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에 대한 추억.
아침에 최인호의 책을 읽는데 그 내용을 보면 어느 날 목욕탕에 들어가 뜨거운 사우나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나를 툭툭 치면서 " 인호 아니냐 ? " 한다. 나는 그 사내를 쳐다본다. 나보다 먼저 들어와 땀을 흘리며 앉아있던 그 사람은 뜨거운 내부의 열기로 얼굴빛이 낮술이라도 마신듯 붉어진 채로 나를 보고 환히 웃고 있었다. " 누구신지 ? " 전 같으면 잘 몰라도 되묻는 게 미안해서 알은척 하며 얼렁뚱땅 악수하고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인사를 슬쩍 건네고 바로 헤어지곤 했는데 요즈음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 알은체를 해 와도 꼬박꼬박 되묻곤 한다. 왜냐하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므로. 그러자 그는 " 나야 나. 학동이야."
그러자 나는 순간적으로 4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아 그래 너 학동이로구나. 성이 뭐더라." "박이야 " "그래 그래 맞았어. 박학동." 이름이 기억나자 순간 나는 열 살 난 초등학생이 되어버렸다. 그와 나는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것이다. 녀석의 이름이 독특해서 나는 그 이름을 즐겨 부르면서 놀려대곤 했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는 뚜렷이 기억나지 않았지만,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고는 해도 꼬마때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영상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나는 최인호의 이 글 즉, 우연히 목욕탕에서 마주친 초등학교때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뜻밖에 마산 중학교때의 친구 한 사람이 생각난다. 중학교 몇학년 때인가는 확실이 기억나지 않지만 별로 말이 없고 키가 나정도 또는 나보다 조금 더 큰것 같기도 하고 얼굴이 좀 얽어 곰보였는데 원래 마산 친구가 아니고 마산근교의 시골에서 마산으로 유학을 왔던것으로 기억한다. 나와 잘 맞아 친하게 지냈는데 언제부터인가 무슨이유인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사이가 서먹서먹해져 서로 얼굴을 피하곤 했었는데 지금도 뚜렷이 이름이 기억나는 게 김정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는 어디로 갔는지 마산고등학교는 함께 다니지 않은것 같다. 가끔 이 친구 생각이 나고 특히 고등학교 동기회 모임이 있을 때는 이상하게 그 친구 생각이 나서 마산중학 나온 친구들한테 그 친구 아느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법정스님의 글에 같은 도반이었던 수연스님에 대한 글이 나온다. 사람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지식이나 말에 의해서가 아니고 맑은 시선과 조용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과 그리고 말이 없는 행동에 의해서 혼과 혼이 마주치는것으로 수연스님이 그런것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중학교때의 친구 김정수가 이와 비슷한 느낌을 나에게 주었던 것 같아 60년가까이나 지난 지금도 그 친구 생각이 나는 게 아닌가 싶다. 법정스님이 얘기 한 수연스님과 비슷한 분을 어쩌다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다.
2019.7.3 (수)
첫댓글 일초 선생의 글을 읽노라면
항상 우리 마음을 찌잉하게 해 줍니다. 우리 카페를 통해 잘 읽고 있어요. 계속 좋은 얘기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마고24 사이버 사랑방 (옛친김정수는 황정수를 말함. 마산중-마산상고-부산대에서
퇴직, 동래에서 살고
있음. ---박동석---
아이구 고맘습니다. 황정수가 맞는것 같소. 미안하지만 혹시 전화번호를 알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