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겸손하기
지금 산에는 참나무에 핀 도토리꽃이 어마어마하고
도로변에는 심어진 가로수에 은행나무꽃이 만발합니다.
그런데 누구도 도토리꽃이나 은행나무꽃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꽃이 작고 연초록이어서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예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벚꽃 축제, 진달래 축제는 많이 있는데
도토리꽃 축제나 은행나무꽃 축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참나무와 은행나무는 풍매화입니다.
그러니 예쁜 모습으로 벌 나비를 부를 이유도 향기나 달콤한 꿀을 가질 이유도 없습니다.
그것이 자연의 모습이지요.
그런데 우린 인간의 욕심으로 투영된 눈을 통하여 자연을 바라보게 됩니다.
가을이 되어 도토리가 익어 떨어지거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거나 열매가 맺히면
그때야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지요.
그건 인간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예쁨을 선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참나무와 은행나무는 인간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때에 따라서 꽃피고 열매 맺고 단풍이 드는 것이지요.
겨울이 가까이 오면 잎을 매달고 혹독한 겨울을 나는 것보다 떨구어 내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그리하여 잎에 제공되는 수분을 차단하게 되고 그것이 단풍으로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인간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성한 가지를 쳐 내기도 하고
심지어 밑동을 잘라내기도 합니다.
지구상에 어떤 동물도 더불어 사는 자연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 변경시키지 않는데
유독 인간만이 그런 행동을 하지요.
자연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존재인데
오만함이 원인이 되어 숲을 파괴하고 질서를 어지럽힙니다.
욕심을 걷어낸 눈으로 보는 자연은 아름답지 않음이 없습니다.
우린 자연 앞에 겸손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