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래시 제12집수록-다리에 관한 기억.

[박정구]

다리에 관한 기억

                                                               -박 정 구

상여가 멈춘다.

섶다리 초입에 모여든 귀신들이 가는 길을 막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라 했다 그래서 더 이상은 갈 수 없

다고도 했다 꽃가마가 구름에 매달려 하늘 끝으로 올라

간다

둥둥 허화 둥둥

북망산천 가는 길이 그리도 급하셨소,했지만 호상이라

했다 북치는 상여잡이 목청이 가을볕에 반짝이는 사금

파리 빛보다도 더 강했다.

상여가 나간다.

상주는 죄인이라 했다 언제는 호상이라 했고 또 언제는

죄인이라 하니 만장이 휘날리는 하늘을 차마 볼 수가 없

었다 꼼짝 않던 상여가 섶다리를 지난 건 귀신들이 부르

는 소리? 강물이 오라는 소리?

둥둥 어화 둥둥

북망산천 가는 길에도 노잣돈이 필요했다 한 번 가면 다

시는 돌아오지 못 할 다리라고 했다 다리위에는 내 할아

버지 그 옆으로 실개천이 흐르고 또 내 할머니와 할머니

도란거리는 소리가 강물보다도 깊었다.

(2008.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