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고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구나. 일하는 사람 중 30%가 넘는 사람들이 자영업자로서 피의 생존경쟁을 벌이는 세상이니. 그 소용돌이에 대형마트가 가세하니 태풍이 되어 자영업과 재래시장을 초토화시킨다. 새벽 인력시장에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의 절반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 한 달에 열흘 일하면 다행이니, 80만원을 밑도는 수입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영업용 택시 기사들은 100여만원의 수입으로 역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청년실업율은 6%가 넘어 전체실업율의 두 배에 달해, 대학을 졸업해도 그 절반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세상이다. 이제 한미FTA 통과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몇 안 되는 힘이 좀 있는 집단들이야 이익을 좀 보겠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힘 약한 농어민, 중소상인, 노동자들은 더욱 더 곤궁한 처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처방은 참으로 야박하기만 하다. 자영업자 비중이 너무 높으니 자영업자들은 열심히 노력하여 다른 곳에 취직하든가, 뛰어난 영업능력을 발휘하여 성공하라는 게 자영업 문제 처방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니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여 좋은 일자리를 얻으라는 게 처방이다. 서점을 가득 메운 자기계발 서적의 훈계를 실천하려면 인내심 상위 0.0000001%에는 들어야 한다. 농업에 대한 처방 역시 보통의 농민들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친환경농업, 대단위 농업을 해야만 하니 아니 그렇겠는가. 첨단의 기술혁신을 살길로 제시받는 중소기업 역시 그 처방은 어렵기만 하다.
그런 무지막지한 노력은 과연 성공가능하며, 성공한들 우리의 삶이 예상만큼 나아질까? 지금 우리를 짓누르는 팍팍함이 개인이 죽어라 노력해서 해결될 일이냔 말이다. 지금 자영업자 비중이 너무 높고, 일자리가 없고, FTA로 어려워질 우리의 삶이 우리가 자기계발을 못한 탓이란 말인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경제가 살아나 우리의 힘든 처지가 개선될까! 답이 있기는 한 걸까.
세상 사람의 대다수는 슈퍼맨이 아닌 그저 보통사람이다. 세상에 난무하는 자기계발서, 영웅전들은 보통사람더러 영웅이 되라고 강요한다. 정부는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낼 대기업이나 부자들을 우대하느라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며, 가난한 자들더러 열심히 자기계발하여 돈 많이 벌어 국가에 세금 많이 내라고 종용한다. 날로 심해지는 소득양극화로 가난한 사람들이 나누어가질 몫은 점점 줄어만 가는데, 극한의 노력으로 우리가 가져 올 몫이 있겠는가. 30%가 넘는 자영업자 비중은 이제 우리경제 구조의 특징이라고 보아야 한다. 과거 농업의 비중을 줄일 때는 늘릴 공업이 존재했으나 지금은 자영업을 줄여 늘릴 분야가 마땅치 않다. 자영업을 경제생태계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육성하는 정책을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 대형마트 규제 등을 통해서 말이다.
보통사람들이 보통으로 노력하면 보통의 생활이라도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다. 양극화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보통의 노력만큼의 몫이라도 제대로 돌려 달라. 혈세로 마련한 정부예산 역시 특정 부자들과 특정지역의 사람들에게 퍼붓지 말고 보통의 사람들에게 돌려 달라. 특정분야만 성장시켜 특정분야의 일자리만 만들지 말고 골고루 성장시켜 각 분야의 인재들에게 골고루 일자리를 나누어 달라. 특정분야의 사람들에게만 유리한 이자율정책, 환율정책을 중단하여 보통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는 정부가 되어 달라. 한미 FTA 재검토는 당연한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