를 기록한 역사적 서술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넷째, 부인할 수 없는 가장 확고한 증거는 마태복음과(참조,
마 1:5) 누가복음에(참조,
눅 3:32) 기록되어 있는 다윗의 족보이다. 즉 절대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은 룻을 다윗의 조상으로 재증거하였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인물로 확언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룻기가 단순히 로맨스적인 소설이 아니라 분명한 역사적 기록임을 증거하는 동시에 본서의 역사성을 부인하는 어떠한 노력도 배격하는 분명한 선언이다.
Ⅱ. 정경상의 위치
'룻기'는 히브리 성경의 제3부분인 '문서들'(Writings)에 속하는데 이 '문서들'은 '메길로스'(Megilloth)라고도 불리는 다섯 권의 책, 즉 '아가', '룻', '애가', '전도', '에스더'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들 다섯 권의 책은 한데 모아 편집되지 않고 각각 흩어져 역사적 연대에 따라 그 위치가 정해졌고 '룻기'도 이러한 역사적 연대에 따라 사사기 바로 뒤에 위치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위치를 70인역(LXX)과 불가타역(Vulgata), 그리고 '요세푸스'(Josephus)와 '제롬'(Jerome)에 의해서도 채택됨으로 보편화되었던 것이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문서들'또는 '성문서'들은 이스라엘의 각 절기 때에 하나씩 낭독되던 축제용 두루마리였는데 '룻기'는 곡식의 추수가 끝나고 그 추수를 축하하는 '칠칠절'에 사용되었다.
Ⅲ. 룻기의 모형론
룻기는 다른 어떤 책에서보다도 많은 상징들과 상징적 인물들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는데 그것을 크게 분류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룻은 신도들의 몸인 교회를 상징한다.
룻기에서 맨 먼저 찾아볼 수 있는 모형론의 주제는 룻의 행적을 통해 교회의 궁극적 승리, 또는 신앙인의 궁극적인 승리를 보여 준다는 데 있다. 'G. 캄벨 몰간'(G. Campbell Morgan)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① 룻의 선택(1, 2장); 신앙인의 선택, ② 룻의 모험(3장); 신앙인의 모험, ③ 룻의 축복(4장); 끝까지 인내하는 신앙인에게 주어지는 축복.
2. 보아스는 기업 무를 자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룻기의 두드러진 두 번째 모형론은 보아스의 의무인 기업 무를 자의 자격을 통해 성도의 기업을 무르실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글리슨 L. 아처'(Gleason L. Archer)는 '소책자인 룻기는 주 예수님을 중재로 하는 구약성경 가운데 가장 시사하는 바가 많은 곳이다'라는 말함으로 본서에서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상징을 단적으로 증거하였다. '아처'가 말한 '고엘'의 자격과 그를 통해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모형론은 다음과 같다. ① 고엘은 반드시 혈족이어야 한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값 주고 사셨을 뿐만 아니라(참조,
고전 6:20), 우리의 맏형이 되셨다(참조,
롬 8:29;
히 1:6). ② 고엘은 상실한 유산을 살 수 있을 만큼 부유해야 한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구원하시기에 풍족하실 뿐만 아니라(참조,
엡 1:7), 완전한 것이었다(참조,
히 9:12). ③ 고엘은 그 상실한 유산을 기꺼이 되사고자 하여야 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구원을 기뻐하시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강렬히 원하신다. ④ 고엘은 죽은 친족의 처와 결혼해야 한다; 그리스도는 죽었던 우리를 자신의 신부로 맞이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신다.
3. 나오미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역사에서 이스라엘을 상징한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메릴 F. 엉거'(Merrill F. Unger)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주장한다. ① 나오미는 엘리멜렉과 결혼을 하고 가나안에서 축복을 누린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아 행복한 생활을 영위한다. ② 나오미가 모압으로 이주한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배반함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된다. ③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음을 당한다; 분리된 이스라엘이 하나님으로부터 징계를 당한다. ④ 오르바가 모압에 남을 것을 선택하였다; 믿지 않는 유대인들이 계속해서 하나님께 돌아올 것을 거부한다. ⑤ 룻은 유다로 돌아갈 것을 결정한다; 신앙적인 유대인들이 주를 기억해 낸다. ⑥ 룻이 보아스에게 청혼한다; 이스라엘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노력하며 회개한다. ⑦ 보아스가 룻과 혼인한다; 구원받은 자들이 축복 받은 안식의 나라로 들어간다.
4. 오르바는 유대인에게 주어진 복음을 듣기는 했으나 믿기를 거부하는 대부분의 이방 세계를 상징한다.
이렇듯 오르바는 믿지 않는 유대인들과 이방 세계 양자를 다 상징하는 표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한마디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기는 듣되 패역한 마음으로 그를 거부하는 완악함'을 의미한다.
Ⅳ. 룻기의 신학
룻기에는 결코 빠뜨리고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기독교의 신학 두 가지를 증거하고 있는데 그것은 첫째로 그리스도의 복음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전파되어야 하며 누구나 복음을 믿기만 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구원의 보편성'과, 둘째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환경이나 여건도 그분의 뜻을 이루는 데 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님의 역사 섭리'이다. 즉 룻기에서는 '룻'이라는 모압 여인이 하나님의 은혜로 이스라엘의 반열에 들어섰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조상까지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 줌으로써 그리스도의 복음은 부유한 자나 권세자, 또는 고귀한 자만의 복음이 아니라 가난한 자, 천한 자, 그리고 나약한 자들에게도 구원을 베푸는 구원의 보편성, 또는 복음의 보편성을 보여 준다는 것과, 그러한 사실들을 이용하여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역사 섭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룻기의 결론 역시 한 개인의 가정사가 아닌 전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섭리 역사'로 귀결되며, 룻기의 근본적인 주인공 역시 룻이 아닌 전능하신 하나님, 구원의 하나님임을 밝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