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풀
춘천분지 종주를 하고 있습니다.
봄이 무르익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 양지꽃, 노루귀, 제비꽃 등등이 산야에 꽃 대궐을 이뤘습니다.
소양산에서 매봉산 사이에 이름 모를 야생화 군락을 발견하였습니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이기고 탐스럽게 자라나 보라색 꽃을 피워올린 야생화는 처음 접하는 꽃이었죠.
인터넷을 뒤지고 나서야 미치광이풀인 것을 알았습니다.
옛날 산골 마을에 시집온 새댁이 있었습니다.
새댁은 남편과 시부모에게 맛있는 반찬을 해 드릴 마음으로 뒷산에 올라 산나물을 캡니다.
무쳐 놓은 것이 너무 먹음직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한 접시를 비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의 심한 통증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며느리가 숨을 거두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여서
시부모는 며느리를 죽게 만든 독초를 미치광이풀이라고 불렀으며
그 후로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나물로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잘 쓰면 약이고 못 쓰면 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풀도 한약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니까요.
모름지기 예쁜 것은 독이 있다는 말씀이 허언은 아닌듯합니다.
또 소가 이 풀을 먹으면 독성이 강해서 미친 듯이 날뛴다고 해서 미치광이풀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이름이 '독뿌리풀'이지요.
산을 오름은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천상의 화원, 세속을 벗어난 별세계의 무한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등산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아지랑이 얼른얼른하고 냉이며 달래, 씀바귀, 고들빼기 등 먹거리가 풍성하고
두릅이며 취나물이 영글어 가는 산은 또 다른 혜택입니다.
게다가 멋진 야생화를 품어 아름다움을 뿜어대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미치광이면 어떻고, 제정신이면 어떻습니까? 예쁘면 그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