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골 길.
아침을 먹고 나니 아내도 친구들 모임에 나간다고 하고 비록 하늘은 흐리지만 비는 없다고 하니 나도 뒷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다.
7부바지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간다. 이런 날에는 누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다. 뒷산 오솔길을 걸으면서 풀과 꽃과 나무를 보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천천히 발길 가는대로 시간에 관계치 않고 그냥 걷는 것이 좋다. 이렇게 걷는것이 오히려 나에겐 좋은 휴식이 된다. 연록색의 잎들이 짙은 녹색으로 바뀐 이 계절에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찔레꽃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산길을 걷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축복의 시간이다.
길을 걷는데 문득 충남 공주 근처에 있는 월오리란 시골 생각이 떠 오른다. 나의 처갓집이 있던 동네다. 시골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올라가는 길은 높다란 미루나무들이 열병식을 하면서 나를 맞이한다. 장모님 혼자 큰 시골 집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논밭일을 하셔서 얼굴과 손등이 새카맣게 타신 장모님이 ' 김서방 왔어 ? ' 하시면서 빙그레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에 집에서 기르던 암탉을 잡아서 찢어 주시던 장모님. 집은 동네의 중간쯤에 자리잡고 나지막한 뒷뜰에는 밤나무와 감나무가 빽빽하여 가을이면 밤송이들이 툭툭 떨어져 저절로 벌어지고 홍시들이 흙바닥에 철버덕 떨어지기도 하며 담장옆에는 닭장 돼지우리가 쿰쿰한 거름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집앞에는 배추밭 무밭 고추밭이 장모님의 손길에 가지런히 가꾸어져 있었고 논옆에는 출렁출렁 흘러가는 시냇물에 버들잎이 둥둥 떠 내려가고 그 속에서 송사리떼들이 노닐기도 했다.
요즘은 가끔 어릴 적 오르락 내리락 하던 마산 완월폭포가 꿈속에 나타나기도 하고 장모님 보러 가던 미루나무길이 생각 나는 게 늙어서 가슴이 헛헛해져 그런가 싶기도 하다.
2019.6.27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