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방배동 도서실에서 빌렸던 책 두권을 반납하고 또 어떤 책을 빌려 볼까 하고 둘러보는데 좀 희한한 책 제목이 눈에 띈다. 일본인 작가 가키야 미우란 사람이 쓴 소설 ' 70세 사망법안, 가결 ' 이란 소설이다. 내용을 보면 집안에서 병수발의 가혹함과 가족의 몰이해때문에 집의 기둥인 쉰다섯의 며느리가 급기야 가출을 한다. 그 때문에 가족은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70세가 되면 누구나 죽는다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주부가 짊어졌던 그 가혹함을 가족이 조금씩 분담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변해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포인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이 발간된 것은 2012년 1월인데 일본의 당시 상황이 지금의 한국상황과 너무도 흡사하다.70세 사망법안은 나이 70세가 되면 누구든지 70세 생일로부터 한달이내에 죽어야 한다. 70세 사망법안이 시행되면 연금문제도 해결되고 노인요양원 역시 지금처럼 많지 않아도 충분하다. 즉 이 나라가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이다.그런데다 남은 재원을 병으로 고생하는 70세미만과 어린이와 장애인에게 돌린다는 덤까지 붙는다. 지금까지 매년 발행해 왔던 적자국채도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의료비는 물론 대학도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경제학자도 있다.
연금이다 의료비다 늙은이는 돈만 파먹는 벌레라고 말한다. 그런데 2년후에 이 법안이 시행되면 정작 죽어야 한다고 하니 노인들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밤중에도 몇번이나 눈이 저절로 떠지고 그럴때마다 불안감이 덮쳐온다.
그러면 년령별로 이 법안에 대한 찬반론을 들어보자.
( 대학교 4학년생 )
저는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50군데 이상 이력서를 보냈지만 서류심사에 통과하지 못해 면접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70세 사망법안에 찬성합니다. 죽는 방법은 안락사등 몇 종류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나이에 관계없이 안락사 할 수 있도록 법안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 있어봐야 좋은 일은 하나도 없으니 빨리 죽을 수 있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우리 젊은 사람들에 비해 노인들은 축복받은 세대입니다. 저는 극장앞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평일 손님의 80퍼센트가 노인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커다란 소리로 즐겁게 얘기하는 그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납니다.아무 보탬도 안 되는 사람들이 연금덕분에 유유자적하게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습니다. 취직을 해도 그런 노인들을 위해 연금을 납부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우리 세대는 연금을 내도 과연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예순 여덟살의 여자 )
70세 사망법안에 절대 반대합니다. 작년 말에 망나니같던 남편이 암으로 죽어서 겨우 내 인생을 되찾았습니다. 자유롭게 살았던 독신때 이후로 처음 느끼는 자유입니다. 음대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노인요양원과 병원등지에서 위문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활이 너무 즐겁습니다. 일흔살이 되면 죽어야 한다니 앞으로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야비한 법안이 페지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 일흔 여섯살의 여자 )
얼마전에 ' 덴엔초후 70세 동맹 ' 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 100세까지 팔팔하게 ' 동맹을 만들었습니다. 전부 남편을 앞서 보낸 여자 스무명, 평균 나이는 일흔 여덟살, 우리는 아직 이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70세 사망법안을 반드시 철폐하겠습니다. 저출산으로 폐교가 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활용해서 보육원과 노인요양원을 만들고 노숙자도 그곳에 수용할 수 있는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못 믿겠지만 인간은 60세가 넘어서 크게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그 나이가 되어야 비로소 인생을 내다 볼 수 있으며 젊었을 때부터 품었던 ' 뭐 때문에 사는가 '하는 물음에도 대답을 찾게 됩니다. 인간성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말이죠. 그 전까지는 오직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리사욕을 채우며 살았지만 이 나이가 되면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고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인생을 생각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인생의 참 맛은 예순살이 넘어야 비로소 알게 되는것이죠. 그런 경험치는 이 세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람의 목숨을 인위적으로 제한 한다는 것이 당연히 세계적인 인권문제로 도질 수 있는데 과연 이 사망법안이 2년후에 시행 될 것인가 아니면 그 안에 페지될 것인가 ?
이 소설의 내용이 바야흐로 우리에게 닥친 바로 그 문제가 아닌가 ?
2019.6.24 (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