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입니다.
무리 지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외로움은 큰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옛날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할 때 혼자서 살아간다면 무리 생활을 할 때보다 생존확률이 낮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무리 지어 살아가면서도 고독감은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지요.
공지천변엔 산책길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해가 노루 꼬리만큼 남았을 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언제 심어놓았는지 수선화로 가득한 둔치가 예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노란 꽃봉오리가 일제히 나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여 행복했지요.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습니다.
등 뒤에 저물어 가는 햇님이 웃음 짓고 있었거든요.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른 개념입니다.
고독은 타인과의 접촉 없이 홀로 있는 물리적 상태를 말하지만
외로움은 홀로 있는 것 같은 쓸쓸한 감정을 뜻하기 때문이지요.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행복의 원천이라고 여기는 돈과 명예, 외모와 인기를 가졌음에도
세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스타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변의 환호성 속에 묻힌 외로움의 깊이가 깊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람은 태어나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혼자 사는 절대적으로 외로운 존재입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거나 적거나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열고 스스로 편안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미나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며 내면을 성장시키는 것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외로움은 자아의 빈곤이다."라는 말씀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