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사랑하는 사람 심장속으로 들어가는 거래..
5월 4일 오후 4시 반,
늦어도 4시까진 오겠다던 어머니는 아니 오시고
답답한 아들은 받지 않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약속장소에서 담배만 피우는데
어렵게 연결된 수화기 너머 다급한 119대원의 목소리.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덤프트럭과 정면충돌 하셨다는 어머니.
그리고 그날 밤,
중증외상센터장님은 조용히 아들을 불러
장기기증 서류를 내민다.
호흡기를 떼기 위해 천천히 가져가던 의사선생님의 하얀손을
거칠게 잡고 아들은 고개를 젖는다.
내가 하겠노라.
엄마를 죽인, 죽도록 미워해야할 사람
그게 다른 사람이면
그 사람 증오하며 평생을 어찌 살겠냐고
그러니 내가 하겠노라.
온 몸의 뼈가 다 부러졌는데도
아프다는 “아야” 한 마디를 못하고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이 호흡기를 떼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아들 손에 영영 잠이 들었다.
장례를 치루는 동안 아버지는 조석을 거르고
딸들도 허망한 마음에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단 한 사람,
상주였던 아들만이 하관하는 순간까지
눈물 한 방울을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5개월.
아들은 3주에 한 번씩 아버지를 모시고 다시 어머니와 이별했던 그 병원을 다닌다.
조석을 거르셨던 아버지의 이유가 위암이었던 탓에 여전히 아들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인지 잘 웃던 아들은
언제부턴가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하루를 산다.
아들은 여전히 어머니가 밉다.
5개월이 지났는데도 미워 죽을 것만 같다.
왜 미운지도 모르게 밉다.
어떤 날엔 너무 미워서 잠도 설치고 술을 마시고
그런 날엔 가슴이 미어지게 아프다.
그리고 아들은 오늘 그 이유를 조금 알게 되었다.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 심장속으로 들어가는 거래..
아들은 어머니를 아직 맞을 준비가 안되었는데
종내 어머니가 아들 심장으로 비집고 들어왔나봐.
그래서 아팠고
그렇게 아프게 하던 어머니가 미웠던 건가봐.
나이 지긋한 거래처 사모님들께
넉살 좋게 어머님 어머님 하던 아들은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머니”란 단어를 입에 담지 못했는데,
5개월을 꾹꾹 눌러놨던 슬픔이
그 말을 하고 나면 그만 왈칵 터져버릴까봐 그랬거든.
그렇게 다 울고 나면
가슴이 아프지도 않고 또 어머니도 밉지가 않아서
잘 생각이 나지를 않다가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가서는
미안하지도 않고 그립지도 않고 보고싶지도 않고
차마 잊게될까봐.
아들은 그게 두려워서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하는 그리움을 차마 참아왔나봐.
연극을 보면서도 입술을 질끈 깨물고
어깨가 들썩일 때까지도 마냥 참았나봐.
첫 날 첫 공연에서 생각지도 않은 반전에
하마터면 울음이 터질뻔 했던 걸 그래도 잘 참았거든.
그런데 마지막 날 공연에서는...
분명 다 아는 이야긴데 설마...
한 번 봤던 건데 설마...
그 설마 하던 아들은 결국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오열을 했어.
5개월을 참았던 게 한꺼번에 터져버렸어.
태어나서 그렇게 울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이 마흔이 넘은 아들은 정말 애기처럼 엉엉 울었어.
정말로 인형을 만들어 천 번을 부르면 나에게로 엄마가 되어 와줄까?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 심장으로 들어가는 거라는데...
이제 심장에 찰랑 거릴 정도로 차있던 슬픔이 모두 눈물이 되어 강물처럼 흘러나갔으니
이제는 어머니가 아프지 않게 심장으로 들어오실까?
사실은 말야.
엄청 보고 싶은 건가봐.
엉엉 울음이 나올 만큼 아들은 그동안 어머니가,
아니 엄마가 보고 싶었었나봐.
그랬나봐.
풀리지 않던 물음을 품고 갔던 극단 새벽에서
두 번의 관람으로
아들은 해답의 실마리를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엄마, 김옥희배우님
아재, 허승빈배우님
청이, 오유미배우님
라이타, 류명환배우님
별이, 정동박배우님
초, 김세영배우님
희, 강선화배우님
단속반,임태훈배우님.
그리고 위선일 작가님.
주옥같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써주신 작가님과
그걸 꼭꼭 씹어 무대위의 생명으로 품어낸 배우님들
그리고 스테프 여러분.
리셉션에 극단 막내분에게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공연 잘 보고 갑니다.
다음 공연에 뵙지요.
안녕히 계세요. ㅋㅋㅋ
카페 게시글
┃극단새벽 공연후기┃
감상평
내년까지 어찌 또 기다릴까......ㅋㅋㅋ
외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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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0
19.10.05 22:2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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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외부인님이 마음으로 불러주셔서
단원들은 꽃이 되었네요ㅎㅎ
잊지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공연으로 만나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