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살찌고 마음도 살찌는 계절.
아내가 아파트 친구들과 뒷뜰걷기를 하다가 다리가 아파 잠시 벤치에 앉아 있었더니 모기들이 잽싸게 찾아와 이마에 다리에 막 물어제껴 가려워 죽겠다고 야단이다. 평소에는 마루에 함께 있어도 나만 물지 아내는 문다는 소리를 별로 하지않는데 오늘은 닥치는대로 무는 모양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때가 모기들이 제일 극성스런 때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은 아직도 저녁이 되면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잔다.주위가 온통 숲이다 보니 뒷산에서도 잠시 의자에 앉으면 모기들이 여기서 뗴꿍 저기서 떼꿍 물어제껴서 쉽게 앉지못하고 걷기만 한다. 모기들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 때인가보다.
오후 3시경 책상앞에 앉아있으니 다리에 피곤이 묻어온다. 나는 다리가 허약해서 다리로 피로가 쉽게 온다.내 나름대로 다리의 피로를 푸는 방법은 오히려 다리를 못 살게 구는 것이다. 즉 뛰거나 걷거나 스트레칭으로 다리에 노동을 가하면 피로가 빨리 풀린다. 배낭에 물통을 두개 넣고 뒷산으로 향한다. 벌써부터 계단에 낙엽들이 또르르 굴러다닌다. 아직 빨갛게 물들지는 않았지만 이 갈색의 낙엽들이 가을의 첨병이다.현충원옆 오솔길로 들어서니 어디선가 풀냄새가 훅 끼쳐온다. 어딘가 싶어 가만히 살펴보니 현충원 철조망 안에서 풀을 베고 있다. 풀냄새가 쌉싸레한 게 오히려 기분을 맑게 하고 향기마저 묻어온다.
한참 걸어서 숲속 도서실에 왔다. 말이 도서실이지 책을 이것저것 보관해 두는 자그만 책장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안 보던 책이 두권 있다. ' 1960년생 이경식 '이란 책과 ' 한국서원 '이란 책이다. 배낭에 넣어 집으로 가져온다. 며칠 읽고 갖다놓으면 된다. 이런 걸 독서도둑이라고 하나. 나도 내 책장에 있는 책들을 갖다 놓기도 하고 가져다 읽기도 한다. 독서도둑이야 도둑중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도둑 아닌가 ! 옛말에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약수터에서 물을 떠면서 옆을 보니 콩알보다도 작은 빨간 열매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나무가 있다. 빨간 게 이쁘고 귀여운데 정확히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다. 잎은 빨갛게 물 들어가고 열매도 빨갛게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이다. 내 마음에도 이 가을에 빨간 열매처럼 무슨 결실이 있는가 ? 결실은 없는 것 같고 주름살만 늘어가는구나. 그래도 무더운 여름보다는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이 좋구나. 나이 먹어가고 주름살 늘어가는 것은 낸들 어쩌겠나 ?
몸이 살찌고 마음도 살찌는 가을이 되어야겠다.
2019.9.18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