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등자의 3 미터 밑에 볼트가 있고, 후덥지근한 8월의 날씨 속에서 선등자가 흐르는 홀드를 손바닥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참 망설이고 있던 선등자의 손이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확보 보던 사람이 격려하려는 뜻으로 “해봐, 넌 할 수 있어! 과감하게 해봐!” 라고 외친다.
과연 이것이 도움이 될까? 아마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사실 그런 말은 실질적인 의미도 없고 내용도 없는 그저 “달콤한 말”에 불과하다. 이런 말이 오히려 선등자를 자극하여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하고 다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파트너를 가장 잘 도울 수 있을까?
등반 전의 요점 정리 (the “pre-flight” rundown.)
등반 전에, 선등자는 등반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신경 써야 할 일들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 “사전 요점 정리”를 함으로써 선등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선등자가 등반 도중에 갑자기 자신의 매듭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사전에 서로 상대방의 장비를 점검해준다 (buddy check). 하니스의 이중 백업 여부 그리고 매듭이 정확히 매어져 있는지 여부를 눈과 입으로 확인해준다. 선등자에게 자신이 쓰는 빌레이 장비를 보여주고, 로프도 제대로 클립했고 잠금비너에 끼웠음을 보여 안심시킨다. 끝으로 선등자에게 어떤 식으로 클립하는지 물어 본다 - 한번의 연속 동작으로 하는지, 아니면 짧게 조금씩 로프를 끌어올려서 하는지? 그럼으로써 로프의 늘어진 정도를 알맞게 조절할 수 있으며 또 그럴 준비가 되어 있음을 선등자에게 알려 주는 것이다.
선등자 보살피기
선등자의 로프 위치를 관찰한다; 반드시 다리 뒤에 로프가 있게 되지 않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몸이 뒤집히고 머리가 바위에 부딪힐 수 있다. 그 루트를 선등자 만큼 세밀하게 알면 매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등반하기 전, 루트 출발 지점에서 그 루트에 관해 서로 대화를 나눈다. 가장 클립하기 어려운 곳 그리고 크럭스가 어디인지를 알면 그에 맞게 빨리 로프를 처리할 수 있다. 정확한 클리핑도 (clipping) 중요하다. 선등자가 백클립 (back-clip) 또는 지 클립 (Z-clip)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백 클립’은 로프를 거꾸로 드로에 거는 것이고, ‘Z 클립’은 볼트가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마지막으로 클립한 퀵드로의 아래에 있는 로프를 잡아 당겨서, 새 퀵드로에 클립할 때 생긴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킨다
등반 중 선등자의 두려움을 줄여 줄 수 있다. 그 루트에 대해 서로 이야기 했으므로, 어디가 제일 힘든지를 안다. 즉, 추락의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자기 암시로 마음이 흔들리기 쉬운 곳이 어디인지 안다. 그 때 “과감하게 해봐!” 라고 소리 지르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보다는 “숨 쉬고, 긴장 풀고, 편안하게 홀드를 잡아.” 라고 말해준다. 그럼으로써, 슬랩이든 오버행이든 간에, 선등자가 다시 침착성을 회복하여, 그 어려운 구간을 해결해 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식으로 남에게도 대해 준다. (Do unto others.)
파트너 빌레이는 큰 책임이다. 빌레이 볼 동안, 자기가 최근에 끝낸 등반이나 다른 일에 관해 다른 클라이머들과 잡담하지 않아야 한다. 완전히 선등자에게 주의를 집중한다. 추락을 멈추어 주는 일만 해도 어려운 일인데, 부주의하게 확보하다가 더 위험한 일이 벌어지면 안 될 것이다. 밑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다른 클라이머들 때문에 선등자의 주의가 분산될 수도 있다. 떠드는 사람을 조용하게 만들려고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에 - 선등자에게 조언해주고 선등자의 필요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