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로서 환축을 대할 때 마음에서
이제 간절함은 없다.
살아나면 좋고 죽어도 뭐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지.
어쩜 돈때문에 진료를 하는 것일 수도.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종종 화가 난 사람처럼 보인단 말이나
웰케 분위기 잡느냔 소릴 들어.
예전보다 내가 진료할 때 더 차갑게 보이고
어떤 면에서는 덜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나봐.
난 똑같은 것 같은데 참 이상하지.
근데 사실은 사실이야, 예전만큼 마음을 쓰지 않아.
정확히 말하면 마음이 써지지 않아.
불쌍하단 생각, 꼭 살려내야지 하는 생각,
치료 포기하려는 축주 앞에서
이 손 놓으면 저 세상밖으로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애들
내 손으로 꼭 붙잡고 있단 느낌.
그런 거 이제는 잘 안들어.
마음은 그런데
내 손을 보면 또 꼭 그런건 아닌 것 같기도 해
어려운 수술을 하다가 손이 만신창이 되었는데
소가 살아나서 기뻐.
그렇다고 하하하 웃고 그런 건 아니지만
손이 저래도 소가 살아나니 기쁘긴 해.
손이야 약바르면 또 좋아지겠지.
암튼
겉으론 차갑고 마음도 덤덤하고 덜 간절하지만
마지막 보루처럼 내 손은 아직 뜨겁다.
조금 다행이야, 그래서.
오랜만에 극단 새벽의 연극,
두꺼비집에는 여우가 살고있다.
마치 요즘의 나를 보는 것만 같았어.
돈에 점점 노예가 되는 듯한....
그러지 말아야지. 다시 손도 뜨겁고
마음도 뜨거운 수의사가 되어야지.
최소한 이 지긋지긋한 우울증을
조금 빨리 벗어날 힌트를 얻은 것 같아.
그런데 걱정이야. 금요일에 또 예약은 했지만
내년까지 새로운 연극, 또 어찌 기다리지???
카페 게시글
┃극단새벽 공연후기┃
감상평
만추에 만난 블랙코미디 하나.
외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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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 22:1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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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년만에 뵙네요.
반갑게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제대로 못하고
1등으로 짠! 오셔서 당황해서 허둥지둥만했네요ㅎㅎ
잊지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극장에서 외부인님을 또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