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켜 놓고.
언젠가 성당에 갔을 때 촛불을 사서 켜 놓고 성모 마리아앞에서 기도를 한 적이 있으며 촛불 하나를 집에 가져와서 아주 가끔 그 촛불을 켜 놓고 책을 읽는 때가 있는데 오늘도 법정스님의 글을 읽다가 촛불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촛불을 켜 놓고 책을 읽어 본다.
" 얼마전부터 기침때문에 깼을 때 차를 마시고 있는데 새벽녘에 가볍게 마시는 차 한잔이 별미거든요. 나 사는 곳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는데 그 불빛을 사발로 가려놓고 은은한 빛속에서 향기로운 차를 마십니다. 촛불을 켜 놓고 편한 자세로 아무 생각없이 기대 앉아 있으면 아주 좋아요. 텅 빈 상태에서 어떤 메아리가 울려오기 시작합니다. 행복이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늘 있습니다. 내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고통이 될 수도 있고 행복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기침이 나면 짜증이 나고 심할 땐 진땀까지 흘렀지요. 어떻게 이 병을 떼어낼까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처럼 나를 찾아온 친구를 살살 달래고 있습니다. 함께 해야 하는 인연이니까요. 기침이 아니면 누가 나를 새벽에 이렇게 깨워주겠느냐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아요. 다 생각하기에 달려 있지요."
이 글을 읽다보니 중국 명나라때 '묘협'이란 스님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설파한 보왕삼매론 (寶王三昧論)중 첫째인 '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 즉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 양약을 삼으라 는 말이 생각난다.
일부러 법정스님을 따라서 촛불을 켜 놓고 책을 읽어보니 그 재미도 쏠쏠하고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웃어본다.
2019.7.12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