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소리 목청껏 외치는 선거 막바지다. 함부로 핏대 올리다가 우수수 낙엽 떨어지듯 굴러 떨어지는 후보들도 많을 법하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는 뜻이 아닌가.
으스대던 더불어민주당 안팎이 사전투표 하루를 앞두고 바짝 얼어붙은 분위기다. 민주당 경기 수원 정(J) 김준혁국회의원후보의 망언(妄言)이 끝자락 판세를 심히 출렁거리게 하고 있다. 막말과 망언은 본시의 색깔이 아주 다르다. 막말은 분별없이 아무렇게 토해내는 말이요, 망언은 작심하고 떳떳하지 못한 거짓말을 뇌끼리는 것이다.
김후보 문제의 발언은 2022년 8월 14일 나꼼수 유튜브방송에서 튕겨나왔다. 요지는 이렇다.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위안부를 보내는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이화여대 초대총장 김활란.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 상납시키고 그랬다” (말 연결이 약간 고르지 못한 것은 녹음을 그대로 옮긴 탓이다) 딱히 현장을 듣고 본 것처럼 막힘없는 ‘말의 흐름’이 아닌가.
까맣게 몰랐던 사실이 오늘에 와서 알려지자. 이화여대가 화들짝 놀라면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본교와 재학생 교수 동창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켰으며 전체 여성에 대한 명백한 비하 의도를 담고 있다”고 지적. 김후보의 사과와 후보사퇴를 촉구했다. 여성 단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김후보를 규탄하는데 보조를 맞췄다.
장안의 여심(女心)을 들쑤신 꼴이 된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소집된 민주당 대책회의는 후보사퇴에는 선을 긋고 사과를 권고. 김후보는 떠밀린 사과문을 냈다. 진정성과는 거리를 둔 밋밋한 내용이었다, 명색이 역사학자가 온전히 검증되지 않은 사담(史談)을 함부로 쏟아낸 경망함을 탓하는 문서들을 모아 법적대응하겠다는 이대와 여성단체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이런 가운데 김후보의 7년 전 또 하나의 망언이 밝혀져 말썽에 불을 붙였다. 김후보는 2017년 10월 유튜브에 출연. “6·25전쟁 때 미군의 참전을 고마워하면 친미 사대주의자가 된다”고 지적. “이런 외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우겼다. 그는 “임진왜란 때 당나라 군대가 참전하여 조선을 구해준 것과 미군의 6·25참전은 똑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무책임한 방언(放言)은 고도로 민감한 군사문제에도 거침없이 이어졌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상공에 침범했을 당시. 김준혁후보는 유튜브에 출연하여 “한·미 두 나라 대통령은 음밀한 합의를 통해 한반도정세 반전을 위한 소규모의 국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단독 보도한 KBS는 “우크라이나전쟁은 떨어지는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젤렌스키가 일으킨 전쟁” 이라고 주장한 김후보의 육성을 고스란히 생(生)으로 옮겨 방송했다. 그의 망언은 이어진다. “윤석열대통령이 국지전을 일으켜 계엄령을 선포. 자신과 검찰권력을 계속 유지할 것을 생각할 수도 있다” 김후보는 자신의 밑도 끝도 없는 상상력을 마구잡이로 흩뿌렸다. 그의 정신건강은 “이상무”인가?
영국의 BBS는 최근 한국 특집 방송에서 “한강기적의 나라 한국은 박근혜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이념내전(理念內戰)에 시달려 후진국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