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하란 길별이 떠별들을 위해 쓴
함께 떠나는 체육의 길
(1) 움직임과 운동과 스포츠
이 글은 여행 학교 로드스꼴라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셀프 디펜스 & 파이팅〉 수업을 듣는 학생(16세~22세)들을 대상으로 쓴 글입니다. 그렇지만 운동과 체육 활동에 관심 많은 다른 분들에게도 좋을 것입니다.
뭔가에 이름을 붙일 때는 이름에 의미를 담으려고 할 것이다.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는 여행 학교라는 의미의 “로드스꼴라”처럼 말이다.
움직임의 학교
인간은 식물이나 정물이 아니다. 동물動物이다.
인간에게 움직임은 자질 talent이고 본성 nature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인간 뇌 에너지의 90퍼센트는 움직임에 사용된다.
생각하는 것, 신진대사, 면역과 치유에 쓰이는 뇌 에너지는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인체의 디자인 자체가 움직이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흔히 움직임은 생기를 잃고 위축되기 쉽다.
그러니 인체의 원래 디자인 그대로 움직임을 회복하는 활동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운동이나 스포츠보다 움직임이 먼저여야 한다.
운동과 스포츠는 인류의 발명품이지만 움직임은 자연의 작품이다.
운동의 역사는 불과 몇 천 년이지만
움직임의 역사는 6억 년 쯤 된다.
좋은 움직임을 먼저 만드는 것이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태도다.
우리는 인체의 특성대로 잘 움직이고 싶었고 그렇게 사람들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고 싶었다.
그런 일은 학교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를 스쿨오브무브먼트, 움직임의 학교라 이름 붙였다.
우리는 요가, 타이마사지, 명상, 케틀벨, 인디언클럽, 기능적 움직임, 달리기, 택견, 크라브마가, 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주짓수 등 여러 운동과 체육 활동을 배우고 훈련해왔다.
33번의 해외 여행 중 (신혼여행을 빼고) 32번이 배우고 훈련하는 여행이었다.
태국, 미국, 홍콩, 헝가리, 일본, 미얀마, 세르비아, 스웨덴, 덴마크, 이스라엘, 체코, 그리스, 싱가포르, 프랑스, 중국, 독일, 호주...
늘어놓으니 복잡하지만
모두 움직임에 대한 배움의 여정이었다.
움직임과 아이들
운동의 사전적 의미는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런데 흔히 운동이란 말에서 고됨과 지루함을 떠올리곤 한다.
어린 아이를 보자. (지금 시대 한국에서는 미취학 아동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뛰고 내달리고 뛰어내리고 쫓고 쫓기고 깡충대는 것을 좋아한다.
플라톤은 놀이가 인간이든 동물이든 어린 것들의 도약 욕구에서 유래한다고 했다.
실제로 여러 언어들에서 "놀이"라는 단어의 어원들은 도약과 관련이 많다.
아이들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깔깔거리며 뛰어다닐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일생 동안 달리는 양의 1/3을 그때 달린다고 할 만큼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어린 아이였다.
그러나 현재는 어린 시절조차 그렇게 살 기회가 위태로워 보인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어" "뛰어내리지 마." "아랫집에서 올라와" "뛰지 마" "위험해" "다쳐" "천천히 걸어"라고 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교실에서 마치 ‘오래 앉아있기 훈련’을 하듯 한나절이나 하루 종일 앉아 지내야 한다.
움직임은 점점 더 성가신 게 된다.
학교와 교육은 다수의 아이들에게 흔히 수학을 지겹게 만들지만 운동도 지겹게 만든다.
운동을 잘 하는 소수는 선수가 되지만 고된 훈련과 경쟁을 감내하면서 다행히 심각한 부상을 겪지 않고 운과 지원이 좋아야 최종적으로 극소수의 성공한 선수가 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에는 문제가 많다.
소수는 혹사당하고 다수는 너무 움직이지 않는다.
친구들과 몸을 접촉하며 어울리는 경험은 너무 적고 전자기기를 손에 쥐고 가만히 있는 시간은 너무 많다.
팬데믹으로 이런 추세는 더 극심해졌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우리가 인간인데 걷고 달리기가 싫다면 마치 새가 날기 싫고 물고기가 헤엄치기 싫은 것과 같다.
서서 두 발로 이동하는 것은 인간의 재능이다.
그러나 우리는 두 발 이동에 너무 취약해져 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불과 60여 년 전에도 학교까지 왕복 10~16킬로미터를 걷거나 뛰어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더 옛날에는 더 많이 걸었다.
인간 역사의 대부분 그러니까 인간 역사의 99.9퍼센트 동안에는 전 세계 대다수 사람들에게 2~3시간 걷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어려서부터 생활 속 신체활동도 많았다.
자연 속에서 조용히 관조할 시간도 많았다.
110년 전 조선을 방문하고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견문록을 펴낸 독일의 베버 신부는 당시 사람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한국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자연을 꿈꾸듯 응시하며 몇 시간이고 홀로 앉아 있을 수 있다. 산마루에 진달래꽃 불타는 봄이면, 지칠 줄 모르고 진달래꽃을 응시할 줄 안다. 한국인은 먼 산 엷은 푸른빛에 눈길을 멈추고 차마 딴 데로 돌리지 못한다."
잘 걷지 않고 성장기 내내 거의 앉아 지내는 지금의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현대를 사는 우리의 움직임은 너무 취약하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과거나 지금이나 인체는 똑같다.
그런데도 선조들의 밥그릇은 냉면 그릇만큼 거대했고 우리보다 훨씬 날씬했다.
옛날부터 어떤 체육 시스템이든 달리기는 포함했지만 걷기는 포함하지 않았다.
걷기는 운동이라 부르기 민망한 운동 이전의 것 즉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우리에게 더 많은 걷기가 필요한 것은 일종의 회복의 단계와 같다.
따라서 생활로서 이동수단으로서 걷기를 늘리고 계단도 더 오르자.
옛날 사람들이 더 죽도록 일만 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농경은 계절노동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 집중해 일하고 더 오랜 기간 동안 쉬어야 했다.
전깃불이 있어야 야근을 하고 인터넷이 있어야 재택을 할 게 아닌가.
"시간이 돈"이라고 강조할 시계도 없었는데!
옛날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해와 나무와 꽃을 보지 못하고 새들의 노래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일년 내내 거의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괴롭고 이상한 일일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산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따로 또 같이
운동 경기 즉 스포츠는 너무 경쟁적이고 배타적이다.
왜냐하면 스포츠는 현대에 정립됐고 발전했고 따라서 현대 사회의 특성 즉 경쟁과 엘리트주의가 스포츠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스포츠는 좋은 움직임의 연습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스포츠의 이런 면을 활용할 것이다.
스포츠의 경쟁적 배타성이 아니라 놀이의 포괄성, 장난스러움, 즐거움을 살려서 좋은 움직임을 발전시킬 기회와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성인도 다르지 않지만, 담배나 술을 어린 나이에 하는 영향이 훨씬 더 나쁜 것처럼 어릴 때부터 움직임과 신체활동이 적은 것도 훨씬 더 나쁘다.
다수가 신명나는 세상에서 한두 명이 꼼짝하기 싫어하는 건 지극히 개인적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항상 무기력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즉 거기에는 더 넓은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이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먹지만 더 적게 운동하는 경향이 있다.
불평등할수록 더 차별하고 더 적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더 심해지고 결국 더 건강하지도 못한 것이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지구와 사회의 환경도 신체와 정신 건강 모두를 위협한다.
그러니 정신과 마음이 아프기 쉽다.
정신과 몸은 연결돼 있어서 함께 건강하거나 함께 병들기 쉽다.
건강하게 움직일 여유가 없다면 활력이 떨어지고 몸 여기저기 아프기도 쉽다.
살면서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렇게 꾸준히 운동하려면 기본이 중요하고 다시 말하지만 기본은 좋은 움직임이다.
기초적인 가동성 mobility 이 제한되거나 기초적인 안정성 stability 이 부족하다면 약간만 역동적으로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임 전체가 나빠질 것이다.
가동성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고 안정성은 움직임 속에서 몸 중심이 잘 작동해 안정감을 갖는 능력이다.
나쁜 움직임이든 좋은 움직임이든 그저 많으면 다 좋을까?
기본적인 움직임이 제한되거나 부족하다면 그것부터 개선하는 게 운동하는 데는 물론이고 살아가는 데도 훨씬 낫다.
움직임이 좋아야 운동할 때 덜 다치고 덜 난관에 부딪친다.
악기 연주와도 비슷하다. 기타를 배울 때도 코드부터 익혀야 하듯이 체육 활동도 그렇다.
그래서 지금 우리 수업에서도 주로 기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셀프 디펜스와 파이팅 테크닉도 기초부터 하나둘씩 차근차근 나갈 것이다.
몸으로 배우는 것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주자주 반복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사실 부족해서 여러분이 스스로 자주자주 반복하도록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함께 하길 바란다! https://youtu.be/G5w1EJPwQng
전체를 다 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 드는 부분을 더 자주 더 여러 번 해도 좋을 것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