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수만세도 끝이났다. 수만세가 끝난지 하루가 지났고, 어제의 그 시끄러웠던 공기와 어지러움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난 2일차에도 여전히 맡은 애가 없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이 많았고 애들을 대신 맡아주는 일들도 있었다. 2일차에는 가현이와 한영이의 게임 진행을 맡았다. 자리에 앉아 규칙만 알면 할 수 있는 카드게임이여서 그다지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애들은 금방 집중력을 잃고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다들 재미있게 게임을 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는 3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그 중에는 소율이도 있었다.
세 팀으로 나눌 때 소율이는 어느 팀에도 끼지 못하다가 선택한 팀 친구들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결국 울어버렸다. 소율이를 달래며, 결국 소율이는 나, 하연이와 셋이 게임을 했다. 같이 하자는 친구들도 거부하는 소율이를 보며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게임이 끝난 후 하연이가 간식을 받으러 갔을 때 다른 아이가 소율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소율이는 그걸 보고 나에게 말했지만, 비키라고 하기도 뭐해서 "이따가 쌤 오면 같이 다시 자리 찾자~" 라고 말했다. 소율이는 "할 말이 그거밖에 없어?" 라 답했다. 소율이는 굉장히 솔직하고, 또 솔직하고, 어린데 뭔가 신기한 것 같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소율이는 평소에도 이런 식의 답을 많이 들어왔던 것 같아 너무 미안해졌다.
이 날의 세번째 게임이였던 '둥글게 둥글게'를 하다가도 소율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나와 몇몇 애들이 달래자 기분은 꽤 좋아진 듯 했지만, 선생님에게 가기 싫다고 해서 소율이를 잠시 내가 데리고 있었다. 명단을 쓸 때 '소율이는 자주 울기도 하고 선생님과 많이 붙어있고 싶어한다는데, 수만세가 아예 처음인 친구가 맡으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캠프 전에 하연이나 다른 친구들과도 상의를 해봤지만 마땅한 답이 없어 그냥 진행 했었는데, 내가 여러모로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나는 이번 수만세를 하며 잠시도 맘에 들었던 적이 없다. 오늘도 비슷했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잘 끝나서 다행이다.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