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저자
제임스 R. 해거티 , 정유선 (역) 18,000원
인플루엔셜 · 2023년 07월 24일
저자(글) 제임스 R. 해거티
인물정보
언론인>기자/PD
(James R. Hagerty)
40년 넘는 세월 동안 《월스트리트 저널》을 꾸준하게 지키면서 기자, 편집자로 일해왔다. 〈자신의 부고를 쓰는 어느 부고 작가(An Obituary Writer Writes One for Himself)〉라는 기사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1956년 미국 노스다코타주 출생. 노스다코타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언론학을 전공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일하면서 홍콩, 파리, 런던, 브뤼셀 등 아시아와 유럽 지국을 무대로 활약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편집국장, 《월스트리트 저널》 런던 지국장을 지내며 관리직에 올랐으나 기자 생활에 대한 동경을 끝내 단념하지 못하고 ‘부고 전문기자’라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풀타임 부고 기자로서 매일 2시간씩 전 세계의 사망 기사를 찾아 읽으며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이야기’로 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접기
“당신은 어떤 인생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월스트리트 저널 유일의 부고 전문기자가 초대하는 ‘부고의 세계’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부고 기사만을 전담해서 쓰는 ‘부고 전문기자’가 있다. 지난 7년간 800여 명의 부고를 써온 제임스 R. 해거티(James R. Hagert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쓴 부고 기사의 주인은 꼭 대중의 사랑을 받은 유명인만은 아니다. 유명했어야 하는 사람, 악명 높은 사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까지 다양하다. 그의 부고 기사는 그저 건조하게 사망 소식을 고지하는 간략한 부고와 달리, 삶의 굴곡진 여정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인생극장에 가깝다. 이따금 유머와 교훈까지 포함하는 인생 이야기는 읽는 이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비추어보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음미하게끔 만든다.
부고 전문기자라는 독특한 이력의 스페셜리스트가 쓴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원제: YOURS TRULY)는 내 부고를 쓰는 법에서부터 시작하여 삶을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 아버지의 부고를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부고의 짧은 역사, 더 널리 알려졌어야 하는 작은 영웅들의 인생 이야기 등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다양한 매력이 담긴 ‘부고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책을 읽고 부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나는 인생을 어떤 이야기로 완성하고 싶은지’,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PART 1 기억되고 싶다면 이야기를 남겨라
01 누구도 나보다 내 부고를 잘 쓸 순 없다
02 부고는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일까?
03 당신의 인생을 벽화로 그려본다면
04 중요한 것은 수상 목록의 길이가 아니다
05 디테일이 살아 있는 인생 이야기의 좋은 예
06 질문하기: 무엇이 당신을 웃게 하나요?
07 인터뷰하기: 조금만 더 얘기해 주세요
08 구술하기: 녹음 버튼을 누르고 말을 시작하면 끝
PART 2 누구나 책 한 권만큼의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09 부고마저 재미없다면 죽는 데 무슨 낙이 있을까
10 어머니 말씀이라도 팩트 체크는 꼭 해볼 것
11 주고받은 편지는 훌륭한 삶의 기록이 된다
12 완벽한 도입부를 마냥 기다리지 마라
13 사망할 것인가? 돌아가실 것인가? 세상을 떠날 것인가?
PART 3 나는 이렇게 내 부고를 쓰고 있다
14 아버지의 부고는 실패했지만
15 신문 1면을 장식한 나의 특별한 어머니 이야기
16 어느 저널리스트의 마지막 글쓰기 수업
17 나는 이렇게 내 부고를 쓰고 있다
18 영감을 자극하는 최고의 회고록들
19 나의 첫 번째 부고
20 살아 있는 내내 기록할 것
PART 4 좋은 부고, 나쁜 부고, 이상한 부고
21 작은 영웅들의 부고
22 우리를 기억하게 하는 것들
23 바르탄 그레고리안의 방랑하는 삶
24 사랑이 꽃피는 가족의 진실
25 특별하지 않은 삶이란 없다
26 저널리스트가 자기 이야기를 쓸 때
27 일기로 역사가 된 남자
28 터무니없이 짧은 부고의 역사
나가는 글
감사의 글
추천사
이해인 (수녀, 시인)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공부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낯설고 차갑게 느끼는 ‘죽음’이란 단어를 저자는 수십 년간 다양한 부고를 쓴 기자답게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만들어줍니다. 이승의 삶을 졸업하는 학생으로서 좀 더 충실하게 ‘순간 속의 영원’을 살고 싶은 선한 갈망이 마음속에 차오르게 하는 이 책을 기쁘게 추천합니다.
이금희 (방송인)
“서툴더라도 자신의 생애를 직접 글로 적어보자.”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인 저자는 제안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마음먹고 정리하여 쓰기 시작하는 그 날부터 내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추억이 되살아나고 삶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당신의 글은 가족과 친구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될 겁니다.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여러 매체를 통해 부고를 읽습니다. 대개 고인이 생전에 어떤 직위를 가졌는지 그리고 자녀들의 직위와 연락처, 장례식장과 발인 날짜를 적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다른 ‘진짜’ 인생 이야기를 담은 부고 작성법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인생이라는 짧은 여정에서 우리가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건 사랑뿐일 것입니다. 나와 나의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할아버지의 부고를 쓴 적이 있다. 오직 그의 삶을 기리고 많은 이가 기억해 주길 바라서였다. 근면하고 다정했던 개인의 삶은 타인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부고 전문기자가 쓴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은 것을 깨달았다. 떠난 이를 마음에 남겨두는 방법과 용기 내서 펜을 들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생각해 온 추모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까지. ‘부고’의 진실한 의미를 전하는 이 책이 당신에게도 소중한 깨달음을 줄 것이다.
접기
책 속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유언장 작성이나 다락방 청소처럼 성가신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어쩌면 즐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뜻밖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고 말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인쇄물과 온라인에 등장할 우리 삶의 요약본이 적어도 우리가 원하는 성적표에 가깝도록 모양새를 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아보자. - 12쪽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나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부고를 쓰는 기자로 알려져 있다. 내가 쓰는 부고 기사 대부분은 흥미롭고 주목받을 만한 삶을 살았지만,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부고다. 독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아직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당신의 인생 이야기도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일 수 있다. 당신이 남긴 인생 이야기는 가족과 친구,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 15쪽
음울한 사망 공고에서 보았던 지루하고 틀에 박힌 글이 곧 부고라고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부고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를 보존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부고=인생 이야기’라는 간단한 공식을 기억하자. 내 부고를 쓰면서는 이제껏 누누이 강조해 온 내용을 실천하고 있다.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 보나 마나 망칠 것이 뻔한 가족들에게 내 부고를 맡기지 말자.’ - 24쪽
인생을 벽화로 그려본다면 어떨까. 그 벽화에서 어떤 패턴이나 의미를 찾으려면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봐야 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아무리 지루해 보일지라도 기본적인 세부 사항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아야 한다. - 46쪽
가족이라고 해서 나의 가장 재밌었던 추억까지 다 알고 있으리라고 넘겨짚지 않아야 한다. 종종 사람들에게 최근 세상을 떠난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에 얽힌 가장 재밌었던 추억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그러면 “아, 그런 일은 수없이 많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좋네요! 가장 재미있는 걸로 한두 가지만 이야기해 주세요.” 이 지점에서 많은 이가 입을 다문다. - 52쪽
배우자와 다정한 사이였다는 것을 독자들이 의심할 만한 심각한 위기가 있었다면 모를까 굳이 그 사실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 가족에게 헌신한 일이나 자녀와 손주의 스포츠 행사에 참석한 일도 마찬가지다. 부고를 읽다 보면, 고인은 거의 항상 가족에게 헌신한 것으로 묘사되고 그에게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을 혐오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그들은 영원히 사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 사람들에 관한 부고는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57쪽
내가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난 날은 1956년 7월의 무더위가 한창인 때였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어머니 말씀은 언제나 믿어야 하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한다. 《미니애폴리스 모닝 트리뷴》에 따르면 그날은 비가 왔고 최고 기온이 섭씨 17도였다.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 149쪽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소셜 미디어 게시물의 형태로 아주 짧게 소식을 전한다. 그중 가장 나은 것들을 보관하면 그 또한 인생 이야기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오래전에 자신이 쓴 편지나 가까운 이들에게서 받은 편지를 발견한다면 그 편지들을 뒤적이며 인생 이야기에 필요한 소재들을 발굴해 보자. - 152쪽
어떤 사람들은 그저 “세상을 떠났다”라고 사망 소식을 알린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영혼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영생을 얻었다”, “이 세상을 떠나 황금 거리를 걷는다”, “땅의 속박을 벗어던지고 하늘로 날아올라 천사가 되었다”라고 전하기도 한다. 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돌아가셨다, 승천하셨다, 쓰러졌다, 체크아웃했다, 숨이 넘어갔다, 밥숟가락을 놓았다’라고 할지 그냥 ‘세상을 떠났다’라고 할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이야기를 읽을 때쯤이면 다들 우리가 더 좋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 170쪽
우리는 신문의 부고란에서 착하디착한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어떤 사람은 주변인들이 그의 악행을 입 다물어준 덕분에 선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 면에서 큰 결점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 면에서 진정한 영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만일 내 부고가 나의 삶을 어느 정도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혹시라도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 인생 이야기를 고쳐 쓰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있다. 내 인생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영감을 받을 수도 있다. - 273쪽
접기
출판사 서평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공부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_ 이해인(수녀)
“삶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야기가 남는다”
- ‘부고의 세계’를 거닐며 조우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들
소중한 이들을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안다. 상실 뒤에 누군가를 계속해서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우리가 ‘부고’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장례식장, 유가족, 발인날짜 정도를 적은 간략한 글은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얼마간 정보를 전달할 수는 있어도, 그의 삶에 대해서, 그가 이 세상에 살았던 자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로 일하는 제임스 R. 해거티는 부고 기사에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삶의 이력을 요약하면서도 그 사람을, 그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담을 것. 이러한 원칙을 갖고 그가 쓰는 부고는 슬프면서도 감동적이고 흥미롭기까지 하다. 부고 전문기자로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꾹꾹 눌러 쓴 이 책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에는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부고의 세계’가 담겨 있다. 부고에 유머를 가미할 것,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라도 팩트 체크는 해볼 것, 화목한 가족을 애써 연기하지 말 것 등 통념에 대한 통렬한 전복이 함께한다.
저자가 그간 써온 인상적인 인생 이야기들도 책 속에 수록되어 있다. 문법 파괴에 맞서 아포스트로피 수호자로 활약한 존 리처즈, 69명의 아이를 키운 조이스 듀몬트, 침대에서 떨어진 뒤 하루아침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오거스트 데로스 레예스, 생활을 위해 닥치는 대로 써서 375권의 책을 출간한 쳇 커닝햄 등 평범하지만 특별한 삶을 살다간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인생에서도 이야깃거리를 찾아보라고 속삭인다. ‘당신의 인생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에 화답하여 ‘어떤 이야기로 내 인생을 완성할 것인가?’ 생각하다 보면 우리 삶도 원하는 모습에 더 가까워질지 모른다.
“나는 매일 부고를 씁니다”
- 800여 명의 부고 기사를 써온 부고 전문기자의 이야기
“나보다 부고 기사를 더 많이 읽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부고 전문기자로서 매일 1~2시간씩 전 세계의 사망 뉴스를 찾아보며 누군가의 부고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그는 지난 7년간 800여 명의 부고 기사를 써왔는데, 취재하다 보면 유가족들이 고인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는 데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고인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놀라울 때가 많았다.
‘누구도 나보다 내 부고를 잘 쓸 순 없다.’ 오랜 취재 경험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한 저자는 결국 자신의 부고를 직접 쓰기로 했다. 〈나는 이렇게 내 부고를 쓰고 있다〉(222쪽)라는 글에는 실제로 그가 작성 중인 자신의 부고 일부가 실려 있다. 중학교 체육 시간, 자전거 조립 아르바이트 등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했는가?’라는 심오한 질문부터 ‘자신의 사망일을 예측해서 적을까 말까’ 하는 아주 실질적인 문제까지를 두루 다룬다.
〈아버지의 부고는 실패했지만〉(174쪽)이라는 글도 인상적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경황 중에 어머니가 아버지의 이력을 정리하여 간략한 부고를 썼지만, 지금 와서 보니 실패한 부고였던 것 같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면 아버지의 부고를 어떻게 쓸지 인생 여정을 돌아보는데, 삶의 이력과 디테일을 섞어 새롭게 쓴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사망할 것인가? 돌아가실 것인가? 세상을 떠날 것인가?”
- 인생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는 부고 쓰기의 흥미로운 이슈들
흔히 우리는 ‘에두르는 표현’을 써서 사망 소식을 전한다. ‘사망했다’라는 말을 꺼리고, ‘돌아가셨다’라는 완곡한 표현에도 멈칫한다. ‘하늘나라로 갔다, 하나님을 만났다, 새로운 모험을 떠났다’ 등 유독 죽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이토록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을 경원시하는 세간의 완곡어법에 회의적인 저자는 자신의 부고에 자신이 ‘사망했다’라고 쓰겠다고 한다. ‘사망할 것인가? 돌아가실 것인가? 세상을 떠날 것인가?’ 죽음을 서술하는 동사로 무엇을 선택할지는 누군가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무엇을 부고에 포함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반영한다. 부고가 고인의 고귀함과 관대함, 가족에 대한 헌신을 부풀리는 미사여구로 가득한 이유는 세간에서 그런 가치들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고 전문기자는 삶에 관한 의외의 진실을 짚고 넘어간다. 누군가가 우리를 애틋하게 기억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성공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별난 성격, 이상한 습관, 실패, 고집 등은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돋을새김하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저널리스트로서 보이는 엄격한 태도도 참고할 만하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6주 과정을 수료했으면, 하버드 대학교 출신이라고 내세워서는 안 된다’라는 말처럼 이력을 과장하지 않으며, 자신이나 주변의 흐릿한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팩트 체크를 철저히 거쳐야 신뢰도 높은 인생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강조하는 등 엄정함을 두른 펜촉이 날카롭다.
죽음을 계기로 시작되는 인생 이야기 ‘부고’는 역설적으로 결국 삶을 향하며, 우리의 인생과 기억을 한층 풍요롭게 만든다. 내가 원하는 모습에 맞게 잘 살고 있는지 고민이라면, 혹은 사랑하는 이들을 더 잘 기억하고 싶다면 수많은 인생 이야기를 써온 부고 전문기자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접기
기본정보
ISBN 9791168341159
발행(출시)일자 2023년 07월 24일
쪽수 396쪽
크기 138 * 205 * 29 mm / 660 g
판형알림
총권수 1권
원서명/저자명 YOURS TRULY – An Obituary Writer’s Guide to Telling Your Story/James R. Hagerty
'부고를 쓴다'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껏 살면서 부고를 써본 적도 없고 그것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한 적도 없다. 그러다 부고 전문가이자 자신의 부고를 직접 쓰는 작가인 제임스 R. 해거티의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라는 책을 만났다.
부고 전문가라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직업이다. 우리 나라같은 경우 부고라고 하면 이름있는 사람의 죽음이 신문에 짧게 언급되고 상을 치루는 장소 정도만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외국같은 경우는 좀 다른 거 같다. 한 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남아있는 가족들이 울고 웃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부고를 쓰는 거 같다. 그러니 '부고 전문가'가 있지 않겠는가.
부고를 쓰는 일은 자서전을 쓰는 일과는 다르다. 자서전이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이만큼 이루었다라는 느낌이라면 부고는 나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일, 거기에 나의 가치관과 소소하지만 내가 행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이 함께 추억하고 기릴 수 있게 해준다. 그렇기에 작가가 이야기 한 것처럼 '부고 = 인생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 책은 '부고를 쓰는 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문처럼 느껴진다. 그것도 내가 직접 쓰는 법을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내 부고를 쓰는 일을 미루지 말라고.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아 그의 가족들이 급하게 써내려간 부고는 많은 것을 담지 못한다. 최소한의 사실적인 정보와 몇 가지 추억들이 다 일 것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특별함이 있다.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어떤 노력을 하며 살아왔는지 본인만 알 수 있는 이야기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물록 죽은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죽음으로 인해 기억되고 내려져 올 수 있는 가치관이 부고에 담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으로 육신은 사라졌지만 정신은 이어져내려간다고 할까.
그렇다고 부고를 쓸 때 그 사람의 업적을 쭉 나열하며 좋은 이야기만 딱딱하게 쓸 필요는 없다. 내 인생이 딱딱한 몇십 줄로 표현되어진다면 죽어서도 너무 답답하고 속상할 꺼 같다. 오히려 실수와 오점을 남겨줌으로써 남은 가족들이 그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을 수 있다면 무덤 안에서도 같이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부고에는 유머도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볼 때 실수와 오점과 유머가 단 한 줄도 없는 것은 말이 안되니 말이다.
결국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인생 이야기가 부고이다. 다만 어느 것을 넣을지 뺄지만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내가 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면 된다. 내 삶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당연히 부정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로 부고가 채워지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좀 더 나은 이야기를 채우기 해 노력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삶은 유한하고 그 유한한 삶은 죽음이 있기에 빛난다. 죽음 후에 남겨질 부고에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어떻게 빛나는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점을 고민해야 한다. 개개인의 삶은 소중하며 모두 특별하다.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도 특별하고 소중하다. 그런 특별하고 소중한 나의 이야기를 부고로 남기고 싶다.
책을 읽으며 나의 부고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부고를 시작하는 방법은 책 안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것보다 먼저 작가가 이야기한 기본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나는 나의 부고를 이렇게 쓰고 싶다.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며 애쓰던 사람. 그리고 결국 그 꿈을 이룬 사람.' 이라고.
(p.24)
음울한 사망 공고에서 보았던 지루하고 틀에 박히 글이 곧 부고라고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부고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를 보존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부고 = 인생 이야기'라는 간단한 공식을 기억하자. 내 부고를 쓰면서는 이제껏 누누이 강조해 온 내용을 실천하고 있다.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 보나 마나 망칠 것이 뻔한 가족들에게 내 부고를 맡기지 말자.'
(p.82)
나의 부고에 무엇을 넣을지 결정하려면 먼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본 질문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p.162)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이 이야기를 쓰게(적어도 녹음하게) 하는 것이다. 화려한 글솜씨는 중요하지 않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다.
(p.217)
82세의 어느 수강생은 자신의 부고를 직접 쓴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강의를 듣기 전에는 '내가 이미 죽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런다고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잖아'라고 했어요." 하지만 결국 그녀는 여덟 명의 자녀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희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했는지 알지 못하지. 나를 그저 엄마나 할머니로만 알고 있지만, 엄마이기 전에 나도 한 사람이었단다.'"
(p.309)
누군가가 우리를 애틋하게 기억한다면, 우리가 살면서 베푼 크고 작은 친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족과 친구는 우리의 별난 성격, 이상한 습관, 실패한 목표, 당황스러운 행동, 집착, 기벽, 고집마저 소중히 여길 것이다.
(p.370)
크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세상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모두가 그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 하는 건 아니지만요." 크림은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삶의 기복을 다루는 생생한 글쓰기와 솔직한 묘사의 모범을 제시한다.
펼치기
1답글 0
종이책ki****|2023.07.23|신고/차단
10
/도움돼요
<인생 이야기, 부고>
언론과 저널리즘은 공동체가 알아야 할,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들, 의미 있는 것들을 기록하는 일을 한다. 속보와 단독을 달고 포털에 식재료 공급하듯 기획과 취재가 빠진 단신을 배달하는 행위를 기사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속도전에서 가장 멀리 있는 기사가 이 책이 다루는 부고가 아닌가 한다.
함께 살던 공동체의 누군가가 생을 다했다는 마지막 기록이다. 어떤 삶을 살았고, 우리가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별과 혹은 추모와 혹은 타석의 기회로 삼을 배움의 순간이기도 하다. 살아 있는 누구에게나 도착할 죽음에 대해 잊지 않음으로써 삶을 더 귀하게 여기자는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길었던 팬데믹 기간 동안, 돌아가신 분들의 소식을 짧은 부고로 만나기도 했다. 이력을 요약한 것처럼 정보가 나열되어 있어서 쓸쓸하고 서글펐다. 다른 방식의 추모도 따로 있었지만, 한국 역사와 사회에 큰 기여를 하신 분들의 삶과 메시지가 짧은 한순간도 공유되지 못하는 방식이 안타까웠다.
제임스 R. 해거티의 부고는 훌륭하고 유명한 이들만은 아니다. 그의 부고는 당사자의 삶을 대신 전하는 에세이 같은 방식의 기사라 놀랍고, 삶도 죽음도 지면도 낭비되지 않는 방식이라 부러웠다. 돌아가신 분들을 그리워만 했지, 글로 기억할 생각을 못했다. 내가 아는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
“부고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를 보존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고맙게도 이 책에서는, 한 사람의 삶을 요약하면서도 드러내는 방식에 대한 가이드가 있다. 부고는 처음이니, 나도 그의 원칙을 따라 부고 쓰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팩트 체크를 다 하지 못할지도, 내겐 유머가 모자랄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 보여야 할 글이 아니니 형식도 내용도 새롭게, 솔직하게.
에세이 같기도 소설 같기도 한 내가 모르던 이들의 삶을 만난다. 부고기사라고 해서 어둡고 무거울지 모른단 생각은 선입견에 지나지 않았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놀라웠다. 어떤 삶은 한 사람이 살아낼 수 없는 삶 같아서 신기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다시 배웠다.
장기기증,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서, 장례방식과 비용, 할 수 있는 사전준비는 계속 하는 중인데, 내 부고도 내가 쓰게 될까. 유서와는 어떻게 얼마나 달라질까. 사는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아직 있을까. 앞으로 나도 완곡어법 대신 ‘사망했다’라고만 표현하게 될까. 죽음에 대한 내 생각과 태도는 어떻게 바뀔까.
저자가 엄격하게 팩트 체크를 하고 과정과 미화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당사자만이 살아올 수 있었던 고유한 삶에 대한 존중이라고 나는 그렇게 느꼈다. 두루뭉술 남들 듣기에 보기에 좋은 것들을 모아 포장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모욕이자 부정이라고 생각한다.
피할 수도 없고 멀지도 않은 죽음을 똑바로 응시하며 삶에 대해 더 충실해볼 기회로 삼아보고 싶다. 냉랭해지는 태도를 조금만 더 친절하게 바꾸고 싶다. 말하기 싫어 입을 다무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가볍게 안부를 자주 묻고 싶다.
“만일 내 부고가 나의 삶을 어느 정도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혹시라도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 인생 이야기를 고쳐 쓰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추천해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쓰일 나의 일생 기록하기
이 책은 《월스트리트 저널 》에서 40년 넘게 일해 온 제임스 R. 해거티 부고전문기자가 전 세계의 사망 기사를 찾아 읽고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이야기'로 탄생시키며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고 있다.
표지의 진녹색은 엄중하면서도 어둡지만은 않다. 가운데 꽃그림은 삶의 생동감으로, 관을 형상화한듯한 도형은 죽음으로 함께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띠지의 필요성 논란이 최근 환경 이슈와 맞물려 대두되었는데 띠지 대신 표지 하단에 간략하게 책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였다.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각 분야 특히 이 책과 관련 있는 종교계의 이해인 수녀님, 방송인 이금희님, 삶과 죽음을 직접 매일 마주하시는 법의학자이신 유성호 교수님과 응급의학과 남궁인 임상조교수님의 추천사도 인상적이다. 모두 출판사의 탁월한 기획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이 책의 쓸모에 대하 소개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인쇄물과 온라인에 등장할 우리 삶의 요약본이 적어도 우리가 원하는 성적표에 가깝도록 모양새를 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아보자. 이 책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동안의 자신을 위해(만약 당신이 아직 젊다면 더더욱!)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간결한 회고록이나 자서전처럼 길게 쓰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제껏 살아 온 삶에 대허 이야기하다 보면, 기억할 가치가 있는 일을 성취하기 위한 방향으로 자신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점검할 수 있다."(p.12)라고.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 좀 더 진솔하면서도 인상적인 인생의 마지막 이야기를 쓰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Part1-기억되고 싶다면 이야기를 남겨라
아무 준비없이 죽음을 밎기 전에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고 강조하며, 부고에 필수적으로 넣어야 할 세부사항을 소개한다. 또한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잔뜩 있더라도 한번에 다 말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본문 p.121)며 간결한 글쓰기에 이어 자신의 부고 작성시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타인의 인생 이야기를 쓰려면 그 당사자를 인터뷰하기', 또는 자신이나 타인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가 버거울 땐 '에피소드별로 구술하기'를 조언한다.
Part2- 누구나 책 한 권만큼의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부고라고 해서 너무 엄숙하기만 할 필요는 없으니 우리의 실수와 유쾌한 순간도 기록으로 남겨두란다.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또한 저자는 열여덟 살에 대학 공부와 이후 진로를 위해 집을 떠날 때 어머니의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편지를 보내라"는 말에 따라 부모님께 거의 매주 편지를 썼던 일을 회상하기도 한다. 굳이 화려하거나 너무 전문적인 단어 대신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 대체로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쓰라고 일러준다.
Part3-나는 이렇게 내 부고를 쓰고 있다
저자가 홍콩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뇌졸중과 신장암을 비롯해 여러 질병을 앓고 계셨던 아버지가 사망하셨단다. 당시에는 부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아 제대로 부고를 쓰지 못했다고. 또한 2011년 12월, 56세의 나이에 흔히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으로 사망한 캐롤 누나는 이틀 전 저자에게 자신의 부고를 써달라고 부탁했으나 당시에는 부고 전문기자가 아니어서 누나의 진면모와 독특한 개성은 빠진 학위, 직업, 가족 관계를 지루하게 열거하는 식으로 끝났다고 고백한다.
Part4-좋은 부고, 나쁜 부고, 이상한 부고
이 부분에서는 여러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부터 평범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각자 그들이 작성한 부고 사례를 소개한다. 그중 서부극 소설로 유명해진 '쳇 커닝햄Chat Cunningham'
의 초보 작가들을 위한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쓰세요."(본문 p.323)라는 조언은 저자의 말처럼 나를 비롯한 인생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저자는 '나가는 글'에서도 재차 당장 "당신의 이야기를 해라!"라고 강조한다. 비록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고, 미완의 이야기일지라도 친구, 가족, 후손들에게는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며, 부고를 쓰며 되살린 추억과 삶에 대한 성찰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며.
2000년대 이후 한때 잘 사는 법을 의미하는 '웰빙(Well-Being)'이 시대적 화두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잘 죽는 법을 이야기하며 '웰 다잉(Well-Dying)'과 관련한 관심이 커지며, '머리 유서 써보기'와 같은 문화부터 고독사나 연명 치료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사항은 관련 입법까지 마련되었다.
기자 출신답게 이 책 저자의 문체는 간결하고 명쾌하다. 글쓰기를 열심히 하면서도 늘여쓰는 습관을 고치기 힘든 나는 종종 '너무 길다','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을 받곤 하는데, 앞으로는 좀더 간결하면서도 나만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여러분은 어떤 인생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가족, 친구, 그리고 후손들을 위해 가능한한 빠른 시일 내 부고 한번 써 보세요.
본 서평은 인플루엔셜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리뷰
/추천해요
우리나라 신문부고 기사를 보면서, 그저 사회적 저명인사들의 죽음을 알리는 다소 무미건조한 것으로만 인식했는데, 이 책을 읽고 자신이 쓰는 부고를 통해 '죽음'에 대해 그리고 그 반대편에 더욱 명징해지는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묘비명의 줄글이 함축적인 시라면, 내가 쓰는 나의 부고는 한 존재가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며 남기는 한 편의 진실된 이야기가 아닐까?
역설적으로 나의 죽음을 깊이 사유하면 할수록 어떤 삶을 살아야 할 지가 더욱 뚜렸해짐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