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주 사소한 일.
왜 머리가 띵할까 ? 책상에 앉아 있으니 이상하게 머리가 좀 아파 온다. 마침 아내가 성당에 아침미사 보러 가고 없어 잘 됐다. 찬장에서 판콜 한 병을 꺼내 마신다. 아내가 옆에 있으면 이걸 보고 왜 머리가 아파요 ? 감기기가 있어요 ? 등등 꼬치꼬치 캐 묻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나는 감기가 아니더라도 머리가 아플 때는 판콜을 두통약으로 잘 마신다. 그런데 아내가 판콜 마시는 걸 보면 왜 진통제를 예사로 마시느냐고 야단이다. 그래서 이것 하나 마시는 것도 아내 몰래 살짝 마신다. 그런데도 쓰레기통에서 판콜 병을 보면 감기냐고 따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감기기도 없는 것 같고 어제 저녁에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나 ? 아닌데 10시반에 자서 아침 6시쯤 일어났는데. 혈압이 혹시 높은가 ? 혈압기로 재어보니 95에 144로 나온다. 이 정도는 뭐 괜찮은데.
안되겠다. 베란다로 가서 내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보자. 베란다엔 우리 꽃나무중의 대장격인 고무나무가 있고 고무나무 아래에는 꼼짝없이 며칠째 잠만 자고 있는 달팽이도 있으며, 석류가 조그만 게 하나 달려있고 꽃도 피어있는 꽃석류나무가 있고, 꽃봉오리들이 맺혀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 온 주위에 짙은 향기를 내 뿜는 치자나무도 있고, 조그만 귤 하나가 귀엽게 달려 있는 귤나무도 있으며, 아파트 화단에서 줏어다 심어놓은 어린 용설란과 이파리가 대나무 잎같은 관음죽도 있다. 베란다엔 항시 이 친구들이 나를 환영한다. 얘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결에 두통이 가시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도 한다.
1시 10분에 근처 명태집에서 친구들과 점심 약속을 해 놓았는데. 어어 ! 판콜효과인가 아니면 꽃나무들과의 대화효과인가 띵하던 머리가 맑아진다. 늦지않게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에 대하여 험담도 하고 걱정도 하면서 코다리찜에 막걸리라도 한 잔 해야겠구나.
2019.7.4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