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남수인_저곳展
전시기간: 2019년5월22일(수) – 5월31일(금)
전시 장소: 갤러리 담
03060
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7-1)
Tel:02-738-2745E-mail:gallerydam@naver.com
www.gallerydam.com
Gallery hour: mon-sat noon-6pm sun noon-5pm
전시 마지막 날은 오후5시까지
입니다.
전시내용
사실적 또는 비사실적 풍경과 인물들을 캔버스에 유화로 표현하고 있다. 불문학을 전공해서 10여년간 개인 수련 후에 갖는 첫 전시이다.
작가의 글
여행이나 미술관 또는 인쇄물
등에서 인상 깊게 본 풍경, 얼굴들이 캔버스 위에서
상상과 조합되어 엉뚱한 색깔의 옷을 입고 새롭게 '실물'과 달리 재구성된다. 물감을 배합하는 손을 움직이는 것은 손을 조정하는
당시의 감정 상태라고 하던가. 캔버스를 채우는 밝고 어두운 분위기가 임의적이기보다는 무의지적 선택의
결과물인 때가 더 많은 걸 보면 그 말은 맞는 듯하다.
프랑스의 어느 시인은 어깨를 으스러뜨리는 시간의 막강한 힘을 느끼지 않기 위하여 도취하라고 술이건 시건 미덕이건 무엇이건 좋으니 푹 빠지라고 했다. 그림에 도취한 몇 년간 나의 삶은 어떤 정해진 목표가 없는 삶, 그림
자체가 목적이 된 삶이었고 그림에 몰입된 순간은 몰아의 순간, 그림과 일체가 된 순간이었다. 그것은 시간을 벗어난, 시간이라는 고통에서
해방된 순간이고 그래서 그것은 희열이었다.
저곳
항상 그리운 곳 그리운 사람들이 있는 곳
가보았던 그래서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곳, 가보지
못해 결코 갈 수 없을 것이기에 강박적으로 기억 속에 자리 잡는 곳, 보고
싶지만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있어서 만나볼 수 없는 사람들 고인이 된 사람들,
행복을 줄 순간들, 결코 오지 않을 순간들, 그래서
더욱 그리운 순간들을 상상한다, 캔버스에 옮겨본다.
남수인의 작품세계
-기억과 경험을 통한 경이로운 회상-
이번 담 갤러리에서 첫 번째로 선보일 작가 남수인의 20여점의 회화작품들은 그가 자신의 삶의 여정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회상하여 표현한 것들이다. 즉 작가가 외국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상황들, 일상에서 부딪쳤던
인물의 초상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서사들을 기억과 회상을 넘나들며 표현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는 세련된 테크닉에서 비롯되는 엘리트적 표현이 아닌, 소박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눈에 드러날 만큼 꾸밈없는 기법으로 예술적 서사(敍事)들을
끌어내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삶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으로, 사랑과 연민, 환청과 향기 등을 삶의 무게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와 병행하여 삶에 대한 서사들을 기억과 회상을 통해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우리들을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게 하는 시간여행이며 상상의 날개를 푸득이게 한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한 유토피아적인 욕망을 구성하면서 언어가 불가능한 영역까지 우리를 인도한다.
여기서 그의 작품들을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모든 작품이 인간을 대상으로
전개 되는데 초상화에서는 대상 인물의 삶에 대한 리얼리티를 부각시켰고, 나머지 작업은 ‘삶에 대한 신비와
의미를 인간에 대한 질문’으로 바꾸어 놓는다. 다시 말해서 회상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그 속에서
예술의 공간적 서사를 이끌어내는 셈이다. 이번 전시작품 중에서 그의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파리의 이방인’과 ‘구름 잡는 방법’인데, 이 두 작품은 기억과 회상을 통해 환상적 서사를 극대화한
것들이다.
이렇게 남수인의 작품들은 기억이나 회상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물로, 주술적 사유방식이 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연결시켜 구조를 만들어 가듯, 그의
회화적 제스처 역시 +와 -가 균형을 취하는 것을 겨냥하지
않고 그의 기억이나 회상에서 비롯되는 ‘회고시스템(retrospective system)을 공간연출을
위한 규칙에 적용시킨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의 이미지들은 인간에 대한 주관적 법칙과 인과(因果)들의 충돌로 이어지는 연쇄성,
그리고 삶의 자초지정에 관계되는 메시지를 지닌 채 하나의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경이로움은 작품 대부분을 꿰뚫고
지나가는 서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삶에 대한 신비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반영해주고 있는 것으로, 까뮤는 “동물은 즐기다가 죽고 인간은 경이로움에 살다가 죽는다.’라고
했는데, 과연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이 소중한 경이로움을 얼마나 간직하고 느끼며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김재권<파리제8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 미술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