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멜랑콜리.
바깥에 빗소리가 들리는가싶어 시간이 밤 10시를 넘었지만 가을비를 만나러 우산을 하나 들고 밖으로 나와보니 비가 그쳐버렸다. 하는 수 없이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만 돌고 들어왔다. 오늘은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몸이 좀 피곤하여 일찍 눈을 붙여볼까싶어 11시 가까이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이 오지 않아 다시 방에서 나왔다.
아내가 술을 마시지 말고 대신 냉장고에 있는 콩국물을 마시는 게 어떠냐고 하는데 못 들은 척 하고 마시던 막걸리와 살짝 고슬린 마른 멸치를 책상에 갖다 놓는다.
가로등에 비치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은실같은 비가 보고싶었는데, 자박자박 소곤대는 빗소리가 듣고싶었는데, 반짝 반짝 하는 비를 머리에 맞고도 싶었는데 ....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아직도 소년처럼 가을을 타는 모양이다. 아니야 늙을수록 가을을 더 타는 지 모르겠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가슴을 울리던 가수 최헌이 2012년 가을, 9월에 이 세상을 떠면서 '가을비 우산속'이란 가슴저린 명곡을 남겼는데 .......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때문에
흐르는 세월따라 잊혀진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 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 비 우산속에 이슬 맺힌다
잊어야지 언젠가는 세월 흐름속에 나 혼자서 잊어야지 잊어봐야지
슬픔도 그리움도 나 혼자서 잊어야지 그러다가 언젠가는 잊어지겠지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 비 우산속에 이슬 맺힌다
최헌의 노래를 들으니 온 몸이 멜랑콜리속에 파묻힌다
아직도 낮에는 땡볕이 따가운데 가슴속에는 벌써 가을이 와 버렸는가 보다.
2019.8.21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