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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말 정진명의 활쏘기와 책
저는 1993년에 집궁하여 올해(2018)로 궁력 25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우연치 않게 우리의 활에 관한 책을 몇 권 썼고, 그것이 지금도 앞으로도 국궁계에 영향을 미칠 듯하여, 제가 그런 작업에 관여하게 된 동기와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제가 쓴 책을 읽는 분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우리 활 이야기』
1993년에 우연히 집궁을 했습니다. 활을 제대로 배우려면 교재가 있어야 하고, 어느 분야든 개론서가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데 활에는 당연한 그게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활은 우리나라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책을 낼 만한 학자도 출판사도 이익을 내지 못할 영역에 관심을 두지 않은 까닭입니다. 우리 사회가 우리의 전통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국궁 개설서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나간 5천 년간 그런 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외도를 해야 하는 저의 운명을 맞닥뜨리면서 많은 갈등을 했습니다. 저의 전공은 국어이고 시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글쟁이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여 결국 그때까지 제가 배운 국궁을 고등학생 동아리 시간에 가르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원고를 정리하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원고가 『우리 활 이야기』라는 책으로 나왔습니다. 1996년의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 활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려는 책이었습니다. 활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썼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풀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체계와 편집이 이루어졌습니다. 글이 쉽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쓴 것이 특징입니다. 활 쏘는 분들이 봐도 될 책이지만, 그러기에는 전문성이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특히 사법 부분에서 그럴 수 있습니다. 집궁 2년차의 신사가 구사들로부터 귀동냥한 사법을 재구성하여 소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뜻밖의 인기를 얻어 출판 2개월 만에 재판을 찍었습니다. 활터 사람들보다는 우리의 전통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사보는 책이었습니다. 최근에 개정판을 냈고, 초판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개정판에는 사법 부분을 크게 손대어 그간 정리된 ‘온깍지 사법’으로 소개했고, 나머지 내용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2.『충북국궁사』(편저)
1997년에 『충북국궁사』를 냈습니다. 이것은 충북의 국궁사를 서술하고 국궁 현황을 정리하려는 책입니다. 저는 엮은이로 그 책의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충북궁도협회의 장영학 전무가 추진한 사업이었고, 각 활터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그것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 동안 여기저기 흩어져서 잊혀져가던 자료들이 책으로 잘 갈무리되었습니다. 이 책이 나온 뒤 『경남궁도사』와 『경북궁도사』를 비롯하여 지역사를 정리한 책들이 연달아 나온 것을 보면 이 책이 효시가 되어 다른 책들의 출판을 이끈 계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평양 감영의 활쏘기 비법』(공역)
사법에 대한 체계가 없이 공부하던 차에 <사법비전공하>라는 한문책이 나타났습니다. 그것을 접한 저는 주변의 젊은 한량들과 함께 1년간 번역 작업을 하여 1999년 『평양 감영의 활쏘기 비법』을 냈습니다. 이 책은 의외로 활터에 영향을 크게 미쳐서 사법 부분에서는 지금도 이 책을 참고하여 습사하는 한량이 많습니다. 이것은 그 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사법을 익히던 한량들에게 사법의 논리화와 객관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사이버 상에서 자신이 사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그때 논리화와 이론화에 이 책이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4.『한국의 활쏘기』
『우리 활 이야기』가 나온 후, 『조선의 궁술』을 구해보고, 해방 전후에 활을 쏜 구사들을 적잖이 만났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오늘날의 분위기와 많이 달라진 풍속을 알 수 있고, 또 그들의 기억 속에만 있어서 그들의 입산과 함께 사라져버릴 내용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것을 귀동냥한 저로서는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이대로 두면 그들의 운명과 함께 오랜 세월 이어온 활터의 전통도 사라질 것이었습니다. 『우리 활 이야기』가 지닌 약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를 느끼던 차에 결국 원고에 손을 댔습니다. 우선 제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록하여 있는 그대로 글로 옮겼고, 그것을 바탕으로 전통 활쏘기의 세계를 종합했습니다. 『조선의 궁술』에는 없는 내용이 많아서 일일이 고전과 다른 책들을 참고하여 확인할 것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2년간 작업하여 『우리 활 이야기』를 내준 학민사로 연락했는데, 학민사에서는 뜻밖에 선뜻 허락하여 이 작업이 2권짜리 책으로 나왔습니다. 국궁 종합 안내서인 『한국의 활쏘기』(1999)와 대담집인 『이야기 활 풍속사』(2000)가 그것입니다.
『한국의 활쏘기』는 그 동안 3쇄를 찍었고, 2013년도에 개정증보판을 냈습니다. 이렇게 된 계기는 성낙인 옹의 입산과 더불어 조선궁도회 초기 자료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성낙인 옹의 아들 성재경 선생으로부터 성 옹의 활 관련 유품을 받았는데, 그 안에 중요한 자료가 많았고, 그런 자료들을 토대로 하여 내용을 좀 더 충실하게 보완하여 낸 것입니다. 이로서 『한국의 활쏘기』는 국궁 입문 필독서이자 종합 안내서로 자리 잡았습니다.
5.『이야기 활 풍속사』
활터에는 자료가 의외로 없습니다. 그런데 구사들을 만나보면 지금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체험이 굉장히 많습니다. 당시 저는 10년이 채 안 된 신사여서 구사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직감으로 그들의 말이 굉장히 중요한 풍속사의 의미를 띠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될수록 녹취를 했습니다. 지금이야 핸드폰 속에 녹음 기능이 있어서 쉽지만, 그 당시만 해도 비디오를 들고 가거나 녹음기를 사서 테이프로 녹음해야 하는 때였습니다. 저는 휴대용 소니 녹음기를 썼습니다. 그렇게 하여 대화 내용 그대로 글로 옮겼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온 것이 『이야기 활 풍속사』(2000)입니다.
제 인생의 역작 『한국의 활쏘기』는 바로 이 책의 자료들을 근거로 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대화록이기 때문에 읽다보면 그것을 말하는 사람들이 살았던 과거가 머릿속에 고스란히 살아납니다.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술술 읽히면서 재미도 있습니다.
6.『활쏘기의 나침반』
그리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활터의 풍속은 제가 생각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변화되었고, 많은 것들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갔습니다. 대신에 새로운 제도들이 생기고 고증 없는 주장들이 나타나서 활터에서 사이비 예절이나 논리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예를 들면 ‘정간’이나 ‘궁도’ 같은 것이 그런 것입니다. 해방 전에는 있지도 않던 정간이 나타나서 얼토당토않게 활을 쏘는 한량을 활터에서 쫓아내는 노릇을 했습니다. 저 자신 이런 일들에 모순을 느껴 정간을 도끼로 찍어낸 뒤 활터를 떠났지만, 청주 우암정에서 멀쩡히 활을 쏘던 한 한량을 충주의 한 활터에서 정간배례를 조건으로 달아서 이적서류를 받아주지 않는 바람에 결국 고영무 접장은 활을 그만 두었습니다. 정간이라는 망령이 이미 활을 쏘는 한량까지 활터 밖으로 몰아낸 것입니다. 정간이 앞으로 활터에서 어떤 짓을 벌일 것인가를 상징처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정간은 이미 한량의 생사여탈권을 쥔 귀신으로 등극하여 순진한 신사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불호령을 내리는 중입니다. 이런 사실 자체가 정간이 활터에 있어서는 안 될 것임을 반증하는 것인데, 모두들 이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활에 대한 오해가 깊습니다. 활은 과녁 맞추는 기능이 있지만, 그건 오락에 불과한 일입니다. 활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건강 즉 양생입니다. 전통 사법은 그를 위해 만들어진 사법이고 『조선의 궁술』은 체육을 위한 사법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활터에서 유행하는 사법은 반깍지로, 건강을 해치는 사법입니다. 바로 이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이를 증명하려면 수많은 세월이 걸립니다. 그렇지만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나온 책이 『활쏘기의 나침반』(2010)입니다.
이 책은 우리의 전통 활쏘기를 오락으로 보면 안 되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입니다. 우리 활은 양생의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수단으로 1929년에 정리된 책이 바로 『조선의 궁술』입니다. 따라서 우리 활을 제대로 계승하려면 과녁 맞히는 일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전통 사법인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이해되고 선결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정리한 책입니다. 오락으로 치닫는 국궁계에, 그 방향만이 아니라 양생이라는 중요한 줄기가 있음을 확인하고 알리려고 쓴 책입니다.
『한국의 활쏘기』는 우리 활에 관한 종합 안내서를 구상하고 쓴 책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여 544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이 되었습니다. 우리 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으려고 했고, 그래서 우리 활의 입문서 노릇을 그동안 톡톡히 해왔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 활이 지금까지 어떤 형식과 모습으로 자리 잡고 이루어져왔나를 정리한 것입니다. 내용의 방향을 보며 과거에서 오늘에 이르는 모습을 정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저의 생각이 전혀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제가 쓰기는 했지만, 제 생각을 쓴 것이 아니라, 구사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소개한 것이었습니다.
7.『활쏘기의 어제와 오늘』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한 가지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활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활쏘기의 나침반』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활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저의 견해이고 지금까지 선배들이 내놓지 않은 의견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견해가 정리되고 책으로 나오기까지 활터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생긴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저는 꾸준히 글을 발표해왔습니다. 세미나나 학술대회의 현장에서 발표한 것도 있고, 온깍지궁사회 카페에 올린 글들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정리한 책이 나왔습니다. 그것이 『활쏘기의 어제와 오늘』(2017)입니다. 제목처럼 오늘날 우리의 전통 활쏘기가 어떤 상황에 처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옛 활을 제대로 잇고 새롭게 도약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우리 활이 전통의 모습을 제대로 보존하고 제대로 된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면 그 동안 왜곡된 사이비 전통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책이 『조선의 궁술』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사이비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조선의 궁술』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활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마디로 『조선의 궁술』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국궁계는 전통의 언저리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정곡을 빤히 보면서도 변죽만을 울리며 전통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궁도, 정간, 반깍지……. 이런 것들이 사이비 전통인 줄을 빤히 알면서도 굳이 외면하고 경주마처럼 자기 앞의 길만을 바라보고 갑니다. 그 길의 끝이 어디에 이를지는 좀 더 가보면 알겠지요.
8.『전통 활쏘기』(공저)
사실 우리 활이 전통과 상관없는 어떤 것이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골프를 배울 것 같으면 우리가 걱정할 것이라고는 얼마나 골프를 잘 칠 것인가 하는 고민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활쏘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통’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큽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보면 이 문제를 아주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자신의 활쏘기가 바로 전통 활쏘기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전통에 대한 고민이라고는 한 흔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말끝마다 전통을 말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진지한 활 공부가 필요 없습니다. 따박따박 과녁 두드리는 단순한 방법만 연구하면 됩니다. 진지하게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놈팽이가 끼어들어서는 ‘너희는 그렇게 해라. 나는 과녁이나 맞출란다.’면서 약을 올리고 도망갑니다.
이런 경망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제대로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온깍지궁사회입니다. 그리고 온깍지궁사회에서 2001년부터 7년간 활동한 내용을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만든 모임이 온깍지활쏘기학교입니다. 지원자를 받아서 몇 회 교육을 하다 보니 교재가 필요하여 만들었는데, 몇 년 뒤에 결국은 출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류근원 명무와 공동으로 지은 『전통 활쏘기』(2015)가 그것입니다.
인터넷에는 자료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봐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이제 막 활을 배운 신사들이 이런 혼란에 싸입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하여 신사들이 전통 활쏘기를 보는 데 꼭 필요한 내용만을 골라서 정리한 것입니다. 이 책 속의 내용을 뼈대로 살을 붙여야만 제대로 된 활쏘기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전통 활쏘기』로 뽑았습니다.
9.『활쏘기 왜 하는가』
이런 진지한 활 공부는 온깍지궁사회 카페에서도 꾸준히 이루어져 그간 우리가 왜 그런지 잘 모르고 해왔던 것들에 대한 의문을 풀 실마리가 많이 나타났고, 그런 공부 과정에서 많은 의문들이 풀렸습니다. 특히 건강 양생에서 꼭 필요한 의문이 ‘기’에 관한 것인데, 그에 대한 공부가 깊어져서 같이 공부하는 한량들끼리 그 지식을 공유했습니다. 그런 공부의 결과를 모아서 정리한 것이 『활쏘기 왜 하는가』입니다.
이 책은 동양의학의 경락론을 통해 우리 활의 비밀을 밝힌 첫 번째 시도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리 활은 다른 활과 달리 인류가 도달한 최고 정점의 세계를 보여주는 스포츠입니다. 운동 역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중국의 내가권 무술들(태극권, 팔괘장, 형의권)은 300년 전부터 그런 영역의 논리를 활용하여 무술의 비밀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써왔습니다. 따라서 우리 활도 양생의 끝점에 이른 내가권 무술로, 경락이론이 아니고는 풀기 어렵다는 결론이어서, 결국 경락이론으로 우리 활의 비밀을 파헤치는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이 책은 주역의 관념을 통해 우리 옛 그림에 나타나는 과녁의 괘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밝혔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경락이론과 동양의학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경락이론이나 동양의학도 주먹구구식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많고, 또 의사 전문가 집단의 글들이 많아서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침뜸 공부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동양의학의 내용을 소개하는 책까지 쓰는 ‘외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양의학에 관한 책을 5권이나 썼습니다. 참고로 책 제목만 소개합니다.
『우리 침뜸 이야기』
『우리 침뜸의 원리와 응용』
『고려침경 영추』
『황제내경 소문』
『청소년을 위한 우리 철학 이야기』
지금까지 이 글을 읽어 오신 분은 짐작하시겠지만, 활쏘기의 여러 영역 중에서 제가 아직 손대지 않은 부분이 하나 남았습니다. 뭘까요? 바로 사법부분입니다.
10.『활쏘기의 지름길』
물론 사법부분에 대해서도 <온깍지 사법>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정리되었지만, 단순히 동작만을 묘사하는 것과 그것의 내면 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묘사야 누구나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원리는 그렇지 않아서 속으로 농익어야 하고 수많은 세월을 거쳐 몸으로 익히고 검증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시간이 걸립니다. 집궁회갑을 한 사람이 즐비한 우리 국궁계에서 과연 누가 사법에 대해서 이렇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그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의 사법이 전통과 어떤 연관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무척 유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성낙인 옹 때문입니다.(성낙인은 조선궁술연구회장 성문영 공의 외동아들로 1941년에 집궁하여 2001년에 집궁회갑을 맞음.) 1996년 겨울에 처음 성 옹을 뵙고는 활 공부에 큰 진척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조선의 궁술』을 읽으면서 저의 공부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습니다. 집궁으로 치면 25년이 흘렀지요. 이 세월은 활터에서 그리 오랜 것이 아니지만, 전통의 정통을 추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저를 벼랑 끝에 몰아붙인 세월이라면 이제 전통도 누군가는 가닥을 드러내어 전통 사법을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해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쓴 책이 『활쏘기의 지름길』입니다. 이 책은 거두절미 하고 사법에 관한 글로만 엮었습니다. 사법이 아닌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수많은 책을 통해서 정리하고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궁술』은 인류가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완벽한 활쏘기입니다.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활쏘기는 『조선의 궁술』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그렇지만 『조선의 궁술』 속 사법 서술은 몇 쪽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전통 사법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착각하고 제 멋대로 해석하여 새로운 사법을 창안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엉터리 사법에다가 ‘전통’이라는 말을 버젓이 붙입니다. 간략한 것과 불완전한 것은 다릅니다. 『조선의 궁술』은 서술이 간략한 것이지 불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그 동안 『조선의 궁술』을 공부하며 느낀 점과 몸으로 확인한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방법을 썼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다른 자리에서 간간이 설명한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새롭게 설명한 것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이론도 『조선의 궁술』 세계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베일에 싸인 『조선의 궁술』의 비밀을 열기 위하여 제가 그 동안 고민해온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었습니다.
11.시집 『활에게 길을 묻다』
이밖에 심심풀이로 낸 책도 있습니다. 시집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제 본업이 시인지라 때로 활터에서 시심이 작용하여 시를 쓸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시들을 모아서 2005년에 시집을 냈습니다. 『활에게 길을 묻다』가 그것입니다. 국궁계에서는 최초의 시집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써온 다른 글들은 어떤 사실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러므로 개인의 생각이 특별히 작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서술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활쏘기는 내면에서 벌어지는 힘이 있고 논리가 있습니다. 때로 그런 논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의 논리를 뛰어넘습니다. 직관처럼 느껴지거나 상식을 넘어서는 논리가 불꽃 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런 상황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절한 예술 갈래가 바로 ‘시’입니다.
활터에서 생활하다보면 그곳이 세상과는 또 다른 한 세상입니다. 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른 세상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그곳의 독특한 세계를 노래하다 보면 그것이 인류 문화의 유산이 됩니다. 활쏘기는 몸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하면서느껴지는 바와 느낌이 있습니다. 그것을 시로 표현해보는 것도 활쏘기의 세계를 한결 깊게 하는
방법입니다.
12. 『한국 활의 천 년 꿈, 온깍지궁사회』(엮음)
이 책은 온깍지궁사회의 공개 활동 시기 활동상을 정리한 책입니다. 2001년 출범한 온깍지궁사회는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인터넷을 통해 활동 상황을 공개했고, 그 소개 글을 주로 제가 맡아서 썼습니다. 2007년 친목모임인 사계로 전환하였고, 다시 더 7년이 지난 2015년에 지난 행적을 한 번 정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논의를 한 끝에 행사 소개 글을 중심으로 엮어보자는 논의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정리하여 책으로 엮었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계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출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온깍지궁사회 홈페이지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을 제가 맡아서 편집했기에 여기에 간단히 소개합니다.
온깍지궁사회는 단순한 동호인 모임으로 출발했는데, 전통에 대한 담론의 복판에 섬으로써 2000년대 국궁사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온깍지궁사회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들은 여전히 국궁계의 화두로 남아 이후 활 공부하는 분들의 관심사로 남아있습니다.
13. 시집『과녁을 잊다』
몇년 쉰 활을 다시 쏘면서 활터를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본래 시로 등단을 하여 평생토록 시를 써온 사람입니다. 활에 관한 글들은 어찌 보면 저로서는 외도를 한 셈입니다. 활터에서 활을 쏘다 보니 활터가 주는 정겨운 풍속과 환경이 있고, 그 안에는 활을 쏘는 사람의 정서가 담겼습니다. 그 연장에서 활터의 풍속과 그 안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새롭게 보는 눈이 생기고 느낌이 입니다. 그것을 생각나는 대로 시로 옮겼다가 엮은 것이 이 시집입니다. 2019년에 학민사에서 낸 시집입니다.
*이 책들은 대부분 시중의 서점에 구할 수 있습니다. 시중이 서점에 없으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