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없는 날의 하루.
아침에 일어나 TV에서 스포츠를 좀 보다가 토스트 한 조각을 굽고 거기에 계란후라이 하나 햄 몇조각 치즈 한장 그리고 토스트에 꿀을 좀 발라서 아침으로 먹는다. 말은 간단히 토스트 한 조각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밥보다도 양이 더 많고 열량이 더 많은 게 틀림없다. 거기다 아내가 있으면 야채와 과일을 섞어서 야채즙을 내 놓는데 모두 먹고 나면 아침부터 배가 그득하다.
사흘전에 아내와 함께 경북 문경에 있는 과수원을 경영하는 처제집에 내려갔다가 이틀밤을 자면서 추석을 대비한 사과 홍로 따는 작업을 도와주고 나는 먼저 올라왔다. 아내는 봐서 내일쯤 올라온다고 했는데 어제오후부터 집에 혼자 있는데 비록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분명히 자유롭고 해방된 느낌이 드는것은 사실이다.
아침을 빵으로 떼우고 난 뒤 오늘이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쓰레기를 버리고 오늘 뭘 할까 하고 궁리를 해 본다.
10시경 배낭에 물통을 두개 넣고 지나간 잡지 현대시조 두권도 넣고 뒷산으로 향한다. 바람이 제법 산들산들하고 햇볕이 그리 따갑지 않아서 걷기에 딱 좋다. 현충원옆 자락길을 효자상 있는데 까지만 가기로 하고 천천히 세월아 가라 하고 걷는다. 효자상옆 숲속 도서실에 도착하여 현대시조 두 권을 책장에 넣는데 안 보이던 책이 한권 보인다. 가만히 보니 금년 6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이다. 재일교포 2세인 후카자와 우시오가 쓴 책으로 작자의 글을 보니 재일교포사회의 애환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전개하는 이야기로써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고 현 경남대학교 총장인 박재규가 추천을 한 '가나에 아줌마'란 책이다. 쉽게 읽혀질 책인것 같아 배낭에 넣었다. 읽고 갖다 놓으면 된다.
돌아오다가 현충원 쪽문으로 들어가 안으로 걸었다. 박정희 대통령 묘소옆 자판기에서 핫쵸코 한 잔을 뽑아 마실려고 배낭을 뒤지니 동전 500원짜리가 있어 뽑아서 마시면서 걷는다. 나는 배낭마다 동전과 볼펜을 꼭 넣어둔다. 걸어서 박대통령 묘소옆을 지나고 절옆 약수터에서 물을 받고 가는데 노란 돼지감자꽃이 이쁘게 피어있다. 시간이 정오가 넘어서서 집으로 향한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샤워를 하고 밥솥에 저녁 먹을것까지 생각해 밥을 앉히고 점심에 돼지고기에 상추쌈으로 해 먹을까싶어 어제 문경서 올라올 때 아내가 밭에서 뽑아서 넣어 준 상추를 깨끗이 씻고 사다 논 돼지고기를 굽는다. 상추쌈에 돼지고기를 싸서 밥 한 그릇을 거뜬하게 챙기고 책상에서 연필스케치 그림을 좀 그리다 30분이상을 꾸벅꾸벅 졸다가 문화센타 갈 준비를 한다. 오늘 헬스크럽 한달치 경비도 내야하고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는 수채화공부 돈도 내야한다. 마침 어제 문경서 올라 올 때 처제가 교통비 하라고 내 놓은 10만원을 전번에는 안 받았는데 이번에는 받는 게 처제한테도 마음이 편하겠다싶어 받아왔는데 이걸로 헬스비 와 수채화 수업료로 요긴하게 써야겠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나서 수채화 수업까지 시간이 30분정도 남아서 옆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을 사 먹고 강의실에 들어가서 오늘 처음으로 그라딩이라는 물감농도를 칠하는 방법을 배운다.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연필 스케치와 수채화공부. 오랜만에 내 취미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핸드폰에 아내가 내일 오후에 상경한다고 한다. 해방의 날이 끝나가는구나.
2019.9.3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