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운동 (2)
세부적인 얘기, 달리기
이 글을 읽기 전에 작년 8월 칼럼 〈달리기 돌리기〉를 먼저 읽어야 한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사는 곳은 호주나 뉴질랜드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미세먼지 수치와 오존 수치를 확인해야 달릴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국가다.
장시간 학습과 노동으로 가뜩이나 여유도 시간도 없는데 달릴 기회가 훨씬 더 줄어버렸다.
그렇다면, 달리기의 대체운동이 있을까? 한번 살펴보자.
첫째, 러닝 머신
진짜 비싸고 좋은 러닝 머신을 타본 경험이 없어서 그 기계는 어떨지 모르겠다.
다만, 시야가 확 트인 너른 공간에서 달리는 것과 러닝 머신 달리기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전자는 여러 감각 요소들이 ‘풀기’를 더욱 돕는다. 시각과 촉각 뿐 아니라 공간 감각까지.
하늘과 길과 햇살 그리고 초록 풀과 나무 또는 강물이 보이는 시각 효과와 부드러운 바람과 햇볕과 여러 바닥 표면을 느끼는 촉각, 그리고 탁 트이고 너른 공간을 느끼는 공간 감각까지 러닝 머신 위에서는 느낄 수 없다.
둘째, 줄넘기
줄넘기는 여러모로 좋다.
맨발 줄넘기는 발 살리기에 좋다.
헤비 줄넘기는 아주 느린 속도의 릴랙스한 줄넘기도 가능하다.
달리기처럼 소프트한 코어 개입도 있다. 코어 개입을 중추 신경계를 통한 강한 텐션 동원쯤으로 이해하고 연습하고 실천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움직임 영역에서는 별 소용이 없거나 자칫 손해도 볼 수 있다.
본 운동이 웨이트 리프팅이라면 원래가 텐션 운동이라서 그런 힘씀과 몸씀이 중량 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움직임 영역에서는 그보다 더 순간적이고 반응적이어야 한다.
즉 파시아 수준에서 촉발되고 반응해야 한다. 파시아도 신경망의 하나임이 밝혀져 있다.
줄넘기는 운동의 기본이다. 여기부터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셋째, 힌두 스쿼트
이 이름은 이상하다. 왜냐하면 이 운동은 스쿼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쿼트 자세는 이보다 더 주저앉아야 한다. 따라서 체축(body axis)의 각도가 이렇게 설 수가 없다. 오히려 힌두 스쿼트는 제자리 점프를 백 단위, 천 단위로 하기 위한 자세처럼 보인다. 인도에서는 베텍(bethak)이라고 부른다.
토끼뜀 같은데 상체를 세우고 위아래로 움직임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토끼뜀처럼 발뒤꿈치에는 체중이 거의 실리지 않는다. 그러니 뛰고 달리는 많은 도약 움직임들과 닮았다.
실제 파흘바니(pehlwani 인도 레슬러)들은 수백 회 단위로 하루에 수천 회를 매일매일 하니까, 이 운동이 옛날 (old-time) 레슬러들의 달리기 대체물이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마사이족들이 의식이 몽롱해질 만큼 제자리 도약을 통통통통 반복하는 것이 그들의 놀라운 창 던지기 실력에 작용하는 ‘풀기’인 것처럼 좀 더 레슬링에 어울리게 앉았다 뛰었다를 반복하는 힌두 스쿼트는 레슬러용 ‘풀기’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옛날로 갈수록 복서와 레슬러의 기본 훈련이 비슷했다.
타이 복싱 즉 무에타이는 직립 레슬링이 포함되니까 어느 정도 당연하지만, 서양 복싱은 의외일 것이다.
기원을 더 내려가 보면, 레슬러가 복서고 복서가 레슬러고 레슬러와 복서 모두 러너이니 그럴 것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도박이 달리기 경기의 일부가 아니라 달리기 경기가 도박의 일부였다.
직업적인 프로 달리기 선수들이 있었고 여성 선수들도 꽤 있었다. 그 중에서는 아예 훈련 자체를 복서들과 같이 하는 러너들도 있었다. 어차피 복서들도 러너였기 때문이다.
마이크 타이슨은 1980년대 복서이긴 하지만, 그는 사상 최연소 헤비급 복싱 세계챔피언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옛날(old-time) 복싱에 정통한 젊은이였다.
“불멸의 명사부” 커스 다마토의 문하생 시절 마이크 타이슨의 줄넘기 영상을 보면, 1960년대 무하마드 알리의 줄넘기 영상에서처럼 줄넘기 중에 거의 힌두 스쿼트처럼 상체를 바로 세우고 앉아 발 앞쪽으로 껑충껑충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가장 위대한 복서로 평가받는 슈거 레이 로빈슨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고, 70년대 파나마의 돌주먹 로베르토 듀란에게서도 볼 수 있으며, 80년대 한국 복서들에게서도 발견된다.
맨몸 스쿼트를 웨이트 스쿼트의 맨몸 버전으로 잘못 이해하지 말고 (발생 순서는 오히려 그 반대 아니겠는가) 제자리에서 통통 튀는 점프라고 이해하고 해보면 사실 자연스레 상체가 세워진다.
발뒤꿈치에 체중을 싣고 하는 웨이트 리프팅 스쿼트와는 반대로 발의 더 앞쪽에서 무게 중심선이 형성된다.
물론, 이것은 움직임 기능 장애 상태에서 나오는 제한된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즉 스쿼트 모빌리티가 안 되는 몸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움직임 제한과는 다르다.
스쿼트(쪼그려 앉기)는 어린 시절 99.9%의 사람들이 할 수 있던 편안한 움직임 패턴이다.
여전히 인도 스리랑카 동남아시아 일대에서는 스쿼트 자세로 식사도 하고 변도 본다.
서고 앉고 서는 스쿼트 모빌리티 내에서 발이 딱딱하고, 발가락이 펼쳐지지 않고, 발아치를 스스로 무너뜨리거나 발목이나 무릎 역시 안으로 무너지는 움직임 패턴들은 따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케틀벨 스윙
그 어떤 것도 달리기를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체육관 내에서 2~15m 달리기라도 하는 게 좋다. 케틀벨 스윙을 해도 숨이 차고 하체와 코어가 힘들지만, 결코 달리기를 대체할 수는 없다.
특히, 케틀벨 스윙에서 발전체를 바닥에 붙이고, 심지어 발뒤꿈치에 체중이 더 실리는 것은 달리기나 다른 어떤 도약 움직임들과도 많이 다르다. 웨이트 리프팅의 요소다.
런지나 한 다리 힙 힌지 종류를 제외하면, 리프팅은 대체로 하체가 외전, 외회전 상태로 중량을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달리기에서 하체는 중립 회전에 가깝다.
코치들이 런지 종류들, 이를테면 런지 점프, 측면 런지, 한 다리 힙 힌지나 그 비슷한 한 다리 운동 종류를 다시 꺼내든 것도 이런 차이와 문제를 의식해서다.
그리고 이런 한 다리 운동들에서 들고 하는 kg수를 의식하는 것은 이런 운동들을 오해하고 하는 것이다. 중력을 느끼는 수준, 움직임에 더 잘 집중하게 해주는 수준에서 중량이나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맞다. 그런 의미에서 이 운동들은 사실 웨이트 리프팅이 아니다.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케틀벨 스윙으로 달리기를 대체할 때는 의외로 이런 문제가 나중에 덫이 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충분히 뛰고 달리는 움직임이 주요 패턴으로 자리 잡은 몸이 아닐 경우 (일반인은 대부분 그렇다) 뒤늦은 나이에 집중하는 케틀벨 스윙이나 웨이트 리프팅은 몸을 지나치게 바깥 방향으로 열어 놓는, 즉 중립을 해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케틀벨을 포함한 웨이트를 보조 도구로 적당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어려서부터 시작해 직업운동선수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사실 자연스럽게 보조 도구가 된다.
➀ 원래 그 몸을 구성하고 성장시킨 운동과 움직임이 워낙 강력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➁ 실제로 주운동과 경기를 하려면 보조 운동은 어차피 보조적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직업운동선수들의 능력이나 훈련의 일부라도 따라하고 싶은 성인들이 그들의 보조 운동을 따라할 때다.
해법은 좀 가벼운 무게, 무겁지 않은 무게로 탄력적으로 스윙하고 결코 무시무시하게는 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케틀벨 운동도 물론이다.
발 안쪽이 들썩거리고, 발끝이 바깥으로 점점 벌려지고, 다 하고 나면 목과 어깨가 뻐근하고, 그런 긴장 덕지덕지 지저분한 느낌의 무거운 스윙을 하지 않는다.
그런 스윙은 ‘풀기’를 위한 달리기를 대체하기는커녕 보조도 할 수 없다.
파워나 힘을 기른다기보다 구조를 잡는다는 느낌 정도가 좋다.
무게는 중력을 느낄 수 있는 정도. 무게에 집중하는 활동이 아니라 무게는 빌려온 것일 뿐, 움직임에 집중하는 활동이 되게 한다.
움직임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서, 그래서 좀 더 잘 느끼고 집중하기 위해서 무게를 빌려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