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유향숙展
전시기간: 2019년4월19일(금) – 4월28일(일)
전시 장소: 갤러리 담
03060
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7-1)
Tel:02-738-2745E-mail:gallerydam@naver.com
www.gallerydam.com
Gallery hour: mon-sat noon-6pm sun noon-5pm
*전시
마지막 날은 오후1시까지 입니다.
전시내용
갤러리 담에서는 돌 조각을 하는 유향숙의 전시가 열린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백제 석공이 만들어 놓은 서산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떠오르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조각이다. 정작 작가는 종교미술을 구태여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소박하고 귀여운 시골아이를 연상하면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15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유향숙 작가는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이번이
열 번째 개인전이다.
평론/
박영택
천년의 미소가 작은 돌에 ‘활짝’
명징한 초가을 아침시간에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작가의 집을
찾아 나섰다. 자하문 터널 위에 자리한 이 동네는 서울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이로운
경관을 보여준다. 나는 언제나 성북동, 평창동 주변의 산세와
자연에 넋이 나간다. 산과 바위, 나무를 두르고 이곳에 살고
싶다. 조그만 마당을 지닌 2층집은 소박하면서도 단아하다. 2층 한 켠에 마련된 작업실은 사실 작업실이라고 부르기가 좀 민망한 조그만 터다. 일상이 이루어지는 생의 공간에 잠시 숨을 몰아 쉴 공간, 그곳이
그녀에게 작업실인 셈이다. 넉넉하고 높은 천장과 한가로운 풍경을 소유한 그런 작업실은 아니지만 이런
공간이 오히려 더욱 절실한 산실처럼 다가온다. 자신의 몸을 놀리고 도구를 갖다 놓을 정도의 면적만 있다면
작업은 가능하다. 자기의 손아귀가 허용하는 정도의 물질, 도구만을
전적으로 활용한 작업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자신이 감당할 시간과 재료,
작업 여건 내에서 진솔하게 이루어지는 작업이 좋은 작업이다. 천 년의 미소가 작은 돌에 ‘활짝’
삼국시대 불상 보고 조각에 눈 떠
그러나 작가는 부득불 그 곳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거실 한쪽에 늘어선 자신의 작은 조각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부로서, 중학교 미술선생으로서 살아가면서 틈틈이 작업을 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전적으로 작업에만 전념하는 작가, 또 그러한 흔적이 질펀한
거창한 작업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여겨 부끄러워서인지 종내 작업실 공개는 하지 않았다. 다만 거실 곳곳에
자리한 작업들만은 마음껏 내 시야에 가득하다. 몇 차례 전시장에서 본 적이 있던 그 조각들이 새삼 다가온
것이다. 돌 공장에서 쓰다 버린 비정형의 덩어리, 자투리
돌, 작은 파편들을 모아 그 피부에 정으로 자잘한 터치를 올려놓아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지닌 소녀상, 부처상을 표현한 것이 그녀의 작업이다. 한국 대리석, 검은 돌, 붉은 돌(사암)을 이용해서 다듬어 나간 것이다. 돌이 자연스럽게 깨져나간 것을 이용해서
그 표면에 약간의 요철을 이용해 얼굴과 문양을 새겨 놓았다. 조심스러운 정소리가 환청처럼 떠돈다. 그것은 어떤 도식이나 강압이 아닌 그저 편안한 작가의 심성으로, 돌
깨는 이가 이렇게 저렇게 깎아 나가면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려 하는 그런 작업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작업에서 내가 접하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쓸쓸하고 호젓한 감동으로 적셔지는 그런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은 작가의 인성에서 번지는 것이며 삶과 세계에 보내는 독자한 시선 속에서 주어진
것, 그 시선의 깊이에 걸려든 것이다.
“소박한 시골아이 그리고 싶어”
우선 이 작업은 과도한 무게감이 없다. 생각의 무게에 눌리는 작업도 아니고 상투형의 습관으로 적셔지는 그런 작업도 아니다. 지나치게 공예화 되거나 붕 떠있는 관념과 개념으로 휘둘리는 작업도 아니고 미술계의 최근 유행 내지 이슈화된
작업, 시류와도 무관한, 그러면서도 자기 세계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차분하고 조용한 걸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작가에게 미술, 조각이란
여전히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심어주는 일이다. 감동이나 서정, 아름다움이
무척이나 망실된 최근 미술계를 떠오려 보면 이 작가의 미덕의 크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보는 이에게
잔잔한 여운 같은 감동을 슬쩍 안겨주는데 그 감동은 목적론적인 보여짐에서 벗어나 자꾸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한다.
유향숙은 작고 깨진 대리석의 한 면에 조심스레 얼굴을 쪼아냈다. 자신의 작은 손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와 자신이 허락하는 시간에 정확하게 비례해서 그 작업들은 이루어진다. 돌 속에서 작가가 찾는 사람의 얼굴과 미소가 조심스레, 안타깝게
드러난다. 보는 이의 몸을 굴절시켜 섬세한 시선을 요구하는 이 작은 조각은 돌과 얼굴 그 사이에 존재한다. 재료와 이미지를 공존시키는 이 조각은 여전히 우리가 어떤 표현, 이미지를
통해 받는 감동을 소곤거려준다. 푸근하고 소박하고 시골아이 같은 얼굴을 그려보고 싶다고 한다. 작가가 품고 있는 이상적인 얼굴인지, 이데아로서의 표정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 소녀상은, 불두는 한국인의 얼굴이고 그 둘은 결국 하나의 얼굴이다. 유향숙은 대학시절 비로소 한국의 불교조각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고 한다. 특히나
백제불상의 넉넉하고 포근한 아름다움이 그녀를 매료시킨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삼국시대 불상의 얼굴은 신의
얼굴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어서 항상 친근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순진 무구한 미소와 뜬 듯 감은 듯
가녀린 눈매 때문이다. 백제의 미소라 불려지는 백제불상은 특별하다. 백제는
중국의 북위와 고구려, 그리고 중국 남조의 양나라 등 다양한 양식을 수용하여 백제 특유의 조각 양식을
꽃피웠다. 통통한 둥근 얼굴에 눈매와 코, 입이 날카롭게
조각되었으며 앳된 미소가 입가에 가득한 것이 바로 그 백제불의 특징이다. 그 얼굴은 다름아닌 인간의
얼굴이다.
돌의 본성 살리며 부드럽게 조각
그래서 백제불상은 지극히 인간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충남 부여군 부여읍 부소산 서남쪽 기슭 절터에서 나온 소조불두가 더욱 그렇다. 크기는 작지만 그 작은 얼굴 가득 평화가 넘쳐흐른다. 자비와 상통하는
평화로운 얼굴이 불상이라는 사실을 암시할 뿐 전체적으로 소박한 인간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제미술은
그 풍토처럼 부드럽다. 그래서 고요하고 아름답다는 말로 적조미가 깃들였다고도 한다. 불상을 만나면 더욱 그렇다. 나로서는 무엇보다도 충남 서산 운산면
용현리 마애삼존불(국보84호)에서 그런 백제미술의 성격과 특징을 만난다. 벌거벗은 바위에 새긴 7세기쯤의 불상 말이다. 당시는 백제의 불교문화가 한껏 난숙했던 시절이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절의 마애불이 더없이 소박하기만 하다. 돌을 모나지
않게 다루는 백제조각의 묘미와 함께 원만한 백제의 마음도 함께 들어있는 뛰어난 조각이다. 특히 이들
보살과 본존의 웃음이 참으로 재미있다. 복스러운 얼굴에 장난기 짙은 웃음을 머금었는데 이 원만한 얼굴에
온화한 웃음이 가득하다. 바로 ‘백제의 미소’로 호칭하는 유명한 웃음이다. 백제의 불심을 너그럽게 표현하고 드러내면서
천 년하고도 몇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넉넉한 웃음을 마냥 짓고 있다. 입가에 쾌활한 웃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눈이 큼직하고 풍채 좋은 백제 사람이 유쾌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모델로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흡사
현실적인 백제 사람의 구김살 없는 소박한 얼굴을 대하는 것 같다.
온화한 미소 자연스레 표현
마치 백제인의 온화한 심성을 보는 듯한 앳된 얼굴은 뜬 감은
듯 가녀린 눈매와 순진무구한 미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팽창된 얼굴의 부드러운 모델링 등은 백제적인 조형감각이다. 반면 같은 시기 중국이나 일본의 불상은 근엄한 신의 얼굴이어서 누구나 선뜻 접근하기 어렵다. 유향숙의 얼굴, 불두는 바로 그러한 백제불상, 삼국시대불교미술의 전통의 새삼스러운 확인이다. 거의 평면적인 이
부조형의 조각은 잔잔하고 부드럽게 쪼아낸 자국들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표정을 만들고 있다. 인위성이 억제되고
돌의 본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그 사이로 가장 아름답고 온화한, 평화로운 미소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고
있음을 본다. 유향숙의 이 인물조각상은 모두 밥짓고 살림하는 사이에 나왔다. 밥을 짓듯이, 아이들을 키우고 그네들의 미소에서 삶의 보람을 찾듯이
작업 역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로서는 이 지점이 그렇게 옹색하거나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점이 이 작가의 힘이고 미덕일 것이다.
박영택/ 경기대교수
유향숙
Yoo Hyang Sook
197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1982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1991~2019 개인전 10회
2008~2019 서울가톨릭미술가회전
1985~2017 서울조각회전
1992~2008 어느조각모임
1983~2000 여류조각회전
1990~1995 한국성– 그 변용과 가늠전
1992 유향숙. 엄선애 2인전
현재 서울조각회.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