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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된 쥐, 오스카
배고픈 오스카는 당근을 먹기 위해 용기를 내어 구멍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오스카가 당근을 먹기 시작한 순간, 말똥가리가 나타나 오스카는 재빨리 구멍으로 숨었다가 밤이 되어서야 다시 살금살금 당근밭으로 간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덤불에 숨어 있는 여우를 발견하고 농가로 도망치지만 그곳을 지키던 고양이의 공격을 받고 놀라 뛰쳐나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엉부엉~ 올빼미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정신없이 숲 속을 달리던 오스카는 고슴도치, 도치를 만나고, 뾰족한 가시를 본 올빼미는 사냥을 포기하고 돌아간다.
오스카가 혹시 가시를 몇 개만 빌려줄 수 있냐고 묻자 도치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준다. 자신도 벌거숭이였지만 뿌리 마법사에게 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도치와 함께 밤새 숲을 걷고, 나무 기둥 속 어두운 통로를 지나 마침내 뿌리 마법사를 만난 오스카. 오스카의 사정을 들은 마법사는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시켜 주겠다며 마음에 드는 동물을 고르라고 하고, 오스카는 오랫동안 망설이다 호랑이를 선택한다.
호랑이가 된 오스카는 마음껏 풀숲을 뛰어다닌다. 두려워했던 올빼미도, 여우도, 고양이도 오스카를 보면 도망치기 바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당근을 욕심껏 가져와 씹는 순간 맛이 이상하게 느껴져 뱉어 버리고 만다. 호랑이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도치의 말대로 사냥에 나서지만, 마음 약한 오스카는 차마 다른 동물을 잡아먹지 못하고 말라 간다. 이제 오스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더 용감하고 강해지고 싶은 마음
오스카는 항상 주변을 살피며 무서운 동물들을 피해 도망치느라 당근 하나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뿌리 마법사가 원하는 모습을 고르라고 했을 때 오스카는 가장 힘세고 사나운 호랑이를 골랐다. 하지만 호랑이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오스카는 결국 뿌리 마법사를 찾아가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달라고 부탁한다.
오스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한번쯤 더 힘세고 용감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지금 내 모습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도 있을 것이다. 우화에서 쥐는 가장 작고 힘없는 존재이다. 우리 전래동화 중에도 쥐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위를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있다. 쥐 부부는 해, 구름, 바람, 벽을 차례로 만나면서 결국 가장 강한 건 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전통적인 이야기는 대부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반면 이 작품에는 작은 반전이 숨어 있다. 쥐의 모습으로 돌아가더라도 호랑이의 목소리는 남겨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제 오스카는 자신만만하다. 오스카가 “하하” 하고 웃으면 “어흥!” 하는 호랑이 소리로 변해 다른 동물들은 그 소리만 듣고 오스카 주변에 호랑이가 있다고 생각해 도망치기 때문이다. 호랑이 소리를 낼 수 있는 쥐, 오스카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맛있는 당근을 먹으며 행복하게 잘 살아간다.
오스카가 발견한 용기라는 마법
만약 오스카가 밖을 두려워하며 어두운 구멍 안에만 머물렀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왔기에 고슴도치를 만나고, 뿌리 마법사의 도움으로 호랑이로 변할 수 있었다. 또한 호랑이의 삶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서 호랑이의 목소리를 남겨 달라는 재치를 발휘한다. 덕분에 오스카는 쥐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게 된다. 오스카의 이야기처럼 어쩌면 자신감이나 용기란 호랑이의 목소리와 같이 눈에는 보이지 않으며 마법사가 마법을 걸듯 자신 안에서 깨닫게 되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의 그림 역시 흥미로운데 빼곡히 들어찬 배경에 마치 판화처럼 찍어낸 듯, 평면적인 나무와 동물들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마법으로 호랑이가 된 오스카에게 여전히 쥐 꼬리가 남아 있다거나, 책표지를 멀리서 보면 당근을 들고 누워 있는 오스카와 주변의 두 점이 호랑이의 눈과 코, 입의 형태로 보이면서 호랑이 얼굴이 나타나는 등 그림 속에 숨은 비밀을 찾는 재미도 가득하다.
‣ 글쓴이‧그린이‧옮긴이 소개
글쓴이 디터 마이어
1945년 취리히에서 태어나 퍼포먼스 예술가이자 영화 제작자로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문학 작품을 발표했고 옐로라는 밴드로 국제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지금은 캘리포니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린이 프란치스카 부르크하르트
1972년 태어나 취리히에서 살면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옮긴이 김경연
서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아동 청소년 관련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아동 문학가이자 번역가로서 많은 어린이책을 번역하고 좋은 외국 도서를 소개하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행복한 청소부』 『바람이 멈출 때』 『브루노를 위한 책』『엘리베이터 여행』 『여왕 기젤라』 『여름의 규칙』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 등이 있습니다.