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cafe-editor-text>#영랑동<BR>-수복로는 어디로 갔을까<BR><BR>수복탑 돌아 법원 앞 아름드리 은행나무 길 지나 철둑길 오르면 오래된 의자위에 더 오래된 할머니들이 볕놀이 하는 골목<BR>몸 부비던 담장들과 하늘 깊은<BR>지붕들 재재거리고 자동차가 덜커덩 먼지를 일으켜도 의자들은 마냥 따뜻하다</P>
<P class=cafe-editor-text>시집간 영순이가 다니러 오는 날 절반은 업어 키운 옆집 백발의 함흥댁은 낡은 문갑 위 </P>
<P class=cafe-editor-text>흑백의 젊은 남편과 어린 아들을 닦고 또 닦는다<BR><BR>몇 번의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BR>환한 백목련, 녹슨 철대문과 대문을 감싸주던 분홍찔레와 <BR>철둑길을 부술 때</P>
<P class=cafe-editor-text>의자들과 볕들이 흩어졌다<BR><BR>배 나갔다 다리불구가 된 아들과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이사간지 삼년이 못되어 차례로 세상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고<BR>보상금 받아 산 집터가 잘못되어 계약금을 날렸다는 반장네 이야기도 날아 다닌다<BR>포크레인이 파낸 볕과 낡은 의자들은 수복로 대신 법대로가 왔다<BR><BR><BR><BR><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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