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함께 산다.
날이 훤히 밝아온다. 집안의 창문을 전부 열어제켜 놓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 ! 가을이 일찍 찾아 온것 같다. 어제 저녁에 물어쌓던 모기들이 찬 기운에 어디로 다 도망을 간 것인지 살 것같다.
커피를 한 잔 타는데 아내가 언제 일어났는지 옆에 오더니 또 커피예요 하면서 지청구다. 아침에 몸에 좋지않은 커피는 좀 덜 마시고 이 꽃가루 화분을 좀 먹어요 한다. 어허 오래 살려고 매일 아침 그걸 한 숫갈씩 먹고 있는데 당신은 꼭 당신앞에서 먹어야 먹는 줄 안단 말이야. 아 그래요 그래도 오래 살려고만 하지 말아요 해서 건강하고 오래 살려고 말이야 하고 대꾸를 한다. 벌이나 나비가 실어날으는 노란 꽃가루가 몸에는 확실히 좋을것 같아서 부지런히 아침에 한 숫갈씩 떠 먹고 있다.
방배4동 도서관에서 빌려온 일본작가 데라치 하루나가 쓴 소설 '같이 걸어도 나 혼자'라는 책을 읽다 보면 달팽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집 고무나무 화분에는 3월쯤 시장에서 아내가 사 온 상추속에서 나온 달팽이가 한 마리 살고 있다. 요즈음 이 달팽이가 나와 아내에게서 사랑을 담뿍 받고 있는 애완동물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달팽이가 잘 있는지 먼저 살펴본다. 그런데 묘한 게 이 달팽이가 한 군데 붙어 있으면 좀처럼 자리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다. 가만히 붙어 있으니 도대체 이게 무얼 먹고 사는지 모르겠고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구분이 잘 안 된다. 인터넷에서 보면 달팽이는 습기가 항상 있어야 하고 먹이는 상추나 배추가 좋다고 해서 수시로 물을 뿌려주고 상추를 옆에 놓아도 먹지 않으니 내 눈에는 불가사이하게 보인다. 아내가 친구에게 물어보니 달팽이는 암수가 한 몸에 붙어있어 새끼를 낳으면 엄청난 숫자를 낳기때문에 화분이 엉망이 되니 빨리 아파트화단으로 옮겨놓으라고 했다는데 아내는 새끼 낳는걸 보고 옯기자고 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재미있는 의문을 제기한다. 달팽이를 청경채나 양상추를 주어서 기르는데 몸의 성장에 맞추어서 소용돌이같은 껍데기가 동시에 커질까 아니면 껍데기가 먼저 커질까 하고 말이야. 물론 내 생각엔 당연히 몸과 껍데기가 동시에 맞추어 커지리라 생각되지만 이것은 소설속에서의 의문이다.
오늘쯤엔 아내가 또 우리 달팽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을 해야겠다며 달팽이를 살짝 옮겨 볼려고 하겠다.
달팽이가 몸살을 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2019.7.7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